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걱정토탈 걱정브리핑
     
구들장 무너지는데 '아랫목 이론' 들먹이나요?
KIEP 이창수 씨의 "개방은 '소비 선순환' 만든다" 비판
관세 철폐 후 값싼 미국산 제품이 들어오면 이 영향으로 후생 증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다양해진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 받을 수 있고 소비수준의 증가로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하니 뭔가 잘 될 듯 합니다. 글쎄요...

미국산 제품이 들어온다는 것은 수입 증가니 가격 경쟁이 되지 않는 국내 산업은 고사의 길을 피할 수 없겠죠. 자 나도 결론부터 얘기해 볼까요. 개방의 결과로 가장 큰 이익을 챙길 집단은 바로 찬성의 목소리를 높이는 당신들 이라는 겁니다.

나도 오렌지 예를 들겠습니다. 오렌지 수입이 결국 국내 과일 생산을 촉진한다는, 위기가 기회라는 남의 다리 긁는 얘기는 그만 좀 하시죠. 타격은 쓰나미처럼 전체 과수 농가 뿐만 아니라 한국 농업 전체를 덮쳐 버릴 겁니다.

한칠레FTA 발효 이후 1년 동안 전국 과수 농가 폐업 신청만 1만2천644개 입니다. 농림부 공식 자료죠. 폐업 신청 면적만 봐도 국내 전체 과수 지배 면적의 약 25%에 달합니다. 칠레는 시장이 작아서 ‘기회’가 되지 못했고 미국은 ‘시장’이 크니 기회가 된다는 건 설마 아니겠죠? 글로벌 생산 체계에, 국제적인 유통 체인망을 가진 미국의 농업 자본들이 오렌지 뿐만 아니라 다른 과일, 콩, 옥수수 등 농업 생산물을 싼 값에 들이밀 텐데 과연 국내 농업이 유기농 고가 정책으로만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돈 없는 사람들은 외국에서 건너오는 농약 처바른 값싼 과일 농산물 먹고, 돈 좀 있는 사람들은 국내에서 생산된 고가의 유기농 농산물을 먹겠다는, 말 그대로 밥상에도 계층과 계급이 드러나는 세상을 살겠군요.

증가할 소비자 후생.. 정말? 글쎄올시다

물론 70-80년대에 비하면 많이 살기 좋아졌습니다. 핸드폰도 다 있고, 자가용 수도 늘어났고, 고가의 집들도 많아졌습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자아실현을 위해 온 가족이 직업도 갖고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 하고 있습니다. 단, 정규직의 절반도 안되는 임금이라는 거, 언제 짤릴 지 모르는 비정규직이라는 거, 동생이 취업 준비하는 청년 실업자라는 것만 좀 다를 뿐이죠.

소비자 후생 당연히 증가하겠지요. 선택권이야 폭넓어 지겠죠. 금융시장을 개방한 이후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넓어졌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씨티은행, HSBC 거물 은행들이 대거 들어왔으니 말이죠. 국내 은행들도 ‘대형화’를 외치며 구조조정에 나서 지주회사로 몸집을 부풀렸습니다. 은행이 대형화 되면서 물론 숫자상으로는 줄었지만 유명한 외국계 은행들 까지 선택할 수 있어서 뭐가 좋아졌습니까?

은행에서 ‘신용카드 하나 만드시죠’라는 권유 안 받아 본 사람이 없을 겁니다. 예전에는 아예 무료이거나 몇백 원 하던 송금, 이체, 수표 발행 수수료가 요즘은 건당 최고 수천 원에 이릅니다. 내가 고객인 은행의 통장을 만드는데도 수수료를 내라고 합니다.

은행들이 고객들의 주머니 털고 있는 동안 은행들은 중소기업 지원의 사회적 책임을 나누기 보다는 좀더 개인 대출에 집중했습니다. 특히 선진금융 기법을 쓴다는 씨티은행이 대표주자로 나섰죠. 고객을 차등화 해서 차별적인 수수료 제도도 도입했죠. 수시로 구조조정 하고, 무조건 수익내서 주주들에게 배당 챙겨주고, 돈 없는 고객은 각종 수수료에 대출 이자에 정신없겠지만, 돈 많은 고객은 룸(room)에서 수수료 없이 '예치'하는, 그나마의 수수료도 면제되는 방식이 설마 국내에 유포된 선진금융 기법의 전부는 아니겠죠?

지난 1일 상반기 경영실적을 발표한 국민은행의 상반기 수수료 수익은 515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습니다. 하나은행의 상반기 수수료 수익도 3144억 원으로 전년 동기 2684억 원보다 17.1% 늘어났습니다. 우리은행 역시 작년 상반기(4381억 원)보다 늘어난 4910억 원의 수수료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어마어마 하죠.

