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평론] 자본주의 건드리지 않는 샌델의 기여입학제와 성매매 금지론

한국민에 대한 마이클 샌델(하버드대)의 지도가 흥미롭다. 샌델은 6월 1일 연세대 노천극장에 등장해 자신의 신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선전한 데 이어, 2일 [프레시안]등이 주최한 '샌델과의 만남'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 샌델 특유의 도덕교육에 나섰다.

          
△마이클 샌델 특별초청강연회 초대권 암표가 3만원에 거래됐다는 후문          

[프레시안]은 즉각「마이클 샌델 "빈부격차 없다면 성매매도 괜찮은가?"」라고 제목을 뽑았는데, 이 행사에서 샌델이 주장한 요지는 이렇다.

A. 시장 지상주의 극복을 위해 어느 부분에서는 시장 가치가 우리의 공리에 도움이 되고, 어느 부분에서는 시장 가치가 비시장 가치들을 훼손하는지 살펴보고 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B. 그 다음 단계에서는, 필요하다면 시장을 억제할 수 있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요약 발췌)

1. 기여입학제의 경우
이 제도가 그 대학의 당초 목적을 훼손하지 않는지에 대해 옳은지 아닌지 판단이 서면, 대학들이 어떤 기준으로 기여입학을 하게 할 건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2. 성매매(이하 매춘, 샌델이 인신매매trafficking 대신 매춘prostitution으로 표현했을 것을 전제함 *필자)의 경우
(1) 만약 불평등을 근거로 매춘에 반대한다면, 그것은 빈부 격차 때문에 사실상 가난한 여성들만이 매춘에 내몰리고 성적으로 착취당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된다.
(2) 빈부 격차가 없는 사회라고 가정하면 매춘은 괜찮을까? 불평등 문제를 제거하더라도 여전히 매춘에 반대할 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3) 매춘은 빈부 격차가 없더라도 일부 재화는 결코 돈으로 사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4) ‘개인의 선택’이라는 논거로 매춘 문제를 본다면, 어떤 재화를 매매할 경우 존엄성에 위배되고 위배되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은 빠져버린다.


공리(公利)를 공론(空論)하는 샌델

  그는 시장 지상주의 극복과 시장 가치의 공리 여부를 논하지만 자본주의 본질 자체를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막연하게나마 ‘착한 자본주의’ 쯤을 열망하는 인물로 보인다. 그래서 샌델은 외부에서 자신을 흔히 평가하는 용어인 공동체주의자, 공화주의자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살인체제이며 정신분열체제인 자본주의의 관성 상 블랙홀에 흡수될 수밖에 없는 시장 가치와 비시장 가치를 굳이 구분하며 공리(公利)를 공론(空論)하는 샌델에게서 ‘창조적 자본주의’를 주장하는 빌게이츠가 오버랩 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샌델이 논하는 시장 억제책도 가소롭다. 기여입학제는 부에 기반한 대학 서열화 제도로 노동자민중들(과 자녀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만 조성할 것이지만, 자본의 제국 한 가운데 위치한 하버드에서 녹(과 인세, 미디어 등 거액의 각종 부가소득)을 즐기는 샌델에게는 마치 '괜찮은' 기여입학제가 있는 양 이 제도가 안 그래도 기승을 부리는 이 사회의 학벌카스트를 더욱 더 강화시킬 것이라는 뻔한 내일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성매매 금지 논리는 더욱 더 가관이다. 그는 매춘과 ‘가난한 여성들’ 관계를 말하면서 동시에 여타(가난과 무관한) 매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만, 이는 자본주의 아래 매춘 현상에서 가장 주된 동기가 여전히 ‘경제적 문제’라는 가난한 이들의 무거운 삶의 족쇄를 애써 축소하고 싶은 샌델의 속내를 보여준다.  

