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와 생활카드, 인권침해 소지”

인권위, 학교폭력대책 개선 권고...조율 거친 교과부 “반영하겠다”

교과부가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해 장기간 보존토록 하고, ‘요주의’ 학생을 관리하는 학생생활도움카드(생활카드)를 작성토록 한 것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원회는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종합정책’ 권고문(20개 분야 52개 정책)을 국무총리, 교과부장관, 17개 시도교육감 등에 보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인권위 권고문을 깊이 있게 검토해서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혀 정부가 올해 2월에 내놓은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에 대한 일부 손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학생부 기재와 생활카드 작성 거부운동’ 힘 실릴 듯

교과부가 예시한 학생생활 도움카드.

이에 따라 “학생부 기록은 전과 기록이며 생활카드제는 사찰카드”라는 이유로 작성 거부운동을 벌여온 일부 시도교육청과 교사들의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이날 발표한 학교폭력대책에 대한 권고문에서 “교과부가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고 초중등학교는 5년 뒤, 고등학교는 10년 뒤에만 삭제 가능토록 한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기록이 장기간 유지되어 입시와 취직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일시적 문제행동으로 사회적 낙인이 찍힐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졸업 전에도 위원회 등의 심의를 통해 학생부 기록을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중간삭제제도를 도입하는 등 학생부 학교폭력 기재가 또 다른 인권침해가 되지 않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 “생활카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배 우려”

일명 ‘학생사찰카드’라는 별칭을 얻은 생활카드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개인 학생의 과도한 정보 수집, 정보 주체의 동의 없는 정보의 제공은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민감정보의 처리제한)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생활카드 활용에 대하여는 학생 인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 마련 등 인권적 관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 “개인정보 최소 수집, 민감정보 처리 제한 등 인권이 침해받지 않는 선에서 생활카드 작성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또 올해 1~2월에 교과부가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559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4월에 공개한 것은 해당 학교와 학생을 폭력학교와 폭력학생으로 낙인찍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는 교육목적상 필요 범위 안에서 제한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밖에도 이날 인권위는 ▲학생인권 보장이 포함되도록 초중등교육법 개정 또는 학생인권기본법 제정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에 인권교육 전담 부서 설치 ▲교원과 학생에 대한 유엔아동권리협약 교육 의무화 ▲교권존중을 위해 과밀학급 해소와 집중이수제 재검토 ▲학교에 1인 이상 정규직 전문상담교원 배치 등을 권고했다.

이번 종합정책 권고문은 지난 해 12월 11일 학생인권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권친화적 학교문화조성 연구기획단이 주도해 만들었다. 당초 올해 6월 중순쯤 발표 예정이었지만 상임위와 전원위 통과가 지연되어 이번에 발표됐다. 이미 전원위는 지난 달 9일 권고사항을 최종 의결했지만 현병철 위원장에 대한 연임 논란 등의 이유로 발표가 늦춰졌다.

권고문 내용 또한 인권침해를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권침해 가능성을 언급하고 일부 내용을 개선하는 수준에 그쳤다. 준비 과정에서도 인권위는 교과부와 2차례 조율과정을 거쳤다.

인권위 관계자는 “당초 기획단과 실무진이 마련한 내용이 상임위와 전원위를 거치면서 일부 수정됐다”고 귀띔했다.

교육시민단체 대표들이 지난 4월 6일 국가인권위에 학생부 학교폭력 기재 등에 대한 인권침해 진정서를 내고 있다.


교과부와 2차례 조율, 상임위 전원위 거치며 수정

한편, 인권위는 지난 4월 교육시민단체가 낸 ‘징계에 대한 학생부 기록과 생활카드제의 인권침해 진정’에 대해서도 사건을 침해조사과에 배정해 교과부 답변을 듣는 등 조사를 진행해왔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번 권고문과 별도로 진정 사건을 조사했지만, 이미 관련 권고문이 발표된 상황에서 생활부 기재와 생활카드제에 대한 인권침해 확정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는 지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교육시민단체들의 진정은 이미 관련 권고문이 나온 상황이라 실익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각하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6일 전교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흥사단교육운동본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등 15개 교육시민단체는 인권위에 “학생 징계에 대한 학생부 기록과 학생생활 도움카드제 시행은 인권을 침해하고 헌법을 위배했다”면서 진정서를 냈다.
덧붙이는 말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