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칼럼] '진보'의 리트머스시험지, 진보신당과 사회주의정당

민주노동당 당적을 유지한 채 진보신당 건설을 주도해 구설수에 올랐던 심상정 의원과 노회찬 의원이 마침내 탈당계를 제출, 야인으로 돌아간다. 이들은 현재 진보신당(창준위, 이하 진보신당)의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10일 진보신당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노 대표가 '둘이 같이 내면 짜고 친다고 할까봐' 지난 7일 앞서 탈당계를 먼저 제출했다"면서 "이어 심 대표도 16일로 예정된 신당 창당을 위해서 11일 중에 탈당계를 제출 할 것"이라고 밝히고 "(18대 총선에서)두 대표가 '모두 꼭 살아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실 두 사람의 뒤늦은 당적 정리와 관련한 불협화음은 민주노동당은 물론 진보신당 내에서도 감지돼 이들의 정치적 신뢰성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은 심노가 “모두 꼭 살아 돌아올 것”에 거는 기대보다는 한결같이 이들의 전횡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예사롭지 않다.

진보신당 홈페이지에 나타난 비판적인 민심은 이 당의 전도를 우려케 할만 하다. 다음은 그중 하나인 닉네임 ‘팽당한평당원’의 주장이다.

그는 “ 금뺏지 달고 설치는 사람하고 평당원하고 경쟁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 부터가 순진”하다며 평당원민주주의를 말하는 사람들을 조소한다. 그는 “말이 좋아 원탁(지난 2일 진보신당 창준위 원탁회의를 의미하는 듯. 이날 회의에서는 창당기금 1백만원을 할당받은 발기인들만 발언권이 있었다.*필자)이고 뭐라고 떠드는데 이게 무늬만 원탁이지 벌써부터 심노 중심으로 판이 굴러 가잖아요”라면서 “(심노의) 입만 보고 따라다니는 빠도리 및 거기에 기생하는 정치자영업자 패밀리까지 들러붙어 있”다고 힐난한다. 그가 보기에는 “애초부터 평당원들은 권력놀음 하는 x들의 장식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혹자는 이런 글을 두고 진보신당과 불편한 관계에 놓인 민주노동당 쪽에서 ‘작업’한 것으로 간단히 폄하하기도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글 내용에서 원탁회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올린 걸 보면 이 행사에 참여한 인물로 추측이 가능하고, 설령 ‘작업’이라 해도 얼마 전 까지 한 식구였던 사람이 이런 내용의 글을 썼다면 그는 이 사회의 진보적 정당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민주적인 행태를 경멸하는 사람임에 분명한 듯 하다.

한달도 채 남지 않은 18대 총선일정 앞에서 진보신당의 발걸음은 바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해서 절차적 민주주의 훼손을 우려하는 이들에게 심은 “지금 그런 구조(평당원민주주의)를 만들 시간 없다, 믿고 따라 달라, 향후 ‘주체의 확대’를 원한다.”는 취지의 양해를 구한다. 제도권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다. 그러나 뭔가 부족하다. 그것은 이 당이 추구하는 진보적 가치가 민주노동당보다도 우경화하고 있다고 진보진영에서 비판받을 정도로 '도로 민노당' 등 이상징후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먼저 출범했던 ‘진보정당운동’의 캐치프레이즈는 “보다 적색으로 보다 녹색으로”였다. 그러나 ‘진보정당운동’은 곧 심노와 결합했고 이들의 진보적인 핵심가치는 평등·생태·평화·연대로 바뀌어 등장했다. 16일 창당대회를 앞둔 진보정당의 홍보문안은 “진보는 패션이다, 청바지와 잘 어울리는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이다. 우경화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대목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신뢰하지 못하는 진보진영의 다른 한 축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실패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패이므로 이참에 노동자가 실제 주체인 사회주의 정당을 건설해야 한다는 제안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총선에서 심노가 살아 돌아오고 진보신당이 실질적인 재창당하는 과정에 기대를 거는 게 좋을까. 아니면 기왕에 ‘87년 체제’에 종언을 고하고 진보의 재편이 필요한 시기인 만큼, 좀 더디 가더라도 사회변혁을 요구하는 에너지를 전면적으로 재구성하는 일에 중점을 두는 게 바람직할까.

참고로, 현시기 '진보'의 리트머스시험지로 변혁의 중심축인 두 집단에서 드러난 현상만으로 간단히 비교해 보자.

진보신당의 주체는 아직까지 불분명하지만 요즘 자주 등장하는 주체는 ‘서민’이다. 그러나 사회주의 정당 제안 측에서 말하는 주체는 ‘노동자’혹은 ‘노동자민중’이다. 전자는 아직까지 민중의례는 하고 있지만 동시에 대중들로부터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머리띠를 풀고 투쟁조끼를 벗어야 한다는 얘기도 종종 등장한다. 반면 후자는 이 극심한 빈부양극화 사회에서 그럴 수는 없는 일이며 더욱이 계급투쟁을 득표공작으로 바꾸는 정치는 더더욱 안 된다며 무장해제에 강력 반대한다.


최 덕 효 (대표 겸 기자)
[한국인권뉴스 2008.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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