그리고 이런 은행들의 대주주는 대부분이 외국인입니다. 국민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2006년 5월 기준으로 84.57%입니다. 2004년 시가총액기준 외국인 국내주식보유는 40.1%로서 명실상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 분야로 따지면 말 그대로 글로벌 리더인 셈입니다. 이 또한 개방의 결과죠. 뭐 지금 19세기 쇄국정책을 쓰는 시대를 사는 것도 아니거니와 이 지경인 상황에서도 ‘개방’이란 표현을 쓴다는 것도 어이없네요.

이렇게 수익을 내고 있는 은행들을 보면, 5년간 57,638명이 감축됐고 전체 140,087명(2005년) 중 비정규직은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반정규직’이라는 직군을 만들어 '동의서'를 받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법안 통과되기 전에 비정규직으로 평생 살아야 하는 직군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소비자 후생증가라는 말을 들으니 ‘아랫목 이론’이 떠오릅니다. 아랫목이 따뜻해 지면 방 전체가 따뜻해 진다는. 근데 한국 경제를 보면 구들장이 무너진 상황인 거 같습니다. 고용없는 성장이 유행어가 되고 아무리 수출이 늘고, 기업들이 이윤을 내도 빈곤화는 더욱 심해지고 비정규직을 더욱 늘어나고, 사회 양극화는 더욱 벌어지니 말입니다.

인간광우병이 넘칠 아, 대한민국을 생각하며

60-70년대의 한국 정부는 경제성장을 위해 인위적인 저곡가 정책을 시행한 바 있습니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저임금의 풍부한 노동력이 필요했고 도시의 노동자들은 물가인상에 따른 임금인상을 요구를 막는 역할을 했죠.

한미FTA가 국민의 소비수준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빈곤화를 영속화 시키는 게 아닐까요. 60-70년대 저곡가 정책을 썼던 것 처럼 수입물로 값싼 농산물 정책을 유지하고, 비정규직 일상적인 구조조정을 일반화 하는 거죠. 어차피 그들이 말하는 일자리 창출 내용이 ‘비정규직’ 이니 왠지 아구가 딱딱 들어 맞네요.

소비자의 선택을 운운하지만, 세번째 광우병 소가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를 기를 쓰고 수입하려는 모습을 보면, 건강보험 파탄나고 약값 폭등할거라는 경고가 쏟아짐에도 의약협상을 강행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씁쓸합니다.

소비자의 선택을 말하죠. 얼마나 좋아, 뉴질랜드 처럼 안전하게 키운 비싼 쇠고기 보다 훨씬 저렴한 미국산 쇠고기 먹을 수 있으니, 설려 광우병 쇠고기의 신경줄기가 섞여 있을지 몰라도 어쨌든 잡고기로 갈아서 들여올 것이니 햄버거나 돈까스도 지금보다 훨씬 싸게 먹을 수 있고, 갈비도 싸게 들여 올 것이니 얼마나 좋냐 합니다. 이렇게 확장된 소비자 권리가 좋습니까?

미국의 도축장 시설 위반은 수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위험물질로 구분된 등뼈가 1월에 일본에서 발견됐고, 홍콩에서도 특정위험물질이 3차례 발견됐습니다. 심지어 수입재개를 앞둔 상황에서 미국에서는 3번째 광우병 소가 발생했습니다. 출생일자 조차 기록되지 않은 이 불쌍한 소는 그대로 땅에 묻혀 버렸습니다. 광우병의 원인이 되는 변종 프리온은 수천도의 고온에서도 감염력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한 마리의 소에서 나온 위험물질은 20,000마리의 소를 감염시킬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머리를 그대로 땅에 묻어 버렸습니다. 미국의 검역, 관리 체계가 이모양 입니다.

이렇게 허술한 검역, 관리 체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한국 농림부가 애써 안전하다고 우기고 있습니다. 오히려 미국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보고서가 넘치는데 말이죠. 미국의 동물사료 금지 정책(feed ban policy)은 이미 영국에서 실패한 정책 보다도 미흡한 실정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2005년 2월 25일 미 의회 회계감사원의 보고서는 현재의 미흡한 동물성 사료금지 정책도 제대로 시행되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2005년 8월 18일 미 농무부 감사관 보고서에서도 광우병 소에 대한 예찰미흡, 기록관리 부적절 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근거로 들고 있는 국제수역사무국(OIE) 규정에 합치됨에도 불구하고 광우병에 걸린 소가 일본과 영국에서 발견 됐습니다. 정부가 안전하다고 하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세계 곳곳에서는 '안전하지 않은 규정'이라는 사례가 다수입니다.

