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역주행 교과부, 직선 교육감 시대 부적응
체벌금지 등 갑자기 추진, 뼈저리게 느껴”

[인터뷰 원문] 취임 2주년에 대법 판결 앞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안옥수 기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58)은 “뼈저리게”라는 부사를 여러 번 썼다. ‘교사들에게 하고픈 말을 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서다.

“제가 2년 동안 뼈저리게 느낀 게 있다. 선생님들이 같이 손뼉을 쳐줄 때 현장이 바뀌고 교육이 바뀌는 것이다. 이런 점이 아주 뼈저리게 와 닿았다.”

곽 교육감은 “체벌금지를 갑작스럽게 추진하고 소규모 체험학습과 수시평가 정책이 몰린 감이 있다”면서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훨씬 중요한 것을 체계적으로 진행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취임 2주년을 일주일 앞둔 지난 6월 25일 <교육희망>과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서다.

곽 교육감은 그의 교육감 직을 좌우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교육감 직을 수행하고 있다. 교과부와의 갈등도 자주 불거지고 있다. 그런 탓인지 곽 교육감은 인터뷰 동안 여러 차례 교과부에 날선 비판을 날렸다. 교과부가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고 싸움을 먼저 걸었다는 것이다.

그는 “교과부가 직선 교육감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 역주행하고 있다”면서 “교육 관료주의의 주범은 교과부의 중앙집권”이라고 쏘아붙였다.

곽 교육감은 일제고사와 자율형사립고, 특수목적고 폐지 등에 대한 소신도 언론 인터뷰에서는 처음으로 밝혔다. 그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2015년부터 적용될 PISA(OECD학업성취국제비교연구)의 새로운 평가계획이 보여주듯 21세기형 인재 양성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곽 교육감과 인터뷰는 이날 오후 2시부터 2시간 30분가량 진행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취임과 동시에 담배 끊은 곽노현, 어떤 사연?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안옥수 기자

-2010년 7월 1일 취임과 동시에 담배를 끊었다. 왜 그랬나?
“아이들 금연 교육할 수 있는 자격을 갖기 위해서.(하하) 그 때 행복한 교육혁명을 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어떤 흠도 있어선 안 되겠다 생각했다.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려고 담배를 끊었다. 약 없이 한 번에 딱 끊었다.”

-오늘은 취임 2주년에서 1주일 빠지는 날이다.
“그 동안 교육현장의 관료주의와 권위주의, 비교와 경쟁주의를 흔들려고 했다. 그걸 흔들어야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첫 번째로 반부패·인권·혁신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인사, 시설, 사학, 감사비리와 유착. 이 부분을 해소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쪽지 인사, 청탁인사가 사라졌다.”

-교육감이 정말로 쪽지 한 번도 안줬나?
“쪽지 정말 안줬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의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시설과 인사부문 청렴도는 1등을 했다. 종합순위에서는 9등을 했는데 올해는 상위권으로 올라갈 것이다. 나는 시설비리, 사학비리와도 전면적으로 싸웠다. 사학비리와는 타협 없이 싸우고, 시설비리를 없애기 위해 시민참여를 확대했다.”

-체벌금지도 선언하지 않았나.
“체벌금지 조치를 통해 학생인권에 대한 교육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자 했다. 종전에는 소비자 시장주의적 개념이었는데 민주주의적 개념으로 바꾼 것이다. 학생도 참여의 주체로 만들었다. 서울형 혁신학교를 통해 공교육의 새표준도 제시했다.”

-그런데 취임하자마자 체벌금지 선언해서 교사들이 욕을 많이 했다.
“체벌금지……. 좀 서둘러 발표한 측면이 있었다. 갑작스레 오장풍 사건이 워낙 크게 터져 갑작스럽게 추진된 면이 이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그랬다. 착실히 준비해서 그 다음해(2011년)에 당연히 발표하려고 했는데, 한 학기 앞당긴 게…….”

“체벌금지, 수시평가…더 체계적으로 했더라면”

-소규모 체험학습과 수시평가도 뒷말이 있었다.
“이것들은 꼭 필요한 일이었는데, 바꿔야 될 관행인데……. 그것이 좀 몰린 감이 있다. 2년이 지난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훨씬 더 중요한 것을 더 체계적으로 진행했더라면 좀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꼭 하고 싶었는데 못한 과제도 있을 텐데.
“강남북 교육격차 해소. 굉장히 중요한 일인데,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교육격차 해소하려면 서울시장과 자치구청장과 협력을 해야 한다. 예산배정 관행도 고쳐야 한다.”

-어떻게 예산을 배정하겠다는 것인가?
“여태껏 교육청은 기본적으로 학생 수에 따라 예산을 배정해왔다. 이것이 바로 예산의 기계적 평등주의다. 이런 관행은 부자지역 학생 1000명 규모의 학교하고 가난한 지역 1000명 규모 학교에 예산을 똑 같이 주는 것이다. 이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 가난한 지역 학교에 복지 수요가 더 있지 않겠나. 가난한 지역 학교에 예산을 더 주는 배려를 해야 실질적 평등이 된다. 그 다음에 정책예산 신청주의도 문제다. 이래서는 진짜 절실히 필요한 학교에 예산이 돌아가지 않는다.”

