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학교혁신’ 열의에 힘 못 쓴 무더위

[현장] 31일 충남 아산 학교혁신리더십 연수와 연극만들기 연수

지난달 31일 충남 아산 선문대학교에서 진행된 학교혁신리더십 과정 중에 교사들이 '학부모의 학교 참여'를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최대현 기자.

“학교와 학부모의 소통과 협력이 학교를 새롭게 바꾸고 학교의 교육력을 올립니다. 그러나 실제 학부모가 교육활동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기게 되지요. 지금부터 5~6명씩 모둠을 이뤄 학부모의 학교 참여와 관련된 문제들을 같이 토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달 31일 오전 11시경 충남 아산 선문대학교 인문관 345호실. 박준표 경기 월문초 교사의 안내에 따라 ‘학부모의 학교 참여’를 주제로 교사들이 여섯 모둠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40분쯤 지나 각 모둠이 토의한 내용을 전체 교사들과 공유했다.

“현재 학부모 간 갈등으로 지난주에 학부모회장과 임원진 등이 그만하겠다고 하는등 위기가 정점에 도달해 있는 상태예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이 됩니다”

“서울이나 경기 등 진보 교육감, 준비된 학부모 등에서 비롯된 모범 사례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런 것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농촌에서 학부모 참여와 지역사회 연대를 어떻게 이끌어낼지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토론이 끝난 후 모둠별 발표내용을 듣는 교사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최대현 기자.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3박 4일간 진행된 학교혁신리더십연수 과정. ▲학교경영 구상도 만들기와 ▲학교혁신 유형과 리더십 ▲학교진단과 해결방안 ▲학부모 참여와 지역사회 연대 등 다채로운 내용과 사례 중심으로 진행된 이번 연수 과정은 전국 각지에서 50여 명의 교사가 참여했다. 청강하러 온 교사들도 눈에 종종 띄어 새로운학교를 향한 현장 교사들의 기대와 열망을 짐작케 했다. 특히 대구와 경북, 울산, 부산 등 보수교육감 지역의 교사들이 많이 참여해 새로운 학교를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서로 고민을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조원필 울산 동평초 교사는 “꿈만 꾸던 교육이 실제 여러 형태로 실현되는 걸 보고 교육에 아직 희망이 남아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울산은 서울이나 경기 등과 사정이 많이 달라 답답함이 여전히 남아있는데 개인적으로 이러한 답답함을 풀 수 있는 지점이 어디있을지 찾아봐야겠다는 고민거리를 안고 간다”고 말했다.

“학교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아 지쳐있었는데 극복사례를 듣고 힘을 얻었다”며 권효진 인천여상 교사는 “특히 존중과 배려의 교실 만들기 강의를 들으면서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해가면 좋을지 실마리를 얻었다. 먼저 학년 단위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어떻게 맺어갈지 실천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성완 대구 능인중 교사는 “대구에서도 새로운학교를 향한 움직임이 있는데 잘 되든 잘 안 되든 지금 상황보다 더 나빠지진 않을 것 같다”며 “교사들이 먼저 준비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은데 3박 4일간 배운 것을 바탕으로 일단 움직여봐야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수를 기획한 스쿨디자인21의 김주영 경기 흥덕고 교사는 “지역에서 새로운학교를 열어갈 활동가를 교육하기 위한 강사 양성 과정”이라며 “민주적 자치 공동체, 전문적 학습공동체, 자율운영체제 구축, 교육과정의 다양화와 특성화를 주요 내용으로 삼아 교사들이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워크시트를 주 교재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2시 무렵 진행된 학교혁신리더십연수 과정 수료식에서 박미자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첫날부터 같이 생활하며 보는 선생님들 모습에 행복하고 즐거웠다”며 “선생님들이 행복하게 공부하는 걸 보니 우리 아이들의 미래도 행복할 것 같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지난달 31일 충남 아산 순천향대에서 열린 연극만들기 직무연수에 참가 중인 교사들이 백인식 전국교사연극모임 연구부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최대현 기자.
연극만들기 연수에 참여 중인 교사들이 정육면체 상자를 이용하여 자살하려는 사람과 이를 말리는 사람의 모습을 연출했다. 최대현 기자.

같은날 오후 3시 무렵 충남 아산 순천향대 학예관 무용실에서는 ‘학교축제활성화를 위한 연극 만들기’ 연수가 진행되었다.

연수 이틀째인 이날 진행된 프로그램은 바로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무대만들기 실습. 30여 명의 교사가 네 모둠으로 나눠 의자 10개와 정육면체 상자 6개, 커다란 천, 전지 20장 등을 재료로 장면을 만들고 있었다.

“정육면체 큰 상자가 6개 있죠? 이중 5개를 한데 모아두고 나머지 한 개를 다른 곳에 떼어둡니다. 육면체 5개 위에는 한 명만 눕도록 하세요. 나머지 육면체 1개 위에는 그 한 명을 제외한 다른 모둠원이 다 함께 올라가 서로 껴안고 서있으시고요. 여기서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는 뭘까요? 바로 고독입니다. 이런 식으로 각 모둠원이 돌아가면서 한 장면을 제안하고 몸을 풀며 즐겁게 놀아보세요”

31일 충남 아산 순천향대에서 진행된 연극만들기 직무연수에서 의자 작업 모둠 교사들이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타 타는 장면을 연출했다. 최대현 기자.

백인식 전국교사연극모임 연구부장(인천 광성고)의 설명에 따라 정육면체 모둠 교사들은 탁자를 만들어 담소를 나누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고 옥상에 올라가 자살하려는 학생과 이를 말리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줄곧 활기차게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이승희 강원 속초중 교사는 “학교에서 영어연극반을 지도하고 있는데 배우로서 내가 먼저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에서 참여하게 되었다”며 “5박6일의 빡빡한 일정이라 걱정했는데 막상 와보니 많은 것을 배우며 즐겁게 놀 수 있어 몸과 마음이 재충전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백인식 연구부장은 “오늘 하는 작업은 낯선 사람들끼리 몸으로 소통하고 장면을 만들면서 경직되고 사실의 틀에 갇혀있는 몸과 마음을 풀어가는 과정”이라며 “먼저 맘껏 풀어내야 무대에서 이야기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