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10년 간 일하고 남은 것은 골병 뿐"

학교급식 조리종사자 노동 실태와 현황

학생수 줄면 그냥 잘려
"이런 우리도 정말 교육가족 맞는거죠?"


조리종사자의 절반이 산재 경험이 있고 그중 90% 이상이 자비로 치료 받고 있다. 고용안정과 작업 환경, 근로 조건 개선 등 학교비정규직 노동조건 개선이 절실하다. 경기 ㄱ초. -안옥수 기자

"6월에는 허리 수술, 7월에는 어깨 수술까지… 10년 간 일하고 나서 남은 것은 골병뿐인 것 같아요"
 
노미영(가명, 52) 경기 00고 조리종사자는 지난해 6월 14일 바퀴에 녹이 슨 300명 분량의 국이 담긴 통을 옮기다가 문에 부딪혀 손가락 골절을 당했다. 치료를 받던 중 평소 시간이 없어 미루고 있던 허리검사를 했는데 의사가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내렸다. 허리뿐만 아니라 어깨도 수술해야 한다는 것. 노 조리종사자는 허리는 산재내기가 힘들다는 동료들의 얘기를 듣고 700만원 가량 자비를 들여 6월 18일 허리수술을 받았다. '어깨 연골이 떨어져나가 너덜너덜하다. 도대체 무슨일을 하길래 어깨가 이 모양이냐' 묻던 의사의 말이 떠올랐지만 어깨수술까지 받기는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곧 어깨 수술을 받는 것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뇌경색으로 몸져 누워있는 남편과 복학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아들, 갓 대학에 입학한 딸이 생각난 것이다. 결국 7월 4일 노 조리종사자는 어깨수술까지 받았다. 그러나 어깨까지 자비로 수술받으려니 억울한 맘이 들었다. '산재로 꼭 인정받겠다' 다짐하고 입원한 채 딸의 도움을 받아가며 '하루에 무슨 일을 얼마나, 어떻게 했나'에 대한 내용을 A4 세장 분량으로 적어나갔다.

갖가지 조사를 받아가면서 노 조리종사자는 한달 반만에야 가까스로 산재판정을 받아냈다. 그러나 완치가 되지 않아 노 조리종사자는 여전히 무급 병가휴직 중이다. 오는 8월에 휴직기간이 끝난다. '완치되지 않은 몸으로 과연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노 조리종사자는 눈앞이 깜깜하다.
 
민주노총과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학교급식 조리종사자의 절반이 산재 경험이 있고 그중 90% 이상이 자비로 치료를 하고 있다. 안전공단의 2009년 자료에 따르면 매년 학교 급식소에서 1500여 명의 조리종사자가 산재를 당하고 이중 21명이 사망하고 있다. 특히 조리종사자 중 95.8%가 노 조리종사자처럼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근골격계 질환은 고밀도의 노동강도로 인해 생긴다. 급식소에서의 업무는 크게 재료를 손질하는 전처리와 조리, 취사, 배식, 세척, 청소, 기타 중량물 취급 등으로 나눠진다. 민주노총과 학비연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조리종사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작업은 세척과 정리, 수거와 음식조리 순이다. 대부분 중량물 취급이 반복적으로 생기는 작업이며, 조리 작업의 경우 오랜 시간 반복되는 작업과 불안정한 작업자세가 지속되면서 이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골격계 질환은 산업안전보건법상에서 인정하는 직업병이나, 대부분의 조리종사자는 이를 "참고 일해야 하는 병", "알려지면 불이익 받을 수 있는 병" 등으로 인식하고 휴가도 쓰지 못한 채 산재가 발생해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리종사자들에게는 화장실 다녀올 시간도 허락되지 않는다. 경기 00초에서 급식조리원으로 일하고 있는 한 조리종사자는 "아침 6시 40분에 출근하면 마치는 4시 반까지 화장실도 못 가고 정신없이 일한다"며 "조리원 중에 방광염을 앓고 있는 사람도 많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고온고습하고 위험한 작업환경으로 인해 조리종사자들은 자상과 베임, 전도(엎어지거나 넘어짐), 충돌과 접촉, 화상 등 사고성 재해에도 쉽게 노출되고 있다.
 
전남을 제외한 15개 시·도에서는 학교별로 인사 관리를 하고 있어, 학생수 감소로 인한 무단 해고와 무기계약 회피, 근로기준일수 등 노동조건이 학교별로 천차만별이다.


 
월 급여는 연봉제긴 하지만 일급으로 계산된다. 260일이 기준이 되면 1일 4만 5500원씩 월 급여는 세전 98만 5833원으로, 실수령액은 백 만원이 채 못된다. 그러나 기준일수 역시 대구 250일에서부터 경기와 광주 275일 등 16개 시·도교육청별로 모두 다르며 권고기준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에서는 기준일수를 255일로 권고하지만 220일로 정하는 학교도 있어 이 경우 급여는 훨씬 적어진다.
 
한연임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최악의 노동환경에서 고강도의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조리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작업환경과 급식양 등을 고려하여 조리종사원 배치기준을 지금보다 하향조정해야 하며 학교 단위가 아닌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인사관리와 채용을 해야 한다. 작업환경과 건강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찾아갔던 경기 00초. "중간에 화장실이라도 마음놓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프거나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때 당당하게 빠질 수 있도록 대체근무가 보장되면 좋겠어요" "아무리 법적으로 여러 보장을 한다고 해도 학교 학생수가 줄면 우린 그냥 잘리는 처지예요".
 
오후 4시 무렵, 쉴틈없이 일하다가 그제서야 작업을 마무리하고 한숨을 돌리던 조리종사자들이 속사포처럼 속에 있는 말들을 쏟아내는 가운데 땀에 젖은 얼굴을 수건으로 연신 닦아내던 한 조리종사자가 되물었다. "조리원으로 십년 넘게 일하고 있어요. 일하는 것은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온몸은 골병들어가고 있네요. 이런 우리도 정말 교육가족이 맞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