앞으로 해야 할 과제를 묻는 물음에 곽 교육감의 목소리와 손동작은 커졌다. 말도 길어졌다. 눈빛도 빛났다.

-그럼 예산배정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저소득층 학생 비율과 장애 학생, 다문화 학생 비율에 가중치를 줘야 한다. 내년부터는 최대한 이런 정신을 반영할 것이다. 당장 7월부터 연구를 시작해서 2∼3년 안에 예산구조를 단순화 하고 형평성은 높이려고 한다. 목적예산 비중을 낮추고, 신청주의의 영역을 줄이고….”

-그 동안에도 교육복지학교에 예산을 더 주지 않았나.
“그것은 학교 간 격차를 줄이고 선별적 복지에 입각한 교육복지 강화였다. 저소득층 아이 중심의 교육복지 강화였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는 학교 간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안했으면 더 벌여졌겠지만 말이다. 이런 점에서 교육복지학교의 진화방안이 필요하다. 350개의 복지학교가 전면 혁신학교가 되면 이런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좋은 이 최대의 복지다. 문예체도 민주시민도 창의인성도 1차적으로 수업시간을 통해서 전수될 수 있는 것이다. 정규 수업이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수업혁신과 학교 문화혁신을 추진하는 혁신학교 대열에 복지학교들이 합류하길 바라는 것이다.”

-교과부가 시도교육청 평가를 한 뒤 지난 해말 특별교부금을 나눠줬다. 서울과 경기가 16억원 받을 때 130억 원 받은 교육청도 있다.
“시도교육청 평가는 대도시들이 무조건 불리하다. 잣대의 문제도 있다. 문예체, 학교혁신과 같은 평가지표는 찾아보기 어렵다. 교과부가 너무 많은 정책 사업을 벌이고 그 사업 쫓아다니느라고 바쁘다. 그게 바로 관료주의다. 교육행정의 관료주의를 완화시키려면 반드시 특별교부금에 따른 정책사업을 축소해야 한다. 특교를 줄이지 않으면 학교 현장에 부담이 줄어들지 않는다.”

-혁신학교 가운데 최하 등급을 받은 학교가 여럿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주도한 학교 성과금평가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우리 간판학교로 그렇게 홍보했던 ○○초가 B를 받아 놀랍다. 외국 언론에서도 취재한 간판학교가 최하위를 받았으니 다른 학교는 얼마나 뛰어나겠느냐?. 허허. 학교평가를 누가 어떻게 했는지 정확히 살펴볼 것이다. 기존 잣대로 혁신학교를 잰 결과 적지 않은 혁신학교가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기존 시스템의 성과 지표가 얼마나 기계적인가 보여준 사례다.”

-곽 교육감은 그 동안 이른바 조중동(조선·중앙·동아)한테 많이 두들겨 맞았다.
“때때로 좋은 자극이 되기도 했다. 물론 좀 지나칠 때가 많았다. 그렇지만 나는 좋은 자극으로 삼으려했다.”

-억울하지는 않았나?
“억울?. 허허.”

-지난 20일 서울시의회가 교권조례를 재의결했다. 교과부는 다시 대법원에 제소를 하겠다고 하는데.
“교과부가 제소를 다시 하는 건 억지다. 교과부가 상위법 위반이라고 하는데 어딜 봐도 그런 내용이 없다. 교과부가 ‘교권조례는 수업 교재 선택에서 교사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어 교장의 권한을 침해하고 좌파 성향의 교재 등으로 수업을 해도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런데 교권조례의 관련 조항을 보면 제4조 2항에 ‘교원은 법령에 따라 교재 선택 및 활용 등에 대해 자율권을 갖는다’고 되어 있다. 좌파 성향의 교재로 수업을 한다고? 법령에 따라 해야 하는 것이다. 도대체 여기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건가? 학생인권도 교권도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다.”

-학생인권조례, 교권조례, 교사 특별채용, 파견교사 등에서 교과부와 싸움이 잦았다. 왜 그랬나?
“정말 집중적이고 집요한 공격을 받았다. 누가 싸움을 걸었나? 교과부가 먼저 걸었다. 심지어는 다른 교육청이 공포한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조례의 똑같은 내용까지 트집을 잡았다. 이건 교과부가 직선 교육감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횡포다. 묘한 위기감만 표출한 것 같다. 사실 교과부가 정치적으로 부화뇌동했다는 생각도 든다. 일부 교직사회의 반발에 무책임하게 편승한 것이다.”

“누가 싸움을 걸었나? 교과부가 먼저 걸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안옥수 기자

-말 나온 김에 가까이서 본 교과부에 대한 평가를 해 달라.
“교과부가 직선 교육감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역주행하고 있다. 2008년 4월 학교자율화 추진방안에서 ‘교육자치를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해놓고서는 교과부장관 권한을 강화했다. 교육 관료주의의 주범은 교과부의 중앙집권이다. 상황이 이러니 교과부를 쳐다볼 수밖에 없다. 교과부가 바뀌어야 한다. 직선 교육감 시대에 걸맞게 유초중등교육은 최대한 교육감에게 맡기겨야 한다. 그런데 교과부는 권한을 강화하는 식으로 법령개편에 골몰하고 있다. 이전의 약속들은 약속이었던 것이다. 서울·경기 등 6개 교육청에 진보교육감이 들어서니까 그렇게 한 것이다.”

