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임신에도 등급이 있다니... 억울해 눈물이 납니다.

[카스트 교직사회(2)] 보호받지 못하는 모성, 기간제교사의 임신

"결혼 7년 만의 임신 소식. 하지만 교감은 형식적인 축하 인사조차 없었다. 교감은 얘기를 듣자마자 '계약서에 (임신과 관련해) 어떻게 썼느냐'고 물었다. 나의 임신과 관련해 교감이 궁금해 한 것은 '임신 시 퇴사 조항이 계약서에 있었는가'라는 것뿐이었다. 교감은 '교감 연수에 간 적이 있었는데 다른 학교 교감들이 임신 시 퇴사 조항을 넣어 계약서를 (기간제교사들이) 쓰게 하라는 말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는 '(출산휴가를 사용할 경우) 기간제 자리에 어떻게 또 기간제를 두느냐'며 '당신 맘대로 하라'는 뼈있는 말을 남겼다."(OO고 기간제 교사 김아무개씨)
 
"뱃속 아이에겐 미안하지만 '기간제 주제'에 임신을 했으니 걱정이 태산이다. 몇 달 전 임신을 한 동료 기간제교사를 두고 정교사들이 뒤에서 하던 말들이 생각난다. 그들은 '임신해서 출산휴가를 요구하거나 그만둘 거면 기간제근무를 대체 왜 시작했나' '그 정도도 조절 못하면서 무슨 기간제교사 근무를 하나' 등의 비난 섞인 말들을 나눴다. 아무래도 이번 학기를 마치고 사직해야 할 것 같다."(△△고 기간제교사 이아무개씨)
 
지난달 28일, 성과급 지급에서 기간제교사를 배제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당연한 원칙을 확인했을 뿐더러 그간 기간제교사들이 얼마나 차별 받아왔는지도 세상에 알렸다. 하지만, 기간제교사들은 "성과급 미지급만이 문제가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차별은 너무 심각하다"고 말한다. 위 사례들처럼 임신에 관한 차별이 그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 김동현 사무관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임신 시 출산휴가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한다. 김 사무관은 "고용보험 가입 직후부터 누구나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며 "특히 고용보험금을 출산휴가종료일 기준 180일 이상 납입했다면 출산휴가비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 사무관은 출산휴가를 이유로 퇴사를 요구받는 경우에 대해 "근로기준법 23조 2항 위반으로 5년 이하 징역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신 시 퇴사' 조항과 관련해서는 "남녀고용평등법 7조 2항과 11조 2항을 위반하는 위법한 계약"이라며 그런 계약은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많은 기간제교사들이 이런 내용들은 '원칙'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교감, 교장을 '잘 만나' 출산휴가를 받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 임신을 했을 경우 직·간접적으로 사직을 종용받는다는 것. 또, 이 경우 "학교 바닥에 소문날 것이 두려워 항의할 수조차 없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임신을 미루고 있다는 한 기간제교사는 "곁에서 임신했다고 축하받는 정교사를 보거나, 왜 아이를 갖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털어놨다.
 
정교사와 기간제교사의 임신... 확연히 다르다
 
정규 여교사들의 경우, 이런 일들은 그야말로 '남의 얘기'다. 정규 여교사들은 산전휴가, 출산휴가는 물론이요 최대 3년의 육아휴직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같은 '엄마 교사'인데도 이렇게 다른 사정은 때로 '엄마 기간제교사'들의 마음을 찢어놓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육아휴직을 한 정교사를 대신해 기간제근무를 하던 A씨는 지난해,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하게 됐다. 다행히 출산예정일은 계약 기간 후. 몸과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A씨는 계약 종료 시점이었던 시기인 2012년 2월까지 근무를 계속하기로 결심했다. 무엇보다 담임을 맡은 학급을 끝까지 책임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초, 교감으로부터 난데없는 통보를 받았다. '육아휴직 중인 정교사가 12월 방학식 이후 복직하기로 했으니 계약기간을 조정해 그때까지만 근무하라'는 것이었다.
 
A씨는 눈물이 차올랐다. 2월 종업식에서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하기도 전에 학교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서러웠다. 또 현실적으로 2개월 분의 월급과 명절 보너스, 퇴직금 등 7백여만 원의 돈을 받지 못하는 것도 억울했다.
 
대신 복직하는 정교사는 방학 중 별다른 업무 없이 '어쩌면 A씨가 받아야 할' 2개월 분의 월급과 명절 보너스를 받을 게 분명했다. A씨는 12월에 돌아온다는 정교사에 대해 "자신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근무한 상대적 약자인 내게 정말 너무한다"며 "같은 엄마로서 이것은 너무도 비인간적인 '얌체짓'"이라고 꼬집었다.
 
본래 1년 계약을 했던 기간제교사 B씨는 그 해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전문상담교사 자격을 취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2월에 육아휴직 중이던 정교사가 돌아오면서 그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앞서 언급된 A씨와 마찬가지로 1, 2월 보수가 모두 날아간 것은 물론이었다. 기간제교사 B씨는 당시의 경험에 대해 "어떻게 타인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없느냐"며 "그 뒤 정규 여교사들에 대한 적대감 같은 게 생겨버렸다, 이런 행위는 정말 '얄밉다'"고 말했다.
 
기간제 '예비 엄마' 교사들의 고민은 단 하나
 
정규 여교사들의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과 관련한 고민은 기간제교사들에게는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행복한 고민'일 것이다. 임신한 기간제교사들이 고민하는 것은 '언제 휴가·휴직을 쓰고, 언제 복직해야 금전 손실과 노동 강도를 최소화하는가' 따위가 아니다. 오로지 '어떻게 해야 퇴사를 피할 수 있을까'라는 것뿐이다.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라며 도처에서 출산장려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기혼자들에게 임신은 간절한 소망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사회의 기혼 기간제 여교사들은 임신을 기뻐할 수만은 없다. 임신이 곧 '해직'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간제교사의 모성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것은...
 
서울시교육청 중등인사담당 박재식 장학사는 "기간제교사와의 계약 시 학교 측이 임신 사실을 알았거나 기혼 여성이라 예측할 수 있다면 당연히 출산휴가를 보장해야 한다"며 "(정교사와 마찬가지로 기간제교사들도) 임신·출산휴가·보건휴가·육아시간 사용 등을 모두 보장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임신 시 퇴사'라는 내용의 계약에 관련해서는 "처음 듣는 얘기지만, 부당한 계약으로 보인다"며 "그런 경우 교육청에 신고하면 학교에 시정 명령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박 장학사는 육아 휴직·출산휴가 중이었던 정교사가 방학 전 복귀해 기간제교사가 방학 월급 등을 못 받는 문제에 대해서는 "안 그래도 그런 문제가 종종 보고되고 있는데, 이는 계약직 교원의 근무 안정뿐 아니라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못해 교과부와 일선 교육청들 모두 복직 시 학기 단위로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기 단위 복직은 교육청의 권장과 지도일 뿐 강제력은 없는 게 사실이다. 박 장학사는 "이 때문에 육아 휴직·출산휴가를 떠났던 정교사의 방학 전 복귀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사립위원장 노년환 교사는 "방학 중에도 교사들은 학생들에 대한 추후 지도와 자기연수, 업무 처리 등을 하게 되는 만큼 기간제교사들의 방중 보수는 보장돼야 한다"며 "정책 마련도 중요하겠지만, 정교사들이 자신의 휴직 기간을 대체해 일하는 기간제교사들에 대한 배려심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말

오마이뉴스에도 송고합니다. 기사의 사례는 일부 기간제교사, 정교사들의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