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전교조, 학생부 학교폭력 기재 거부 지침

“기재 뒤 가해학생 교육적 지도 의미 상실”… 강원, 경기교육청도 거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거부한 교과부가 전북에 이어 경기와 강원도교육청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키로 한 가운데 전교조가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를 거부하는 투쟁을 벌이기로 해 주목된다.

전교조는 지난 21일~22일 진행한 421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이 같이 결정한 데 이어 ‘거부 지침’을 전국의 조합원에게 전달했다고 23일 밝혔다.

전교조는 “징벌사항이 기록되면 가해학생은 자신이 받아야 할 처벌을 모두 받는 것이 되어 스스로 성찰하고 변화해야 할 이유를 상실한다. 가해학생에 대한 교육적 지도가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이라며 “학교폭력사항을 학생부에 기록하는 것은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적 지도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교조는 교과부에 ▲인권위 권고 수용, 학생부 기재 방침 철회 ▲특별감사 중단 등을 요구했다. 또 시민사회와 정치권에 인권친화적인 학교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협의하는 범사회적 소통의 장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전교조는 지난 14일 전국 1만3000여 개 초중고에 보낸 ‘국가인권위 권고에 따른 학생부 학교폭력 사항 기재 보류 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에서 “학생인권을 존중하고 법적 다툼을 사전에 예방하는 취지에서 귀교에서도 학생부 기재를 보류하여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제안한 바 있다. “고3 학생이 대학입시 과정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협조해 달라”고도 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2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를 계속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김상곤 “교과부가 학교 현장 혼란 초래”

한편 김상곤 경기도교육감과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이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 보류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23일 오전 경기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생활기록부의 학교폭력 조치사항 기록을 계속 보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과부의 지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상곤 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분노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채택된 학생부 학교폭력 기재 대책은 정의롭지도 않을 뿐 아니라 법 상식에도 어긋나고 최소한의 교육적 가치도 고려하지 않은 폭력적인 대책”이라며 “한마디로 교육과 인권의 이름으로 허용할 없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은 위헌적, 위법적 요소를 지적하며 “헌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 법률로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과부의 지침 정도로 상급학교 진학 때나 취업 시에도 불이익을 주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교육감은 “법정신과 국내외 인권규범, 그리고 교육적 영향을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하는 교과부의 지침은 명백히 어린 아이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높다. 교육적으로 용납하기가 어렵다”면서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 보류는 교과부가 교육계와 국민들의 의견을 널리 들어 아이들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히며 학교폭력 미기재 입장을 확인했다.

김 교육감은 곧 있을 대학 입학 전형에 제출될 학생부도 학교폭력과 관련한 기록을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대학당국에 “입학 심사 때 평가자료로 학생부의 학교폭력 관련 기록을 활용하는 것을 유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해당 학생에게는 당락의 결정적 영향을 끼쳐 너무도 억울한 일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고 그 자체가 학생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교육감은 또 특별감사를 실시하는 교과부에 대해 “교과부가 그토록 염려하는 ‘학교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는 권한남용이고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육감은 “국가 교육정책의 최고 결정기관인 교과부가 앞장서서 비교육적, 반인권적 정책을 결정하고 폭력에 가까운 방식으로 강제하는 참으로 안타까운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교육청 “자기와 가치 다르다고 특별감사는 길들이기”

민병희 강원도교육감도 지난 20일 오전 강원도교육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국‧과장회의에서 “현재 교과부가 추진하는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는 교육적으로 옳지 않기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애초 세웠던 학교폭력 학생부 미기재 방침을 유지해 나간다”고 분명히 했다.

교과부의 특별감사에 대해서는 23일 보도자료를 내어 “학생의 중요한 정보를 기재할 경우 충분한 의견수렴절차가 있어야 함에도 교과부는 졸속적‧비교육적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교과부의 가치와 다르다고 특별감사 운운하는 것은 협박이자 시‧도교육청 길들이기와 다름없다”고 강원교육청은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원교육청은 소속 학교에게 “교과부의 외압에 흔들리지 말고 도교육청의 확고한 원칙을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교과부는 경기와 강원교육청에 대해 이르면 다음 주 특별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날 중으로 시정명령을 내린 뒤 오는 27일까지 이행하지 않으면 기재 보류 조치를 직권으로 취소하고 학교에 직접 안내하겠다는 것이 교과부의 계획이다.

또 교과부는 학생부 기재 방침을 따르지 않는 학교장과 교사에게 책임을 묻는 등 엄중 조치하기로 해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