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가해자 인권만 생각? 이것은 위헌과 위법의 문제”

[인터뷰] ‘학생부 기재’ 맞서 200시간 밤샘근무 나선 김상곤 경기교육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태풍 ‘볼라벤’이 불어닥친 29일 밤 9시 20분쯤.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경기도교육청의 현관문이 확 열렸다. 이어 10여 명의 교과부 감사단원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학교폭력 징계 내역을 기재하라는 교과부 지시를 거부한 경기도교육청에 대해 밤늦게까지 특정감사를 벌이고 나오는 것.

밤 9시 30분, 교과부 감사단은 퇴근-김 교육감은 밤샘근무

한 감사단원은 “내일도 일찍부터 감사하려고 교육청 앞에 우리들 숙소를 잡아놓았다”고 말했다. 하루 전인 지난 28일 오전 9시부터 시작한 특감은 200시간쯤이 흐른 9월 4일쯤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곧바로 도교육청 본관 3층에 있는 교육감실로 갔다. 김상곤 교육감(63)이 퇴근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200시간 연속 비상근무를 하기 위해서다. 8일간에 걸친 교육청사 밤샘을 위해 간이침대도 마련해놨다. 얼굴이 피곤해보였다.

“부산에서 열린 교육토론회 끝나고 오늘 새벽 1시 40분에 교육감실에 와서 간이침대에 누었는데 거의 잠을 못 잤습니다. 허허.”

“과격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분이 왜 댁에 안 가고 밤샘 근무를 하고 있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대답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방침에 대해 여러 번 재고를 요구했고 교육적인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보류해 달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교과부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까지 거부하면서 학생부 기재를 강행하고 특감이라는 비겁한 무기를 들이댔습니다. 두 눈 부릅뜨고 감사단을 지켜볼 겁니다.”

앞서 지난 2월 교과부는 학교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해 학생부에 학교폭력 사실을 기재하도록 ‘학생부 작성 및 관리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지난 8월 1일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고 5년, 10년 뒤에만 삭제토록 한 것은 학생 낙인을 찍는 과도한 조치”라면서 “졸업 전에도 학생부 기록을 삭제할 수 있도록 중간삭제제도를 도입하는 등 인권침해가 되지 않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교과부는 이를 거부했다.

김 교육감은 “학생부 기재를 통해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할 수 있다는 사고는 지속적 폭력을 만드는 전근대적 폭력”이라면서 “이렇게 학생들을 낙인찍고 가슴에 주홍글씨를 새기게 되면 무서운 후과를 만들게 된다”고 우려했다. “졸업 뒤 5년 동안 기록이 남으면 학생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정상 생활을 못하고 더욱 폭력적인 사람으로 변질 된다”는 것이다.

이날 김 교육감은 학생부 기재 방침을 밀어붙이는 교과부를 겨냥해 “반교육적, 반민주적, 폭력적 행동”이라고 규정한 데 이어 “해외 사례 왜곡을 통한 기만행위까지 벌였다”고 강한 말투를 써가며 비판했다.

김 교육감과 인터뷰는 이날 밤 10시 30분까지 한 시간 동안 이어졌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집에 얘기했다. 옷 보내달라고”

-200시간 동안 댁에 안 가겠다는 것인가?
“특감 끝날 때까지는 안 간다. 집에다 얘기했다. 옷 보내달라고.”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이번 특감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교과부가 비겁한 무기를 들고 경기교육을 압박하는 것이다. 이런 폭력성과 반민주성은 아이들을 책임진 교사들의 양심에도 큰 상처를 주는 거다. 교과부 행태를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엊그제(27일) 교과부가 경기지역 초중고에 공문을 보냈다. 공문의 내용은 ‘교육감의 학생부 기재 보류 조치는 불법이니까 따르지 말라’는 것이었다.
“교육감을 따르지 말라는 공문이야말로 지방교육자치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것이다. 지방교육자치 시대에 법에 따라 보장된 교육감의 권한을 침해한 행위다. 교육감을 모함하고 (권위를) 훼손하는 그런 일은 반교육적이다.”

-교과부는 교육청의 ‘학생부 기재 보류’ 지시에 대해서도 직권 취소를 했는데.
“시정명령과 직권 취소에 대해서는 오늘 대법원에 취소청구 소송을 냈다. 교과부는 훈령으로 학생부 기재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건 법령이 아니다. 교육감은 훈령을 참조해서 교육적, 인권적 견지에서 학생부에 대한 지도 감독권을 갖고 있다.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없는데 직권 취소를 한 것은 교육감 권한을 무시한 행위다.”

