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ActOn] ‘지나가다’ 님의 비애

네티즌의 선거참여를 막는 수많은 규제들

성은 지, 이름은 나가다. 1989년생. 웹서핑, 블로그, 인터넷뉴스, 동영상UCC 제작 활동에 관심 많음. 곳곳에 ‘지나가다’란 이름으로 덧글과 게시물을 올림. 꾸준하고 오랜 활동으로 네티즌 간에는 상당히 알려진 유명인사. 지나가다2, 지나가며, 지나가라 등 모방네티즌 다수.

지나가다는 네이버에 블로그를 갖고 있고, 네이버뉴스나 다음 아고라엘 자주 들르며, 인터넷뉴스를 보며 ‘지나가다’라는 이름으로 덧글을 남기고 토론하는 걸 좋아합니다. 근데 ‘지나가다’ 님은 올해 온라인 상에 나타난 몇 가지 변화때문에 당혹스럽습니다. 대선에서 투표권이 없어 섭섭한 건 그렇다고 쳐도, 입시정책을 보면서 맘에 드는 후보와 마음에 안 드는 후보가 있어 UCC를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이게 여의치 않기 때문입니다.

지나가다는 지난 7월27일 정보통신망법 상의 인터넷실명제라는 걸 만났습니다. 일 평균 방문자 30만 명 이상 포털사이트 등에 제한적 실명제가 적용된다는 소식입니다.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에서 실명 인증을 하지 않으면 글을 남길 수가 없게 됐습니다. 불법콘텐츠와 지적재산권 문제를 들어 P2P와 웹하드 등에도 실명제 도입 이야기도 횡행하는데, 이렇게 되면 블로그 실명제를 포함한 완전 실명제도 머잖은 일입니다.

지나가다는 10월 초 남북정상회담을 보며 북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습니다. 민주노총이나 민주노동당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관련 정보를 쉽게 만날 수 있어 필요할 때 찾아볼 생각이었습니다. 근데 9월 18일 정보통신부 장관은 정보통신망법 제44조 7을 들어 13개 단체 홈페이지에 있는 북 게시물 삭제 명령을 내렸습니다. 국가보안법을 문제삼는다 하니 웃기는 짬뽕입니다.

지나가다는 특히 입시 때문에 고민하는 청소년의 모습을 담은 UCC를 제작해서 올리려다 말고 난감해졌습니다.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게시물은 안 된다는 선거법 93조 때문입니다. 선관위가 선거법을 근거로 인터넷 글 삭제를 요청한 건수는 9월말까지만 약 6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지금도 대선 관련 글은 곳곳에서 삭제되고 있습니다. 한 대학생이 만든 '대통령 이명박 괜찮은가' UCC도 선관위 해석에 따라 선거법 위반에 포함돼버렸습니다. ‘지나가다’ 님은 UCC 기획 단계에서부터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지나가다 님은 인터넷언론을 찾아 흥미있는 기사에 덧글을 남기며 위안을 삼습니다. 그런데 어떡하죠. 오는 11월27일부터 12월18일까지는 ‘지나가다’ 님은 덧글도 못쓰게 됩니다. 선거법 82조 6에 따라 선관위가 인터넷언론사 800여 개를 대상으로 실명인증시스템을 설치하라고 명령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이 기간 동안은 800여 개 인터넷언론에서도 실명이 아니면 덧글을 남기지 못합니다. 답답한 노릇입니다. 실명 인증하고 들어가서 상상하는 어떤 글을 마음 놓고 쓸 수 있을 지 의문스럽습니다.

경찰관 263명이 전담 사이버 검색요원으로 암약하고, 네티즌 2545명이 사이버명예경찰관으로 임명됐다 하고, 선관위도 900여명의 사이버감시단을 풀어놓았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곳곳에 몰카를 설치해놓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딱하네요. 인터넷 상에서 ‘지나가다’ 님은 조만간 박물관의 유물이 되고 말지 모르겠군요.


출처: 웹진ActOn
덧붙이는 말

유영주 : 민중언론 \'참세상\'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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