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아니 그보다 더 훨씬 전부터 쪽방이 하나씩 사라지거나, 재개발 등을 이유로 잠재적 소멸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쪽방은 탈노숙을 지원하는 디딤돌이자, 노숙을 예방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비좁지만 약 한 평의 공간을 통해 쉼과 위안을 받게 하는 공간,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아도 이웃과 함께 삶을 영위하는 공간인 셈이다. 쪽방이 개발되거나, 고급화 전략으로 리모델링 되면서 조금씩 없어지고, 홈리스는 흩어져야 했다. 수십층짜리 으리으리한 빌딩과 외국인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혹은 일부러 심어놓은 나무들이 가난한 이들의 쪽방 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 남대문 쪽방 건물에 붙은 퇴거 안내문. 남대문5가 개발사업에 따른 세입자 보상에서 제외하기 위해 안전진단을 핑계로 사전에 퇴거시켰다. |
이 시점에서 중구 남대문쪽방 지역을 주목해보자. 연세빌딩 뒤 쪽방지역은 (2014년 12월 기준)남대문 전체 쪽방거주자 약 850명 중 230여명 정도 거주하는 지역으로 현재 남대문로5가 도시환경정비사업 구역이 절반을 차지(13개 건물 중 6개)한다. 이런 상황으로 건물주들은 벽보부착으로 주민들에게 10월 말을 기준으로 퇴거를 요구, 지금 5개 건물은 텅 비었고, 거주하던 주민들은 제각기 흩어졌다.
중구청에 이러한 쪽방에 대한 현황파악 및 대책에 대한 질의를 했더니, “주민들이 이주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 등을 안내하며 이주를 도왔”다는 등의 답변을 내놓았다. 진짜 그럴까? 직접 만나본 전 쪽방거주 주민들의 대답은 퇴거 이후, 새로운 주거지를 직접 알아보는 것도 힘들었고, 주거비 상승 및 공과금 발생 등의 부담을 안고 있었다. 또한 거주지가 더 멀어져서 의료, 세탁, 목욕 등의 복지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체감하고 있었다. 짧게는 몇 년, 10년, 20년 넘도록 관계맺던 이웃들과 흩어져서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으며, 퇴거 당시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에 대한 안내라든지 기타 대안을 제시하는 내용을 듣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구청의 대답에 신뢰를 갖기 어려웠다. 개발 지역 내 건물주들은 개발사업에 따른 이주가 아닌 안전진단을 표면화하여 쪽방 주민들을 무권리 상태로 내몰았고, 정비계획 입안권자인 중구청은 이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도, 아무 대책도 없었기 때문이다. 수급자, 고령, 장애, 주민등록 미등록 주민의 경우 속절없이 나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들에 대해 적절한 주거지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돕거나, 긴급복지지원 혹은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안내했을까? 사업 시행자인 LH공사는 공급 물량 확대는커녕 물량 부족을 이유로 접수를 거부하고 있어서 동주민센터조차 신청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신청자도 거의 수개월동안 대기 상태에 있는데 중구청에서 이주를 도왔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기도 하다.
또한 ‘노숙’을 위기사유로 포함한 긴급복지지원조차 2012년 3월부터 지금까지 3년이 넘도록 단 3건만 지원한 현실을 봤을 때 전혀 적극적인 지원을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한다. 참고로 중구 내에서 노숙하는 사람은 약 320명(서울시 노숙인 실태조사, 2014)으로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다. 같은 기간 영등포구(173건)에 비하면 비교도 할 수 없지만, 심지어 종로구(5건), 용산구(10건), 동대문구(9건)보다도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소극적인 태도이다.
쪽방, 소멸보다 공존의 방안을 찾아야
거리홈리스가 주거를 얻기도 쉽지 않지만, 유입가능성이 높은 쪽방의 역할은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한 그나마 머물며 살 수 있는 쪽방의 긍정적인 역할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손놓고 있어서도 안될 것이다. 쪽방 지역의 재생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실시하기 위해 업무지구 중심의 쪽방지역 개발 계획을 수정하여 도심 내 빈곤층의 주거지와 공존하도록 전환하는 장기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용도 변경으로 멸실되는 쪽방들에 대한 대책은 무엇보다 시급히 착수되어야 한다. 정부가 쪽방 소유자의 재산권 행사에 무력할 수밖에 없다면, 시에서 해당 건물 내지 동일 쪽방 생활권 내 토지 또는 건물을 매입하여 공공 쪽방을 공급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형태로 요구하고,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위기 상황에 놓인 빈곤한 사람들의 주거 현실을 더 악화시키는 문제를 일으키는 문제의 중구청이란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으려면 말이다. 한 평 쪽방을 아까워하기보다, 한 평 쪽방을 기꺼이 내어주며 홈리스가 살망한 주거를 만들어가는데 보다 많은 관심을 투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