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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권력' 한 복판에 서 있는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에게
[국정브리핑] '소통구조의 민주화가 핵심이다' 비판
국정브리핑은 23일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쓴 '지식인에게 보내는 편지 제90신 - 소통구조가 핵심입니다' 글을 게재했네요. A4 약 5장 분량의 이번 글에서 김창호 처장은 진보 개혁의 '소통구조' 문제를 역설합니다. 글의 말미에 "진보 개혁 지식사회도 진보성의 재구성의 관점"이 필요하고 "이 시대에 진정 '진보의 테제'는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하는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을 제안하는데, 이 제안에는 어떤 정치적 의도도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네요.

김창호 처장이 지금 어떤 고민을 하는 지 엿볼 수 있는 좋은 텍스트입니다. 정치적 의도가 있네 없네 하는 사족은 불필요해 보이긴 합니다만, 뭐 중요한 건 아니겠고요. 반박글을 쓸까말까 망설였는데요, 걱정브리핑이 국정브리핑의 한미FTA 컨텐츠에만 시비를 걸겠다는 방침이라서요. 그런데 두세 번 읽다 보니 "어떤 정치적 의도도 없다"는 이 편지글이 한미FTA 추진에 상당한 선동 역할을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참여정부의 실정'에 대해 "한미FTA 협상을 놓고 '실정'을 이야기할 수는 더욱 없습니다. 진보 개혁 세력이 반대하는 의제라고 해서 '실정'이라고 규정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그 지평을 넓히지 못한 진보 개혁 세력의 한계"라고 역설하는 대목을 보며, 음.. 이건 냅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거지요.

크래쉬 영화 이야기와 주몽 이야기는 경청해서 잘 들었습니다. '소통권력'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좀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언론에서의 조중동 같은 넘들을 일컫는 거겠지요. 정치세력으로 따지자면 한나라당 같은 것들, 보수단체들... 8.15 대통령 기념사나 전시 작통권 문제를 예로 드는 걸로 봐서 그리 추측됩니다. 대단한 애들이지요. 지난 10여 년간 행정권력을 빼앗기고도 여전히 우리 사회 의제설정권을 좌지우지하고 있으니까요.

아마 국정홍보처장의 입장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의제설정권이 그 '소통권력' 놈들에 의해 침해되거나 왜곡되는 걸 보노라면 짜증도 나고 화도 나고 그러겠지요. 더군다나 진보 개혁 세력이 "과연 소통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이 있는가 하는 의문"도 갖고 있고, "절차적 과정에 앞서 어떤 의제를 제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의사소통 구조"까지 고민하는데, 막상 진보 개혁 세력의 현실을 보니 복창 터질 일이 아닐 수 없겠지요.

근데 용어부터 손 좀 보고 가얄 것 같네요, '진보 개혁 세력'이란 단어 말인데요, 이 단어가 5.31 선거 이후에 부쩍 유행하고 있다는 건 느끼시죠. 열린우리당의 참패 후 선거 평가 과정에서 개혁세력이 진보세력하고 힘을 합해 보수세력과 힘을 겨뤄야 한다는 요구가 많아지면서 덩달아 '진보 개혁'이라는 용어가 두루 쓰여진 것으로 보이거든요. 사실 개혁세력이 2002년에 행정권력을 잡고, 2003년에 의회권력 잡으면서는 '진보 개혁'이라는 단어를 거의 안 썼죠. 개혁세력만 잘 해도 뭔가 될 것처럼 보이던 시절이었거든요. 그런데 개혁세력이 설정해온 의제에 노골적인 불만을 갖고 있는 세력(뭐 진보라 해도 좋고 좌파로 해도 좋습니다만)의 입장에서 보면 이제 와서 '진보 개혁' 그러면서 뭔가 한 통속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게 이율배반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요. 뒤에서도 말하겠지만 진보세력과 개혁세력의 연대는 고정된 상수가 아니거든요.

