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사립학교 기간제교사, 한마디로 '봉'입니다

[카스트 돼버린 교직사회, 못 참아⑥-2] 사학법 개정이 필수

지난 2010년 전교조 서울지부가 서울 중등 사립학교 88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서울 소재 사립학교들이 기간제교사에 얼마나 크게 의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조사 결과, 서울 소재 중등 사립학교 중 30.7% 학교들의 전체 교사 대비 기간제교사 비율이 15% 이상이었다. 또한, 영동고(기간제교사/전체 교사 : 26/86·30.2%), 이대부고(28/98·28.6%), 미림여고 (20/70·28.6%), 양정고 (27/100·27%), 동명여고 (22/95·23.2%), 영신여고 (22/98, 22.4%) 등의 학교는 정교사 대비 기간제교사의 비율이 3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기간 정교사를 임용하지 않고 사람만 바꿔 계속 기간제교사를 채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 B고는 특정 과목에 10여 년간 정교사가 아닌 기간제교사만을 채용하고 있다.

정교사의 퇴임·명예퇴임·의원 면직·전보 파견 등으로 '결원 보충 사유'가 발생했을 때 신규 교원으로 정교사가 아닌 기간제교사를 채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2011년 1월부터 7월 사이에 서울 소재 사립학교들은 정교사들이 영구적으로 비운 자리(퇴임 등의 사유)의 70.98%를 기간제교사로 메웠다.


▲ 2011년 1~7월 현재 사립학교 신규 임용교원 현황(권영길 의원실 제공)

사립학교법 제54조의4 1항에 따르면 정교사의 휴가·휴직 등으로 인한 일시적 공백이나 한시적 교과목 수요가 있을 경우에만 기간제교사를 채용해야 한다. 그런데 기간제교사 비율이 유난히 높은 학교들의 경우 기간제교사 채용이 정교사의 일시적 공백이나 특정교과의 한시적 수요 때문만인지 의심스럽다.

대부분의 사립학교들이 정교사 자리에 기간제교사를 채용할 때 내세우는 사유는 '한시적 교과목 담당'이다. 2007년에는 서울 중등학교의 74.4%가 교육과정 개편이나 학급수 감축 예정 등의 이유로 한시적으로만 해당 교과목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한시적 교과목 담당'은 사립학교법 54조의4 1항 4호에 명시된 것이니 이 같은 채용은 '합법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전교조 사립위원장 노년환 교사는 "구체적인 학급 수 감축이나 교육과정 개편 계획 없이 막연하게 한시적 교과목 필요를 주장하며 기간제교사를 채용하는 것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며 "그 학교들의 상당수가 해당 법 조항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 채용 사유별 비정규직 채용 현황(2007년 서울의 중등 사학 301개교 대상)

특히 정교사 또는 기간제교사 채용 공고를 낼 때 '1년 뒤 정교사 채용 가능'을 공고문에 명시하거나 그와 같은 내용을 구두로 언급한다면 이는 학교 스스로 '그 자리는 본래 정교사를 임용해야 할 자리임'을 그리고 현재 해당 학교가 '사립학교법 54조의4 1항을 위반했음'을 인정하는 게 된다.

사립학교가 기간제교사를 사랑하는 이유


▲ 인터넷 포털의 한 기간제교사 카페. 하루에도 상당수의 채용관련 글이 올라온다.

그렇다면 이처럼 관련법 위반 의혹을 남기면서 사립학교들이 정교사가 아닌 기간제교사를 채용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비용 절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학의 교사들은 준공무원으로 사립학교에 소속됐다고 해도 급여는 학교법인이 아닌 교육청에서 지급된다. 그러니 비용문제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사립학교에서 기간제교사로 근무하며 희망고문을 겪어본 이들은 "마음대로 부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S고에서 희망고문을 겪고 이른바 '토사구팽' 당한 박씨는 자신에게 '1년 뒤 정교사 발령'을 약속했던 당시 S고 교감에게 학교를 떠난 뒤 "왜 나에게 그런 약속을 했느냐, 정교사 약속이 없었다면 나는 기간제교사 근무를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항의한 적이 있었다. 이에 교감은 "그것이 사립학교의 상식"이라는 말을 꺼냈다. 박씨가 상식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자 교감은 "정교사 약속이 있어야 기간제교사들이 최선을 다해 일한다"며 "그래서 우리 학교뿐 아니라 모든 사립학교들이 이렇게 하는 것이고, 그것이 이(사립학교) 바닥의 상식"이라고 설명했다.

S고 교감이 말하는 '사립학교의 상식'은 기간제교사들 사이에서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사립학교 기간제교사를 경험한 많은 이들이 '정교사 임용을 생각한다면 기간제교사 근무 동안 귀머거리, 벙어리가 돼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고백한다. 이들에 따르면 관리자들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기간제교사들은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해야 한다. 과도하고 무리한 업무들이 부여돼도 거부할 수 없으며, 학교법인 비리나 부당한 학교 운영을 목격해도 맞설 수 없다.

