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잠자기도 힘든 폭염기인데, 여름방학은 폐지했다고?

[발굴] 경기 성남 한 고교, 방학 없애고 7교시 수업...학부모들 항의

경기 B고의 학교교육과정운영계획서에 실려 있는 학사일정. 7월 23일부터 2학기가 시작되고 줄곧 수업을 벌이다가 8월 9일부터 4일간만 '학기 중 방학'이 잡혀 있다.

폭염 주의보가 내린 25일, 경기도 성남에 있는 한 공립 고교가 벌써부터 2학기 정규수업과 보충수업에 들어갔다. 이 학교는 올해 여름방학을 없애고 지난 23일부터 2학기 학사일정을 곧바로 진행하고 있는 것.

여름방학 없이 벌써 2학기 시작, 왜?

경기 성남의 B고는 이날 “올해는 여름방학 대신 학기 중 방학을 8월 9일부터 4일간(휴일제외)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학교 1∼3학년 학생 793명은 폭염주의보 속에서도 정규 2학기 수업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고교의 여름방학은 보통 25일 정도. 하지만 이 고교처럼 정규 국공립 고교가 여름방학을 없앤 것은 전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경기도교육청 한 과장은 “해당 고교가 대안학교이냐”고 기자에게 반문하기도 했다.

여름방학을 없앤 이유에 대해 B고교 최 아무개 교감은 “오는 11월 수학능력시험 이후 교육과정 파행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또 다른 학교 관계자들은 “수능에 대비해 입시교육을 시키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라고 말했다. 실제 ‘여름방학 폐지’ 소식을 뒤늦게 안 일부 학부모들은 이달 들어 학교를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여름방학이 사라지자 교육과정 파행과 무단결석생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학교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예체능계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 10여 명이 학원 등의 캠프에 참여해야 하는데 방학이 사라져 무단결석을 해야 할 상황이며 교원들도 여름방학에 실시되는 교감연수와 일급정교사(일정)연수에 참여 하느라 수업결손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이 학교 교원 52명 가운데 수업을 해야 하는 교사 3명은 교감연수(1명)와 일정연수(2)에 참가할 예정이거나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일부 교사들은 여름방학 때만 진행하는 교수-학습 연수에 참여하려고 했지만 학교에서는 허락하지 않았다.

수업파행 우려에 학교 쪽 “수능 이후 파행 막기 위한 것”

이 학교 최 아무개 교감은 “예체능계 대학 진학을 원하는 10명 이하의 학생들이 캠프 등에 참여하려고 결석할 예정이지만 조퇴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면서 “연수를 받는 교사 3명 대신 강사를 채용했기 때문에 수업결손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최 교감은 또 “수능 이후 교육과정이 파행으로 운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올해부터는 겨울방학을 길게 하는 학사일정을 잡은 것”이라면서 “교육과정 편성은 학교장에게 권한이 있고 이번 결정과정에서 학부모와 교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학교는 여름방학 폐지에 대해 학부모와 교사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교 한 교사는 "여름방학 폐지를 담은 학사일정을 만드는 과정에서 교사들의 직접적인 동의 없이 학교가 강행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말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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