이윽고 김창호 처장은 '진보 개혁 세력'의 '소통 부재'를 놓고 참여정부를 비판하는 진보적 개혁적 지식인을 향해 원망을 표하더군요. 진보적 개혁적 지식인이 "몇몇 언론이 제기하는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적 의제에 동의하고" 있고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소통권력'에 편승해 참여정부 때리기에 적극적으로 의제를 만들어 가는 경우"도 있다면서요... 심지어 지식인의 '이종 교배' 라는, 뉘앙스도 몹시 나쁜 단어를 써가면서 말이죠. 음.. 여기서부터가 범상치 않아요.

김창호 처장은 "얼마전 어느 선배 학자가 '전투적 리더십'으로 개념화하여 참여정부와 언론정책을 공격"하더라며 그 선배 학자는 '좌파이론가'로 알려져 있는데, 왜 소통권력이 제시하는 의제에는 전투적이지 않냐며 따지는 데까지 나가더군요. 나아가 좌파 지식인들은 참여정부에 관한한 그 의제가 무엇이든 '전투적, 비타협적' 태도를 보임으로써 소통권력의 의도를 강화해주고 있다는 불평까지..

문득 최근 '전투적 리더십'을 말한 선배학자가 누군지 궁금해지더군요. 누가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의 심기를 건드렸을까.. 네이버 검색도 해보고 민교협의 연구자들에게도 물어보고... 그러다 최근 '프레시안' 좌담에서 손호철 교수가 그 단어를 쓴 걸 발견했지요.

손호철 교수가 김호기 교수와 5.31 선거 평가를 하는 자리에서 "(5.31 선거 결과는) 자유주의 정권이 추진한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심판이었다. 자유주의 정권이 잘못된 시기에 집권함으로써 한국의 루즈벨트가 아니라 한국의 대처가 된 불행한 비극을 맞게 됐다. 아울러 지적할 것은 노무현 정부 특유의 전투적 리더십이다. 스타일의 급진주의다. 한미 FTA를 추진하는 등 내용은 보수적이면서 불필요하게 스타일만 래디컬해서 모든 사람들을 적대화시키고 불안하게 만드는 독선으로 나타났다"는 발언을 했더라고요.

김창호 처장이 말한 '어느 선배 학자'가 손호철 교수인지 아닌지는 물론 알 수 없지요. 자료 검색에 따른 추정일 뿐이니 혹시 틀렸다면 이 점에 대해서는 김창호 처장이나 손호철 교수나 모두 너그럽게 이해해 주셨으면 하고요...

손호철 교수가 맞든 아니든, '좌파 지식인'에 대한 김창호 처장의 불평은 사실 불평의 수위를 넘어 노골적인 공격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더군요. 좌파가 소통권력의 의도를 강화해주다니, '진보 개혁세력'이 소통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을 해야 할 시기에 자신의 입장과 반대되는 세력과 조우를 하다니, 이런 '이종 교배'가 어디 있냐 라는 이야기잖아요. 참 뜨아하네요.

이쯤 되니 김창호 처장의 입장을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거꾸로 김창호 처장이 좌파 지식인의 고뇌를 이해하기는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노무현정권의 특유의 '전투적 리더십'이란 단어를 손호철 교수 외에 또 누가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절한 개념으로 보이거든요.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전반기를 보면 사실상 4대개혁입법과 조중동 놓고 특유의 전투성을 살려가며 정국을 주도해왔으니까요. 그걸 '전투적 리더십'으로 표현한 것이라면 반드시 나쁜 말은 아니잖아요. 쓰레기같은 보수세력과 각을 세워 전투를 벌이는 것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하등의 이유가 없는 거죠.

그런데 진보 또는 좌파가 노무현정권에 '비타협적, 전투적'인 것에 대해서는 성찰이 필요한 거 아닌가요? 좌파 지식인들이 아무 이유 없이 비타협적 전투적이지는 않을 텐데요. 진보 좌파가 보수나 개혁세력에 비해 의제설정능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 하더라도 '소통구조'나 '진보의 테제'가 없는 건 아니거든요. 아시다시피 진보 좌파의 소통구조는 주로 필드에서 저항의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칫 대안적인 것이 아니라 안티적인 경향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을 뿐이지요. 세계 운동사적 맥락에서 보면 반드시 수세적인 것만은 아니고, 우리 사회 계급투쟁도 발전하면 양상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고요.