한편, 상대적 약자인 기간제교사는 같은 교사들 사이에서조차 악용되기도 한다. 학교법인, 관리자뿐만 아니라 정교사들 역시 기간제교사를 이용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다. 서울 D고에서 1년간 기간제교사로 근무한 노아무개씨는 "학교 측이 교문지도 등의 학생생활지도, 야간자율학습지도와 같은 고된 업무들을 기간제교사들에게 떠넘겨버렸지만 이를 부당하다고 말하는 정교사는 없었다"며 "그들은 오히려 기피 업무가 기간제교사들에게 넘겨지는 걸 반기는 눈치였다, 또 자신의 업무조차 순종적인 기간제교사에게 떠넘기는 정교사들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기간제교사에게 업무를 과도하게 부여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경기도 소재 K고등학교. K고는 기간제교사들에게 기숙사 사감 업무를 겸임시킨 바 있다. 학교에서 수업과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 외에 학생들이 잠드는 새벽까지 기숙사에서의 생활을 지도해야 하기에 이들에게는 개인생활이 거의 없었다. 이에 대해 이 학교에서 십여 년간 정교사로 근무했던 이아무개씨는 "우리 학교는 기간제교사들에게 많은 일을 시키지만, 그래도 근무 성적이 우수한 이를 정교사로 발령내기도 했다"며 K고를 '약속을 지키는 양심적인 학교'로 평가했다.

그러나 전교조 사립위원장 노년환 교사는 입장이 달랐다. 그는 "교사에게 기숙사 사감 등을 겸임시키면서 이에 순응한 이를 정교사로 발령냈다는 것은 과도하게 업무를 부여하기 위한 사립학교의 전형적인 꼼수"라고 비판한다. 이어 "그것이 복종형 교사를 만들어내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덧붙인다.

노 교사에 따르면, 학교와 동료교사들 사이에서 복종적인 기간제교사 근무 기간을 거치게 되면 정교사가 돼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여전히 선배 정교사들의 기피 업무를 떠맡기 일쑤며 전교조 등 교원단체 가입 조건을 갖춰도 대부분의 '길들여진 정교사'들은 전교조 가입은커녕 조용히 생활하게 된다. 학교법인이나 관리자 등의 불법과 비리·비민주적 운영을 목격해도 역시 조용히 못 본 척, 못 들은 척 하게 된다. 그래서 노 교사는 "사립학교에서 기간제교사 근무 후 발령을 내는 관행은 결국 '길들이기 과정'과 같다"고 꼬집은 것.

사립학교 희망고문이 채용 비리로 이어지기도...

정교사 발령을 약속한 기간제교사 근무는 '금전적 뒷거래'로 이어지기도 한다. 즉 학교법인이나 관리자 등이 정규 발령을 미끼로 기간제교사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때 기간제교사는 이를 거절하기 쉽지 않다. 특히 한 학교에서 오랜 기간 피 말리는 희망고문을 거듭 거쳤다면 더욱 그렇다. 지난해 한 중학교에서 기간제교사로 근무하다 정교사가 된 김아무개씨의 경우가 바로 그랬다.

김씨에게 그 중학교는 생애 첫 교단이었다. 사립학교의 채용 방식을 잘 모르던 그는 근무 중 선배 교사들로부터 "열심히 하면 좋은 소식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듣곤 했다. 이에 그는 희망을 품게 됐고, 최선을 다해 학교 생활을 해나갔다. 하지만 학교는 정교사 발령을 내지 않고 몇 년째 기간제교사 재계약만 이어갔다. 그 기간이 무려 7년. 7년이란 시간은 김씨에게 그 학교가 '내 학교'가 되기에도, 또 김씨의 속을 바짝바짝 태우기에도 충분히 길었다.

그런데 근무 7년째인 어느 날, 이사장이 그를 불렀다. 혹시나 하는 기대에 부푼 김씨에게 이사장이 꺼낸 것은 '돈' 얘기였다. 이사장 집안에 거액의 빚이 있는데 그중 교사들에게 빌린 돈만은 갚아야 학교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 테니 '1억 원을 기부하라'는 것이었다. 김씨뿐만 아니라 함께 근무해온 여러 기간제교사들 모두 이사장으로부터 동일한 제안을 받았고 이들은 고민에 빠졌다. 이들이 선배 정교사들에게 조심스레 고민을 털어놓자 선배 정교사들은 "학교법인이 살아야 교사도 산다, 어쩔 수 없으니 눈 딱 감고 돈을 마련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래서 김씨 등은 여기저기서 있는 대로 돈을 빌려 '기부'했고 꿈에 그리던 정교사가 됐다.

