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뿔난’ 기간제교사들, 한목소리 내기 시작했다

[카스트 교직사회, 못 참아 (3)] 전국기간제교사협의회 발족

전국기간제교사협의회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giganjeright) 메인 화면

기간제교사가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전국기간제교사협의회(아래 전기협)'를 발족했다. 1일 발족한 전기협은 앞으로 기간제교사 성과급 집단 소송을 벌일 계획이다.

지금까지 기간제교사들은 회원 수 9만 명에 달하는 인터넷 카페 '전국기간제교사모임'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의사소통을 한 바 있다. 또 '전국기간제교원연합회' '기간제교사노동조합' 등의 모임도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직접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고자 기간제교사들이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기협의 '기간제교사 성과급 집단 소송'은 지난 6월 28일 1심 승소한 성과급 소송과 관련이 있다. 지난해 5월 전교조의 기획소송으로 기간제교사 4명이 '기간제교사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7월 12일 전교조는 '기간제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설 경우 집단소송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다. 이후 전·현직 기간제교사 6명이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기협이 구상된 것.

전기협, 10월 초에 정부 상대로 소송 걸 계획

전기협의 주요 사업은 ▲ 기간제교사들의 성과급 집단 소송 ▲ 불공정 채용 소송 ▲ 차별의 시정 등이다. 이 중 성과급 집단 소송 준비는 현재 전기협 활동의 핵심적 당면 과제다. 지난 7월 15일부터 회원 모집을 시작해 현재까지 전기협에 가입한 이는 약 280여 명이며 이 중 80여 명이 집단소송 의사를 밝혔다.

전기협은 9월 말까지 원고를 모집해 10월 초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기간제교사들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원고가 될 수 있는 이들은 2009년부터 현재까지 각 년도 실근무기간이 2개월 이상이고, 각 년도 성과급 지급기준일인 12월 31일 당시 재직한 공·사립 기간제교사다. 2009·2010·2011년도 중 한 해만 해당돼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현직 기간제교사가 아니어도 된다.

전기협의 일원이 돼 기간제교사 성과급 집단소송에 참여하고 싶은 이들은 전기협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안내에 따라 해당 서류들을 제출하면 된다. 민주노총 법률팀이 소송대리를 맡고 전교조가 홍보 및 사무 비용을 지원한다.

한편, 전기협은 "최근 인천시교육청의 '기간제교사 초과근무 자제 협조' 공문이 법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기간제교사에 대한 차별인 만큼 해당 공문 취소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관련기사 : "인건비 절감"... 기간제교사 울린 '슬픈' 공문).

전기협 발족 준비위원들은 누구?
전기협 발족을 준비한 6명 중에는 지난 6월 28일 승소를 거둔 성과급 소송의 원고 김아무개 교사가 있다. 이미 승소한 김 교사는 이번 집단소송과 무관하다. 그럼에도 전기협에 참여하는 이유를 묻자 김 교사는 "내가 성과급 소송에서 이길 수 있게 도와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이렇게라도 갚고 싶어서"라며 "성과급 소송 외에도 그간 기간제교사 생활을 하며 느낀 차별 문제들을 시정하기 위해 뭔가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다른 준비위원 차아무개 교사는 실명보다 '노량진녀'로 유명하다. '노량진녀'는 노량진에서 1년 동안 공통사회 과목 임용고사를 준비했으나 정작 전국에서 1명도 뽑지 않는다는 공고를 보고 분개해 '노량진녀'라는 명찰을 달고 '임용고사 사전예고제'를 주장해 붙여진 별명이다. 이후 차 교사는 사전예고제와 관련해 "이주호 장관에게 데이트를 신청합니다"라며 교과부 앞에서 러브레터 형식의 유인물을 배포했다. 그 결과 차 교사는 이 장관과의 면담 끝에 사전예고제를 현실로 만들었다. 현재 교육복지포럼의 일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차 교사는 "노량진녀를 시작으로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알았다"며 "그런데 우리는 여섯, 아니 전기협 회원수로 따지면 현재까지만도 300여 명이다, 그런 우리가 뭉치고 목소리를 내면 못 이룰 것이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기협 준비위원 중에는 전기협 구상 전부터 이미 원고들을 모으며 성과급 소송을 준비해온 이도 있다. 상담교사포럼 사무국장이기도 한 전아무개 교사는 이미 몇 달 전부터 '전국기간제교원연합회'를 만들어 자체적으로 성과급 소송을 준비했다. 그러던 차에 전기협 결성 소식을 듣고 조직을 하나로 통일해 전기협에 적극 참여하게 됐다. 전 교사는 "본래 정교사가 된 뒤 문제 해결에 뛰어들려고 했으나 나보다 젊은 교사들이 뭔가 해보려고 하는 모습에 감동받아 조금 일찍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9년 차 기간제교사'라는 최아무개 교사는 동참 이유를 묻자 드라마 <추적자>에서 '이 나라 국민들이 동윤이한테 속고 있다고 생각하나, 집 가진 놈은 집값 올려준다카제, 월급쟁이한텐 봉급 올려준다카제, 다 저희들에게 이익이 되니 지지하는기다. 아 그런데 집값 올려준다캐서 지지한다카면 부끄럽다아이가. 그러니 개혁의 기수다 뭐다 해서 지지한다고 속이는 기다'라고 한 서회장의 명대사부터 언급했다. 최교사는 "그 대사처럼 사람들이 정말 사회문제를 몰라서 가만 있는 게 아니다, 기간제교사 문제도 바로 그렇다"라며 "학교 관리자들은, 또 교육청과 교과부 사람들은 기간제교사들이 얼마나 차별받는지, 성과급도 못받는 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다 안다, 알면서 모르는척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9년의 기간제 경험 속에서 그들이 알아서 우리에게 뭘 해줄 것이라고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음을 배웠다"며 "우리 문제는 우리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전기협 동참 이유를 밝혔다.

이외에 현재 기간제교사는 아니지만 준비위원인 이들도 있다. 같은 학교에서 기간제교사로 근무했던, 최근 정교사가 된 김아무개 교사와 박아무개 교사다. 이들은 "함께 근무할 때 나중에 정교사가 되면 꼭 문제를 제기하자고 결심했다"며 "그 약속을 지키고자 동참했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말

오마이뉴스에도 송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