사실 진보 좌파도 들여다보면 안으로는 매우 역동적인 흐름과 맥락을 갖는데 미뤄짐작컨대 김창호 처장의 눈에는 이게 잘 안 보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가령 한미FTA 저지를 위한 부문, 현장, 지역의 저항의 네트워크 같은 걸 살펴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군요. 진보 좌파의 속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채 '소통구조'나 '진보의 테제'가 없다는 식의 오만한 말씀일랑 삼가 하시라는 이야기입니다.

진보와 개혁이 한울타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일종의 강박관념이거든요. 김창호 처장은 그걸 상수로 놓고 있으니 '소통구조'에 대한 바램도 '진보의 테제'도 손에 그려지지 않는 겁니다. 왜냐면 개혁세력이 잘못한 게 너무 많거든요. 개혁세력은 모든 걸 쥐고도 진보세력과 소통구조를 가지려 하지 않았고, 공동의 의제설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개혁세력은 그렇게도 하지 말라고 만류하고 제재했던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전위를 자처했잖아요. 지금 '진보의 테제'에 있어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를 기조로 하는 저항만큼 더 중요하고 분명한 테제가 어디 있겠는지 생각이나 한 번 해봤는지요.

참말로 짠하네요. 세상이 많이 바뀌었거든요. 아닌 말로 안티조선 운동하면서 민주화와 개혁을 외치고, 그걸로 진보의 척도를 논하던 시절은 지났어요. '소통권력'이라 하는데 말이죠, 글쎄요, 김창호 처장은 조중동 놓고 소통권력에 울분을 터뜨리는만큼 한미FTA 놓고 소통권력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요. 진보 좌파는 예나 지금이나 지배적이고 반동적인 소통권력과의 싸움을 한시도 중단해본 적이 없걸랑요. 그런데 '소통권력'의 한 복판에서 '소통권력'과 싸우지 않는다며 훈시를 하시니, 이 사태를 대체 어찌하란 말씀이옵니까.

김창호 처장이 "우리 사회에서는 앞으로 어떤 집단이든 자신의 정책적 목표를 실현하는데 소통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고민하지 않는다면 정치적, 사회적 집단으로 존립할 수 없다"는 단언은 참으로 중요한 말이지요. 근데 김창호 처장의 고민이 안 풀리는 핵심이 뭔지 아세요? 직접 쓴 글에 답이 있으니 환기하고 가지요.

"특히 한미FTA 협상을 놓고 (참여정부의) '실정'을 이야기할 수는 더욱 없습니다. 진보 개혁 세력이 반대하는 의제라고 해서 '실정'이라고 규정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그 지평을 넓히지 못한 진보 개혁 세력의 한계에 다름 아니라고 봅니다."

이 문장, 이 판단을 곰곰이 곱씹어보세요. 두 번 세 번 곱씹어 보세요. 이 문장이 진보 개혁 세력이 '소통구조'를 갖지 못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매직아이'거든요. 정말 곰곰이 곱씹어보고 '진보 개혁 세력의 위기' 같은 단어를 쓸 때는 좀 조심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라도 가지세요.

김창호 처장은 "개혁 진보적인 정체성을 버린 적이 없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그 지향을 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 진보 개혁세력은 새롭게 재구성되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잖아요. 쯧쯧.. 근데 어쩌지요.. 한미FTA 추진을 전제하면서 진보 개혁세력을 재구성하고 싶다는 생각은 진보 개혁세력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소통권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귀결되거든요.

당부컨대, 한미FTA를 찬성하면서 '개혁 진보적인 정체성'을 상수로 놓는 어리석음에서 헤어나세요. 오히려 그 정체성을 버리세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과거 조중동이 하던 것과 눈꼽 만큼도 다르지 않는 '억지'와 '왜곡'의 '국정홍보'라는 '소통권력'에서 빠져나오라는 말입니다. '아, 한미FTA는 아니구나' 라는 선언을 하고 나서 진보 개혁세력의 정체성을 거론하시라는 이야기이지요.
걱정33호 | 등록일 : 200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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