이후 이 사실이 드러나 김씨 등은 모두 교사직에서 파면됐다. 대부분이 가장인 탓에 이들의 가정에는 생활고가 찾아왔다. 또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은 부정한 교사라는 낙인이 찍혔다. 김씨는 이에 대해 "잘못한 것은 알지만 그래도 너무나 억울하다"고 말한다. 지난 1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씨는 "나는 마흔이 넘도록 한 학교에서 '조금만 기다려라' '곧 발령을 낸다'는 얘기만 들어왔다"며 "그런 내가 7년의 근무 기간 끝에 '돈 요구'를 받았을 때 어떻게 뿌리칠 수 있었겠느냐, '순결한 정의'를 위해 맨몸으로 그 학교를 나와 늦깎이 임용고사 고시생이 되거나 다른 학교로 원서를 쓸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내게는 원죄가 있다, 너무도 죄스럽고 부끄럽다"면서도 "하지만 나를 이렇게 만든 학교가, 그리고 이 사회가 너무도 원망스럽다"고 울음을 터트렸다.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은 "사립학교 기간제교사들에 대한 희망고문은 사학의 인사채용 비리와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올바르지 못한 방식으로 채용이 된 이는 이후 사학의 비리를 목격하게 될 때 이미 길들여졌기에 이를 세상에 알릴 수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기간제교사 근무 중 금전을 요구받고 이에 응해 정교사가 된 경우엔 문제가 더 심각한데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침묵은 필수이므로 더더욱 비리를 눈감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희망고문을 멈추는 길... "사학법 개정해야"


▲ 지난 1일 열린 '사립학교 비리, 이대로 둘 것인가?' 간담회 현장

업무를 과도하게 부여하며 길들이고, 심지어 뒷거래 우려까지 있는 '사립학교 기간제교사의 희망고문', 이를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지난 1일 국회 신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사립학교 비리,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주제의 간담회 자리에서 이 문제의 해법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전교조 사립위원장 노년환 교사는 발제를 통해 "대안은 이미 법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존재한다고 한 법 조항은 '사립학교법 제54조의4 1항'. 그런데 노 교사는 "사립학교법 54조의4 1항이 답이긴 하나 이제껏 이를 악용한 사학들이 있었으므로 사립학교법을 개정한 뒤 교육청이 이를 강력하게 시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 교사가 말하는 사립학교법 54조의4 1항의 개정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대부분의 사립학교들이 기간제교사 채용 사유로 악용하는 이 조항 4호의 '특정교과를 한시적으로 담당할 교원이 필요한 때'를 '학급감축·교육과정 개편 등으로 특정교과를 한시적으로 담당한 교원이 필요한 때'로 개정하는 것. 노 교사에 따르면 단위학교들은 학급감축이나 교육과정 개편 등의 계획이 있을 때는 교과부와 교육청에 5년치를 미리 보고하고 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 따라서 교육당국으로부터 그 계획의 진위 여부를 확인받은 경우에만 기간제교사를 채용하도록 한다면 더 이상 '무조건 한시적으로 해당 교과가 필요하다는 핑계'를 대지 못할 것이라는 게 노 교사의 주장이다.

노 교사가 주장하는 두 번째 개정은 54조의4 1항 위반과 관련 있다. 노 교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법의 미비 때문에 교육청은 해당 규정을 어기는 사학들을 제대로 제재할 수 없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 사립학교 기간제교사 업무 담당 주무관은 "사립학교 교원 채용 관련 법규나 지침 위반에 대한 민원이 들어오면 감사를 나가 조사도 하고 행정 지도도 하지만 학교법인이 적임자가 없어 정교사 채용을 못 하는 사정 등을 주장하면 다른 도리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노 교사는 "관련법을 위반하는 사립학교를 제대로 제재하기 위해서는 사립학교법 74조(과태료)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74조 개정의 구체적 내용은 '사립학교 교원의 임면권자가 제54조의4 1항에 의하지 아니한 기간제 교원을 임용하거나 허위보고를 한 때에는 과태료 얼마에 처한다는 처벌 규정을 첨가하는 것'이다.

노 교사는 교원 임용에 대한 감시 장치도 강조했다. 노 교사는 "사립학교 인사위원회의 교원 채용 심의 기능이 강화되고 교사 채용 관련 부패 신고자를 보호하는 규정이 필요하다"며 "그 두 감시 장치들이 사학의 투명한 교사 채용의 완성"이라고 설명했다.

노 교사가 발제한 '사립학교의 기간제교사 희망고문을 멈추기 위한 대안'에 대해 간담회에 참여한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했다. 정진후 통합진보당 의원과 유기홍 민주당 의원 등은 "노 교사가 제안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또, 간담회에는 참석하지 못했으나 평소 기간제교사들이 겪는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서윤기 서울시의원은 지난 13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교육청 조례안에서 사립학교법 54조의4항과 관련해 개정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국기간제교사협의회는 사립학교의 기간제교사 희망고문 해법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은 물론 사립학교 교원 임용의 국가관리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1970년대까지 시행됐던 순위고사의 부활이다. 순위고사란 공·사립 교원 모두를 국가가 선발시험을 통해 뽑는 것을 말한다.

전국기간제교사협의회의 일원으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임용고사 사전예고제를 제안한 차영란씨는 "전체 교원 임용을 국가가 관리하게 되면 정교사 인원을 확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교사 공고를 낸 뒤 적임자가 없다며 기간제교사를 채용하는 등의 불법적 관행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말

오마이뉴스에도 송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