적반하장 격입니다. 미국 협상단은 심지어 한미FTA를 통해 국내의 위생검역 조치도 완화하라 합니다. 말그대로 '한국 너네 검역 조사 하지 말고 주는 대로 받아 먹어'라는 심산 입니다. 그럼에도 차후에 발생할 위생검역 분쟁해결을 위한 창구를 두자는 것에 양국은 의견을 모았고 기구의 수준을 협상하고 있습니다. 제약자본, 축산 자본들의 이윤을 위한 한미FTA에 국민의 생명이나 건강은 없습니다. 국민들이 병들고 먹고 살기 힘든 상황에서도 ‘국익’이 있다고 외친다면 국민을 팔아먹고 '국익'의 실체를 챙기는 작자들 아니겠습니까.

싼 값에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겠죠. 단 잠복기를 거치고 나면 인간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는 거 조심하면 된다는 거죠. 인간광우병의 잠복기가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30~60년이나 되니 어른들 보다 어린이·청소년에게 더 치명적일 수 있겠지만 어쨌든 소비자 선택권은 확장된다는 말도 안되는 어거지.

아마 수십년 후에는 인간 광우병 환자들이 한국에 넘치게 될 것 같습니다. 싼 값에 미국산 쇠고기를 먹거나, 유통업체들에 의해 '한우'라고 속아서 비싼 돈 주고 사먹을 수도 있죠. '인간 광우병 몇만 명 돌파!'란 통계자료 조차도 '옆집 누구 씨는 광우병에 걸렸대요'라는 소식 조차도 식상해 질 때가 오겠죠. 인간 광우병 환자들이 넘칠 그 미래에는 치료제라도 나왔을까요. 아! 치료제가 있다 해도 특허권에 걸어놓을 테니 우리 같은 사람들은 비싸서 먹지도 못하겠네요.

한미FTA는 성이 난 코끼리의 다리입니다. 기둥이려니 생각하고 만지고 있다가는 밟히게 되는 거죠. 퍼즐 맞추는 게임처럼 4개의 기둥을 모아 코끼리의 모습을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피해야 합니다. 성난 코리끼의 다리를 만지면서 ‘기둥 일꺼야’'자신감 갖고 맞짱 뜨자' 스스로 주문을 외우면서 기웃하고 있다면 그게 미친 짓이죠.

한미FTA는 일상의 불이익, 일상의 비용 증가를 몰고 올 겁니다. 정말 어이없게 반대했던 사람들의 경고가 지금까지 다 들어맞았습니다. 협상 분과가 결국 미국의 의도대로 될 꺼라 했던 것도, 4대 선결과제는 다 내 준거라 했던 것도, 한미FTA 2차 본협상에서 의약품 분과 협상에서 미국 측의 퇴장의 의미도.. 자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걱정7호 | 등록일 : 2006.08.19
     
국정브리핑
  개방은 '소비 선순환' 만든다
미래가막막하네..  2006.08.22 23:12
읽고나니 미래가 막막하네요
우리나라 정부가 이런 걱정은 할까요?
안할꺼란걸 뻔히 알고있으니..더 걱정이네요
한번 생각해 보세요  2006.08.23 18:40
미국산 쇠고기 수입해서 만의 하나 광우병에 걸린다면 정말 큰일 입니다. 그런데 냉철히 생각해 보면 그리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요. 일전에 어느 의사가 광우병 쇠고기도 무섭지만 이상한 것도 그 보다도 훨씬 암발병 확률이 높은 담배는 연신 피워대고 있는 우리 모습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냉철히 생각해보아도  2006.08.24 09:43
그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말 웃긴다. 그러니까 "담배도 막 피우면서 무슨 광우병을 두려워하느냐, 그냥 먹어라" 이건데...
네가 생각해도 말이 안되지? 안 무서우면 너나 먹으렴.
돼지고기에도 광우병 세균이..  2006.08.24 15:40
전공 용어는 잘 모르겠고..영국에서는 고양이도 광우병에 걸리고, 돼지고기에도 광우병 세균이 있다고 하데요..최근 한국에 들어오는 냉장육 중에는 대부분이 미국산 이라던에..
무섭소.. 정부..쇠고기 수입은 중단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걱정브리핑 짱이야^^  2006.08.24 17:29
참세상 걱정브리핑 코너, 정말 맘에 듭니다.
대명천지에 맛탱이 간 글들 땜시 우울증에 시달렸는데, 이 코너가 우울증 치료에 최고인 거 같습니다. 계속 걱정 100호까지 내내 날려 주세요. 한미FTA 이전부터 아주 이 놈의 국정브리핑, 걱정호를 국민들한테 대대적으로 까발렸어야 했는데 말이죠.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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