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학교폭력 조치사항 생기부 기재 안 하면 징계’ 한다니

교과부 전북지역 학교에 직접 공문 시행, 직권남용 지적도

교과부가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을 적지 않을 때는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혀 물의를 빚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전북지역의 학교로 직접 보낸 공문에서 확인됐다.

교과부는 지난 달 말 전북지역의 초‧중‧고교로 보낸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에 따른 학교생활기록부 관련 안내’ 공문에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폭자위)의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사항과 같이 학교생활기록부에 반드시 입력해야 할 사항을 고의로 누락하는 경우에 해당 교원은 법령 위반으로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징계 안 받으러면 제자 학교폭력 생기부 기재하라고?

교과부가 지난 달 전북지역 학교에 직접 보낸 폭자위의 가해자 조치사항 생기부 입력 관련 공문. 징계를 할 수 있다는 문구가 선명하다.

이 공문과 함께 가해학생 조치사항과 관련한 구체적인 입력 사항도 알렸다. 교과부는 폭자위가 사회봉사‧출석정지와 같이 두 개 이상을 한 번에 조치하거나 가중한 사항도 생기부에 모두 입력하도록 했고 낙인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해학생의 행동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됐을 때 변화된 내용을 충분히 입력하라고도 했다.

공문을 본 교사들은 황당해 했다. 전북 익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징계를 안 받으려고 제자들을 5년 동안 사실상 범죄를 저질렀다는 낙인을 찍는 생기부 기록을 해야 하는 거냐. 이게 교과부가 할 짓인가”고 되물었다.

교과부가 이 같은 방침을 세운 것은 생활기록부 전과자 양산을 우려한 상당 수 교사들이 생활기록부 기록을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전교조 광주와 충북, 부산, 경기지부 소속 교사들은 지난 4~5월 “교과부의 반교육적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사항 학생부 입력 지시를 거부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특히 전북도교육청은 교과부 지침과 달리 ‘명백한 형사범죄 수준’만 기록하도록 하는 지침을 세웠다. “낙인찍기 논란이 있는 학교폭력 처분 사항까지 세세하게 기록하는 것은 인권침해”로 봤기 때문이다. 사실상 교육청 차원에서 폭자위의 가해자 조치사항 생기부 기록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교과부가 전북지역의 학교에만 직접 공문을 보낸 것도 이 때문이다. 통상 교과부는 시‧도교육청을 통해 학교현장에 공문을 보내왔다. 교과부는 “전북교육청이 관련 공문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아 전북교육청 각급 학교에 직접 안내하오니 적극 협조해 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이게 무슨 코미디 같은 경우인지 모르겠다”면서 “인권침해 요소가 있는 교과부 지침과 다르게 형사범죄 수준만 하는 기존 방침은 변화가 없다. 생기부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징계를 하거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오동선 전교조 전북지부 정책실장은 “교과부를 직권남용으로 고발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이달 중순 생기부 기재 효력 여부 판결 나올 듯

또 교과부의 이 같은 움직임이 학교폭력 생기부 기재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판결을 의식해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북의 한 중학생이 전교조 등과 함께 지난 달 13일 ‘교과부 훈령에 의한 학교폭력 생활기록부 기재 관련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가처분’을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이들은 “생기부 기록은 법률유보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해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한 판결이 이르면 이달 중순 나올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장관호 전교조 정책실장은 “법적 근거가 없는 학교폭력 관련 생활기록부 기재 강요는 학생에 대한 또 다른 폭력”이라고 규정하며 “더구나 헌법소원이 진행되는 조건에서 교과부가 시도교육청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단위학교에 공문을 보내 생기부 기재 강요를 협박하는 것은 시도교육청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