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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23호-홈리스인권-아우성] 뭐든 제대로 된 게 필요하다!

[홈리스인권-아우성]은 ‘홈리스인권지킴이’활동을 통해 만난 거리 홈리스의 이야기를 나누는 꼭지입니다.

뭐든 제대로 된 게 필요하다!
졸속으로 꾸려진 민경협력 치안협의회
얼마 전, 노숙인 관련 범죄 감소 및 공공질서를 세우기 위해 서울역 인근 서울역 파출소와 더불어 서울역 특수경비용역, 희망지원센터, 철도경찰, 한화SNS 등이 모여 민경협력 치안협의회를 꾸렸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안전하고 깨끗한 서울역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확인해보니 협의체를 만든 배경 및 회의 등의 과정은 문서로 남겨놓지 않은 채 졸속으로 꾸려진 모양이었다.

설문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거리홈리스
이러한 민경협의체를 만들기에 앞서, 서울역 파출소에서는 지난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관내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바 있다. 이들에게 불편한 것과 파출소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조사였다. 그런데 여기에 거리홈리스가 포함되지 않았다. 서울역에서 살아가는 노숙인이 300명이나 있다고 스스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그 거리홈리스는 설문조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는 경찰이 근처 상인, 주민들처럼 서울역 인근 공공의 공간을 거리홈리스들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은 인식에서 나온 결과라 보인다. 갈 곳 없어 찾아온 서울역에서 오랫동안 주민으로 살고 있는 홈리스에게도 불편한 것과 바라는 것이 있는 게 당연한데 설문조사 대상에서 철저히 무시하고 빼놓은 것이다. 그렇게 당시 진행되었던 설문조사로 서울역광장 내 거리홈리스의 기초질서 위반행위에 대한 불만(70%)이 가장 크게 나타났고, 이러한 결과는 민경협의체 활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 결국 하루 세 차례 서울역 주변을 순찰하면서 쓰레기 줍기, 노숙인 안전관리, 범칙금 스티커 발부 등 기초질서 단속이 주 내용이 되고 있다.

깨끗한 서울역 광장을 만드는 활동?
거리홈리스들은 이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집게와 쓰레기봉투를 들고 서울역 인근 곳곳에 떨어져있는 쓰레기를 줍는 경찰, 그들 중에 한두 명은 열심히 하는 것 같지만, 특수경비용역 등 다른 구성원은 멀뚱멀뚱 뒤따라가는 모양새였다. 쓰레기 줍는 경찰에게 호의적인 마음을 가지는 홈리스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거리홈리스는 이렇게 말했다. “한심하다. 자기 직업에 맞는 일을 해야지. 경찰들이 청소를 하니 기존 청소 원들이 청소를 안 하고 고물을 수집해서 고물상에 가서 파는데, 우리보다 더 많이 갖다 판다.” 또 다른 홈리스도 말했다. “주로 아침에 그 모습을 보는데, 경찰은 청소하면서 불심검문도 하더라.” 5월 23일 경에는 지하도에서 잘 걷지 못해서 화장실 가는 동안 참지 못하고 서서 소변을 본 홈리스에게 지하철에서 근무하는 젊은 경찰들이 반말을 내뱉으며 경범죄 범칙금은 발부하지 않겠으니 당장 지하도에서 나가라고 한 일이 있었다. 힘겹게 걸어서 서울역 광장에 나와 지친 몸을 쉬려고 땅바닥에 앉은 그 홈리스를 본 경찰들이 청소를 하며 오더니 말했다. “여기서 있으면 안 돼. 지하도로 내려가.” 주로 이런 모습들이 민경협의체가 말하는 깨끗한 서울역 광장을 만드는 활동들이었던 것이다. 거리홈리스의 현실을 알고, 구체적인 대책 없이 벌이는 단속 위주의 활동들은 거리홈리스에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홈리스가 말했다. “왜 우리(노숙인)는 (설문조사 대상에서)빼 놔? 말도 안 되는 거지. 사람도 아니란 건가! … 노숙인한테 밥 주고, 재워주면 그걸로 끝이라고 보는 무책임한 것들이 많은데. 사실 외환위기 이후 15년이 지났지만 거리와 쪽방, 고시원 이런데서 죽어가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어. 그건 노숙을 벗어나게 돕는 제대로 된 방법도 없고, 이 사람들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지려고 하는 사람도 없이 계속 방치되고 있었으니까 그런 거야. 기껏해야 수급자가 되는 것인데, 그것도 다 되는 것도 아니고 그거 쬐금 받고 살다 죽는 거지. 이렇게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하면서 노숙생활이 길어지면 힘드니까 범죄자가 되는 사람도 있고, 또 누구는 이용당하고 빼앗기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야. 거리에서 벗어나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게 복지든, 뭐든 제대로 된 게 필요하다고!”

민경협의체가 함께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줍는 것보다, 경범죄 범칙금 스티커를 발부하는 단속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서울역에서 살아가야 하는 홈리스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오랜 노숙으로 지친 홈리스와 같이 서울역이란 공간을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를 묵인하고, 넘쳐나는 명의도용 범죄피해 해결을 위한 구체적 치안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안전과 질서에 기반한 주민들의 생활보장, 치안확보를 통해 깨끗한 서울역 광장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그것은 거짓말이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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