교육희망

교과부, 교원평가법 의견 수렴 수상하네

“회신 없으면 이견 없음 간주” … 짧은 제출 기한도 문제

교과부가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발의한 교원평가 관련 법안에 대해 의견을 제출하지 않는 교사를 사실상 법안에 동의하는 것으로 취급해 말썽을 빚고 있다.

교과부는 지난 9일 각 시‧도교육청을 거쳐 각 급 학교에 ‘교원평가제 도입을 위한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 의견조회’ 공문을 내려 보냈다. 교과부가 의견을 듣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지난 4일 서상기 의원을 대표로 14명의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교원평가 실시 내용을 명시해 법제화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규정에 의해 시행되는 교원평가가 더욱 강제적으로 시행되게 된다. 문제는 교과부가 이 공문에서 학교현장의 교사들이 시‧도교육청이 정하는 시점까지 답을 주지 않으면 개정 법안을 동의하는 것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교과부는 “기한 내에 회신이 없을 경우 이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라고 명시했다.

이는 안민석 의원 등 민주당 10명의 의원이 지난 달 26일 발의한 교원평가법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교과부는 지난 4일 역시 시‧도교육청을 통해 교사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공문에서 “회신이 없을 경우 이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라고 했다.

다른 법률에 대한 의견을 받는 공문에서는 이견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의견 없음이라는 문구를 썼다. 기한 안에 의견을 내지 못한 서울의 한 교사는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냐. 이 내용대로라면 나는 민주당이 발의한 교원평가법에 다른 의견이 없는 사람이 된 셈이다. 동의하지 않는데. 황당하다”고 말했다.

짧은 의견 제출 기한도 이 같은 상황을 한 몫하고 있다. 인천교육청은 지난 5일에야 학교에 공문을 보내 민주당의 교원평가법에 대한 의견을 10일까지 받는다고 했다. 주말인 7일과 8일을 빼면 3일간 의견을 받은 셈이다. 교사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인천교육청은 오는 12일까지로 의견 듣는 기한을 연장했다.

민주당의 교원평가법 관련 의견 조회 공문을 지난 9일 학교에 내려 보낸 전남도교육청은 오는 12일까지 의견을 받겠다고 했다. 3일 동안만 의견을 받게 한 것이다. 심지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9일 공문을 보낸 뒤 그 다음 날인 10일까지 의견을 내게 했다.

짧은 기한 안에 의견을 듣는 것은 교과부가 지난 달 29일 입법예고한 ‘교원 등의 연수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도 적용된다. 교과부는 입법예고에서 의견을 오는 8월7일까지 받는다고 했지만 시‧도교육청을 통해서는 지난 6일까지 학교현장 교사의 의견을 들었다.

교과부가 교원평가 법제화를 위해 교묘하게 동의하는 의견을 많게 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교과부 교원정책과 담당사무관은 “중요하고 필요한 법안에 대해서는 규정에 의해 의견을 듣고 있는 것이며 '이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란 표현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교원 등의 연수 규정에 대한 예고안은 시‧도교육청이 정한 제출기한이 지나도 의견을 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입법정책수행의 효율성 제고 등에 관한 규정에는 의견을 제출하지 않을 때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문구가 없다. 이전에 교육당국이 보낸 교원연수규정개정안 관련 공문 등 다른 공문도 이런 표현은 없었다.

임용우 전교조 정책기획국장은 “형식적으로 의견을 듣겠다는 상황으로 보인다”면서 “대다수 교사들이 반대하는 교원평가 강행을 멈추고 진정하게 학교교육력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

교원평가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최대현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