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ActOn] 3탄- 2007년 2월부터 한 달간 인도 여행 생각들

2007년 2월부터 한 달간 인도 여행 생각들

첫날 뉴델리 07.02.27
오늘 내 생일! 축하해 생일! (서른네 번째) 드디어 인도, 뉴델리. 인도에 갈 거라고 라고 그렇게 노랠 불렀는데. 정작 도착시각 20분을 남겨놔도 아직 실감이 나질 않는다. (비행기 안이다.) 실감? 초행자들의 첫 느낌은 충격과 공포라던데? 그나저나 오늘 내 생일인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군.

내가 인도에 왔군!!

여행의 맛은 자유, 바라나시 07.03.13
일기 내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갈피가 안 잡힌다. 책을 보면 다른 생각을 한다. 다른 생각을 하면 글이 쓰고 싶어지고. 계속 설사하고 배앓이를 한다. 약을 먹어야겠다. 혼자 알아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맛. 그런 자유는 자기가 만들어가는 거지. 여행의 자유처럼 멋대로 사는 걸 자유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자유. 자유가 자유지. 뭐겠어.

밖에 비가 온다. 춥다. 바라나시에 비가 좍좍 내리고 있다.

바라나시의 겐지즈(강가)에서



밤은 위험해 07.03.14
아제이 호텔. 남자랑 여자가 한 시가 넘었는데도 쑥덕궁 떠든다. 듣기 싫다. 밖에서 개들이 미쳐 으르렁거린다. 나가봐야지. 세 마리 개와 한 마리 개가 헝겊 데기 쟁탈전을 버린다. 어디선가 ‘컹컹’ 짖는 소리를 듣더니 우르르 달려간다. 간간이 저 멀리서 사람의 괴성이 들린다. 뭄바이 같은 대도시의 치안은 비교적 정비됐지만, 성지인데도 바라나시의 밤은 위험하다.

낮과 밤이 이렇게 다를 수가.

리시께시에서 만난 노인 07.03.20
인도에는 전에 생각지 못한 문제들이 존재했다. 망할 정치판이 썩어서 모든 구조에서 문제가 심각하고 복지 문제를 해결할 힘이 정부에 없단다. 한국 유학생에게 직접 들은 건데 인도의 좌파는 암살을 하거나 종교 탄압이 심해서 지지가 별로 없다고 한다. 인도의 정치적 메커니즘은 약자에겐 강자가 되어서 위협적이다. 이런 하부구조를 만든 인도 전통의 카스트제도도 혐오스럽다. 상부구조로 위장한 그들의 진상과 하부구조의 현상을 폭로해야 한다. 하지만, 나를 기분 나쁘게 한 인도인들을 적대시할 수밖에 없다. 시바. 부당하게 할 경우 한국말로 시부렁거릴 거다. 특히 흥정이 이뤄지는 하루하루가 스트레스다. 전체 여행 흐름을 망치지 않도록 의사소통 능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오늘 람줄라 거리를 걷는데 뒤에서 ‘코리아, 코리아’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어제 사원에서 잠깐 만났던 분이다. 아무튼, 그는 나에게 ‘굿플레이스’가 있다면서 같이 가자고 했다. 자기와 어릴 때부터 친구였던 보트왈라의 집으로 초대했다.

리시께시에서 만난 노인



원래 리시께시는 성지이기 때문에 금주다. 가이드북에서도 특별히 언급하며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분. 담배, 술을 다 겸하신다. 단 여자는 손도 안 댄다고 하더군. 나에게 술을 권하였다. 원래 현지인이 주는 음식이나 음료엔 약을 타서 여행객에게 우려될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신중하라고 했지만. 그냥 원샷. 우아, 인도위스키 하드하다. 알코올 사십몇 도였다. 석 잔 마시고 그날 밤까지 속 쓰려 죽을 뻔하였다. 그들에게 모나미 볼펜을 선물했다.

뜻밖의 친절이어서 고마웠다.

사라지지 않은 여운, 한국 07.03.25
오후 3시. 그냥 눈이 떠지면서 슬며시 일어났다. 집은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내일부터 출근. 여행했던 그 기분이 사라지지 않았다. 삶은 여행같이 계속될 것이다.

그래서 신난다.

첫 출근, 청파동 07.03.26
사무실은 주간 대청소 중이었다. 끝실이의 긴 허우대가 왜 이리 반가운지. 달군은 얼굴 좋아졌다는 칭찬 일색이고 채경은 업무 분담을 간단 전달. ㅋㅋ 승욱은 개편작업으로, 시아와 바리는 활동으로 활기차 보였다. 규만과 파차는 볼 수 없었지만 늘 그 자리에.

청파문 투비컨티뉴~


출처: 웹진ActOn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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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문 , 인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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