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첫 적용 <녹색성장>교과서, ‘MB’ 냄새 물씬

[발굴] 내년 3월 적용 중학교 교과서 3종 입수해 살펴보니

내년 3월부터 중학생들이 배울 <환경과 녹색성장> 교과서.

내년 2월 이명박 정부가 사라진 뒤 곧바로 3월 1일부터 전국 중학교에 <환경과 녹색성장>(아래 <녹색성장>)이란 정식 과목이 탄생한다.

2008년 이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교육과정에 반영하라”고 지시한 뒤,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등이 주도해 이른바 ‘교과서 만들기 프로젝트’를 가동한 결과다.

석연찮은 교과서, 10대 녹색기술이 원자력?

교과서 <녹색성장>에는 ‘원자력을 10대 녹색기술’로 소개하는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 녹색성장위원회가 만든 자료가 녹아 있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13일, 내년 전국 중학생들이 배울 <녹색성장> 검정 교과서(전시본) 3종을 직접 입수해 살펴본 결과다.

전국 중고교생들은 1개 학년 동안 일주일에 2시간씩 <녹색성장>과 제2외국어, 한문, 철학, 보건 가운데 한 과목을 선택해 공부하게 된다. ‘녹색성장’은 이 대통령이 내세운 국가비전이다. 본딧말은 ‘저탄소 녹색성장’이다.

3종의 교과서를 살펴본 결과 ‘이명박’이나 ‘4대강’이란 단어는 들어있지 않았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을 옮긴 내용 등이 발견됐다.

㈜한국교과서가 만든 <녹색성장> 186쪽에는 녹색성장의 개념에 대해 다음처럼 설명했다.

“녹색성장은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로 새로운 성장의 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새로운 국가 발전 패러다임이다.”

이 내용은 이 대통령이 집권 첫 해인 2008년 8월 15일 ‘대한민국 건국 60년 경축사’에서 한 연설과 거의 같다. 당시 이 대통령의 발언이다.

“저는 ‘저탄소 녹색 성장’을 새로운 비전의 축으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녹색성장은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로 신 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 국가 발전 패러다임입니다.”

이 대통령은 이 연설로부터 14일 뒤인 같은 해 8월 29일 확대비서관회의에서 “내년도 교육과정에 녹색성장의 개념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로부터 1년 뒤인 2009년 8월 24일 녹색성장위원회는 <녹색성장> 과목과 교과서를 새로 만드는 내용을 담은 ‘녹색성장교육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이 밖에도 ㈜한국교과서가 만든 <녹색성장> 교과서(184쪽)는 ‘10대 핵심 녹색 기술’ 가운데 하나로 ‘미래 원자력’을 적어 놨다. 이 정부의 정책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원자력을 '10대 핵심 녹색 기술'로 소개한 한 출판사의 <교과서>.

3종의 교과서는 이 대통령 직속 기구인 녹색성장위원회를 직접 언급하거나 이 위원회가 제공한 자료를 갖고 내용을 전개했다. 천재교육이 만든 <녹색성장>(189쪽)은 녹색성장위원회 사이트 주소와 하는 일도 소개했다.

하지만 차기 정부가 이 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존속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교과서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교학사가 펴낸 <녹색성장>(56쪽)은 한 페이지 전체에서 ‘녹색성장 Q & A’를 실었는데 이 자료의 출처는 현 정부의 매체인 <공감코리아>를 베낀 것이었다.

또한 이들 교과서는 상당 부분에서 ‘정부는 …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넣었는데 여기서 말하는 정부는 거의 모두 MB정부다. 이것은 현 정부 업적 소개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녹색성장’ 단어는 MB의 신조어로 알려져 있다.

"특정정권 국가비전이 교과서 이름으로...유례없는 일"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전 사무총장은 “‘녹색성장’이란 말은 현 정권이 임의로 만들어낸 이데올로기일 뿐 환경단체에서도 쓰는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국내 환경단체들의 모임인 한국환경회의는 지난 10일 성명서를 내어 “4대강 사업 홍보에서 보듯 MB표 녹색성장은 녹색죽음”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손충모 전교조 대변인은 “특정정권이 자신이 내세운 국가비전이나 국정지표를 교과목 명으로 만든 것은 사상 유례없는 일이며 세계적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중견관리는 “<녹색성장> 교과서의 이름이나 내용은 교육과정심의위 등 합당한 절차를 거쳐 결정된 것”이라면서 “녹색성장이란 명의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생긴 것이고 내용은 절차에 따라 마련된 가이드라인을 따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덧붙이는 말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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