-교육청이 ‘일제고사는 낡은 시대의 발상’이라는 제안서를 교과부에 냈는데.
“교과부가 정말로 학교 책무성을 강화하려면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는 표집으로 가도 된다. 2007년까지는 3% 표집해서 국가 정책에 활용했다. 도대체 전집평가를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일제고사는 대단히 합리적이지 못한 제도다. 일제고사 폐기법에 기대를 걸고 있다. 5%만 표집해서 시행해도 충분하다.”

-하지만 교육감은 일제고사 선택권을 보장하는 공문을 보내지 않았다.
“교과부는 금년에 지침을 내리면서 기타결석 처리와 대체 프로그램도 운용하지 못하게 했다. 나는 이것을 옹졸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헌법적 가치인 양심의 자유를 위협하는 처사다.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공개적이고 평화적인 신념에 따른 거부 행위에 대해서 최대한 관용해야 한다. 이런 점을 알면서도 내가 선택권을 보장하지 못한 것은 국가 위임 사무인데다 교육감에게 특별한 권한이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교육감은 최근 한 교육단체 10대 공약 투표에서 ‘특목고·자사고(자립형사립고, 자율형사립고) 폐지’를 7가지 가운데 하나로 투표했다. 왜 그랬나?
“솔직히 이런 발언은 이전엔 자제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변화 가능성이 열리는 상황에서는 필요한 일 아니냐. 특목고와 자사고 폐지를 요구한 것은 중학생들을 입시경쟁에서 해방시키기 위해서다. 의무교육기간까지는 최소한 입시경쟁에서 해방시키자. 이들 학교는 기회의 창을 좁히는 역할을 한다. 교육 불평등은 모든 사회 불평등의 토대다. 선발권을 가진 학교들이 끼리끼리 능력 있고 돈 있는 집안 자녀들 모아서 교육을 시키는 체제는 적어도 중고등학교까지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서울엔 국제중도 2개 있고 자율형사립고는 27개나 되는데.
“자사고가 10000명이나 되는 상위권 학생들을 뽑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계고 타격이 굉장히 크다. 슬럼화 된다. 자사고는 실패한 정책이다. 자사고 입학 요건에서 50% 상위권 학생 규정을 없애면 존속할 수 있겠나. 국제중도 마찬가지다.”

-후보자 사후매수죄에 대한 대법 판결이 다가왔다. 심경은 어떤가?
“언제나 불굴의 낙관으로 산다. 그냥 최고 사법기관인 현명한 판단을 믿고 교육감 직에만 전념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이 후반기 계획을 안 물어본다. 하하. 하지만 나는 후반기 계획을 잡고 있다.”

-후반기 계획을 말해 달라.
“썩은 교육은 감옥에 보내고 낡은 교육은 박물관에 보내자고 했다. 상반기에 썩은 교육은 많이 해소했는데 낡은 교육을 새롭게 하는 데는 굉장히 한계가 있었다. 서울교육을 하루바삐 21세기 형 인재를 길러내는 공교육의 새 표준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21세기는 창의성과 감수성의 시대다. 사회성과 협동성의 시대이기도 하다. 마침 2015년 피사(PISA, OECD학업성취국제비교연구)가 이런 걸 지금 테스트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안옥수 기자

-피사 2015를 위한 구상이 무엇인가?
“피사 2015를 계기로 삼아서 정말 경쟁에서 협동으로, 지식교육에서 비판적 사고력 교육으로 문제풀이교육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협동능력 교육으로 변화를 꾀하려고 한다. 결국 이것이 혁신학교가 지향하는 수업혁신이다. 발표토론형 수업, 프로젝트형 수업, 모둠협동형 수업을 위해 최대한 가보려고 한다. 새로운 교육과정과 새로운 교수학습방법 등을 전면화 해야 될 시점이 왔다. 교사연수가 이런 방향으로 꼭 필요하다. 연수체제도 바꿀 것이다.”

“뼈저리게 느낀 건 선생님 자발성이 동력이란 것”

-끝으로 교사들에게 하고픈 말을 해달라.
“제가 2년 동안 뼈저리게 느낀 게 있다. 높이 있는 교육감이 주도하는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선생님들이 같이 손뼉을 쳐줄 때 현장이 바뀌고 교육이 바뀌는 것이다. 선생님들이 동력이고 희망이다. 학교는 관료제의 말단 조직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들의 자발성을 동력으로 삼아야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선생님들을 존중해야 한다. 이런 점이 아주 뼈저리게 와 닿았다. 선생님 존중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이들을 향한 것이다.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점을 실감했다.”
덧붙이는 말

이 기사는 7월 16일치 지면 <교육희망> 3면에 실린 인터뷰 내용을 더욱 자세하게 풀어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