-하지만 교과부는 초중등교육법에서 위임한 훈령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만든 ‘학생부 기재 지침’을 따르지 않는 것은 불법이라고 하고 있는데.
“헌법 37조를 봐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법률로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민감한 징계 정보를 기재하는 것은 기본적 권리에 관한 것이다. 이것은 당연히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게 헌법 원리다. 그런데 자신들이 만든 훈령으로 이것을 하겠다고 하니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학생부 제공에 대한 교육감의 지도 감독권한은 초중등교육법에서도 담고 있다.”

-‘학생부 기재 보류’에 대해서는 ‘가해자 인권만 생각하느냐’는 비판 목소리도 있다.
“이것은 단순하게 가피해자 인권을 따질 문제는 아니다. 그 이전에 교과부 조치가 위헌과 위법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학생부에 기재함으로써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할 수 있다는 사고체계가 지속적인 폭력을 만드는 전근대적인 폭력이다. 학생들을 낙인찍고 가슴에 주홍글씨를 새기게 되면 무서운 후과를 만들게 된다. 낙인 효과가 생성된 학생은 성인이 되어서 정상생활을 못한다. 더욱 폭력적인 사람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폭력 막으려다 지속적인 폭력을 생산하는 것이다.”

“가해자 인권만 생각? 이것은 위헌과 위법의 문제”

-교과부는 설문조사 결과를 기자들에게 주면서 ‘학부모와 교사들이 학생부 기재에 대부분 찬성한다’고 주장하는데.
“그 설문지의 질문이 ‘학생부 기재가 학교폭력 해결에 도움이 되느냐’는 내용으로 알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기재 안 하는 것보다는 기재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당연한 것 아니냐. 문제는 학생부 기재가 과잉금지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교과부의 설문 발표는 국민 감정을 기술적으로 활용하는 거다. 논리 비약이다.”

-그렇더라도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학생부 기재를 보류한 곳은 4곳뿐이다. 진보교육감 지역으로 분류되던 서울과 전남도 보류하지 않고 있다.
“두 지역은 그 나름대로 어려운 상황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영향을 받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교과부장관과 일부 여당 의원이 ‘해외에서도 한국처럼 학생부 기재를 한다’고 말하고 다니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프랑스는 학기별, 학년별로 기재 내용을 삭제하고 중등 과정이 끝나면 징계 내용은 모두 삭제한다는 것이 교육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가? 심지어 중국도 중간삭제제도를 갖고 있고. 이런 내용을 숨긴 채 해외사례를 왜곡하는 것은 기만행위다. 공직자로서는 해서는 안 될 행위다. 정부가 대중을 우민화하고 기만해서야 되겠나. 이것은 정부 품격의 문제다.”

-교과부가 올해 3월에는 소년법 적용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도록 했다가, 이를 취소하는 정정공문을 오늘 보냈다.
“그들이 얼마나 졸속으로 학생부 기재 지침을 만들었는지 반증하는 것이다. 임기응변적으로 행동하다보니 이런 저급한 수준의 정정공문을 뒤늦게 보내는 것이라고 본다.”

-소년원 송치라는 큰 문제도 학생부에 적으면 위법이란 것을 교과부가 인정한 공문으로 보이는데.
“그러니 말이다. 소년범죄를 학생부에 적는 것이 위법이어서 정정공문을 보낸 교과부가 아닌가. 그런데 ‘서면사과’와 같은 경미한 것까지 학생부에 기재토록 한 자신들의 지침에 대해서는 수정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형평성에도 어긋나고 과잉금지 원칙과 관련해서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해외사례 왜곡은 정부로서 해선 안 될 기만행위”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복안은 무엇인가?
“결국 학교문화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평화인권적인 문화를 정착시키면 학교폭력도 줄어들 것이다. 우리 교육청은 이전부터 많은 학교에서 학생 간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학생 중조인(仲調人)이 나서 문제해결을 도와주는 또래중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권보호헌장을 만들었다. 학부모들도 2450명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상담봉사를 하고 있다. 우리 교육청은 학교폭력 사실을 완전히 기재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이런 조치사항을 학교 내에서 보관하고 생활지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문제는 이것을 진학이나 취업에 활용토록 하려는 교과부의 행동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이런 것은 이중처벌이고 보복행위다.”
덧붙이는 말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