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전국 학교에 내용증명 “시국선언교사 알려 달라”

발신자 뉴라이트 단체 “전원 고발하려고”, 전교조 “학교 협박행위”

국민연합이 전국 상당수의 학교에 보낸 내용증명.

뉴라이트 성향의 단체인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국민연합)이 최근 전국 상당수의 초중고에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를 알려 달라’는 요구를 담은 내용증명을 우편으로 보낸 사실이 13일 확인됐다.

전국연합 “1개월 이내 회신 없으면 전원 고발”

전교조는 이 내용증명을 학교에 대한 ‘협박 행위’로 규정하는 등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시도교육청도 사실상 ‘회신을 금지’하는 공문을 일선 학교에 보냈다.

국민연합이 지난 11일쯤 서울과 부산, 대구 지역 학교에 일제히 보낸 ‘2009년 6월 교사시국선언 참여 교사 확인 및 고발 예정통보’란 제목의 내용증명(수신자 학교장)을 보면, 이 단체는 “학교에 근무하는 교원들 중에 교사시국선언에 참여했는지 여부를 확인해 보내 달라”고 교장들에게 요구했다. 이 내용증명엔 국민연합이 수집한 교사시국 선언자 가운데 해당 학교 교원의 명단도 함께 적혀 있었다.

국민연합은 반전교조를 내 걸고 뉴라이트전국연합, 뉴라이트학부모연합 등 20여개 단체가 모여 2008년 10월 출범한 단체다. 내용증명은 재판의 증거보전이나 채무자에게 압박을 주기 위한 수단 등으로 사용하는 정보통신부의 증명 제도다.

이 단체가 보낸 내용증명은 또 “1개월 이내에 회신이 없을 경우 첨부한 명단 전원을, 회신이 있을 경우 시국선언 참여를 인정한 교원을 사법부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연합이 한 서울지역 학교에 보낸 내용증명에 첨부된 문서. 학교명과 교사 이름은 기자가 지운 것임.

이 단체가 한 서울지역 학교에 보낸 내용증명 문서 첨부물에는 시국선언 참여 의심 교사 32명의 실명과 함께 ‘참여’, ‘해당 없음’을 각기 기록하도록 되어 있었다. 교장이 시국선언 참여 여부를 직접 적도록 종용한 것이다.

앞서 전교조는 교사 2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 2009년 6월과 7월, 표현의 자유 보장 등을 요구하는 1, 2차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올해 5월 대법원은 시국선언을 주도한 교사들에 대해 유죄 판결했다.

국민연합의 내용증명 발송에 대해 전교조는 ‘학교 협박 행위’라고 비판했다. 박형준 전교조 서울지부 조직국장은 “친정부 성향의 단체가 교장으로 하여금 전교조 교사를 고발하라고 보낸 내용증명은 학교를 협박하는 편지가 분명하다”면서 “학교장으로 하여금 자기 학교 교사를 고발하라고 한 행위는 교원들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전북교육청과 서울교육청도 각각 지난 11일과 12일 학교에 “교장들은 국민연합의 내용증명에 대해 회신을 할 의무가 없다”는 내용의 긴급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일부 교장은 이미 동료 교원의 시국선언 참여를 인정하는 회신문을 보냈다고 국민연합 쪽은 밝혔다.

국민연합 “교장들 이미 회신, 협박 의도 없었다”

이상진 국민연합 상임대표는 “시국선언 교사들의 명단 중 동명이인이 너무 많아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는 중”이라면서 “시국선언에 대한 추가 고발을 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명단이 필요해 학교에 협박의 의도가 전혀 없이 협조를 구하기 위해 문서를 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월 18일 전교조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전교조 조합원에게 탈퇴를 종용한 편지를 보낸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에 대해 교사 한 명마다 50만원씩을 배상하도록 판결한 바 있다. 재판부는 “전교조 조합원에게 편지를 보낸 것은 교사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덧붙이는 말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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