자본주의 성도덕과 공산주의 성도덕

  샌델은 또 “빈부 격차가 없는 사회라고 가정하면 매춘은 괜찮을까?”라는 질문으로 '괜찮지 않다'고 기정사실화한다. 이는 자본가들은 물론, 전통(정통?) 좌파 중에서 혹자들이 “공산주의가 도래하면 매춘은 자동 소멸된다.”며 매춘은 반드시 없어져야 할 나쁜 행위(성노동=죄악노동?)라고 주장함으로써, 대안없이 이를 반복하는 지배이데올그들의 상투적인 성도덕주의적 낙인와 자연스레 만난다.

또 일상의 전쟁체제이기도 한 자본주의에서 “매춘은 빈부 격차가 없더라도 일부 재화는 결코 돈으로 사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다”며 막연한 미래 이상사회를 가정해, 오늘 벼랑에 선 삶들에게  비시장 가치에 기반한 성도덕을 강요하는 건 모든 것이 부족함이 없는 샌델이나 가볍게 던질 수 있는 언어유희다.  

  그리고 샌델은 매춘에 대한 ‘개인의 선택’과 존엄성이 양립될 수 없음을 추궁하지만 이는 매춘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제 구조를 간과한 것이다.

참담한 자살들이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실제로는 사회적 타살의 성격이 많은 것처럼, 절대다수의 매춘은 노동자민중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오늘 자본주의의 폐해가 빚은 사회현상의 하나이다. 샌델은 오늘 존엄성이 보장될 만한 일자리 사례를 얼마나 제시할 수 있을 것인지 그것이 궁금하다.    

  샌델이 나르시즘에 취해 놓쳤거나 혹은 자신과 가족의 안일을 위해 알면서도 회피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해보자.  

  우리는 계급세습을 확대 재생산하는 기여입학제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 기여입학제로 이득을 취하는 자들은 부자(의 자녀)와 그 수혜자인 대학재벌이며, 여기서 노동자민중들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여입학제에서는 악과 선의 구도가 명료하게 성립되므로 입장 또한 찬반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

파시즘 부르는 매춘 금지주의

  이와 별개로, 절대다수의 성인 매춘(인신매매 제외)에 대해서는 개인적 선택사항이기 이전에 경제적 문제가 주된 이유인 사회적 현상(사회적 선택)의 하나라고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매춘에서는 또한 관계(trade)에 놓인 상대가 엄연히 존재하며 이는 빈곤율, 미혼율, 비혼율, 성적 접근도, 성적 개인차 등과도 깊은 관련이 있으므로 이 분야에 대한 금지주의 기조의 국가 개입이 불러올 파시즘을 경계해야 한다. 따라서 애초 선악구도가 불가능한 매춘 현상 앞에서는 비범죄화나 합법화 등의 선진적 사회 공론화를 통해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05년 12월 민언련은 1년 동안 방송모니터 결과와 시청자들의 뜻을 모아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좋은 방송‘ 시사교양 부문 수상작에 ‘유럽의 선택 성매매 합법화’ 등을 방송한 MBC 'W'(월드스페셜)를 선정했다. 당시 민언련은 선정 이유로 “반전과 평화, 인권 등 인류보편적 가치를 중심으로 세계 각지의 갈등과 모순에 대해 구조적이고 본질적으로 접근해 참신함과 차별성이 돋보”인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노무현 정권 하 여성계의 성주류화 전략 공세(성매매방지법 강력시행)로 인해 ‘유럽의..’ 같은 심층 프로그램은 종언을 고하게 된다. 그리고 권력재편기인 지금도 이들의 공격은 여전히 강력하며 하버드의 마이클 샌델 같은 이의 국내 상륙은 이들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축복이라 할 수 있다. 주류여성계나 샌델이나 양자 공히 자본주의 모순을 거론하지 않고 마냥 비현실적인 정책을 내놓거나 성도덕이라는 기준으로 낙인만 찍으려는 선수라는 점에서 이들은 기가 막힌 궁합이 아닐 수 없다.    

'퇴영적 버전' 훈육에는 스튜어트 홀의 시선으로

  지난 3일 샌델은 대한문 옆 쌍용자동차 노조 분향소를 방문했다. 그러나 샌델이 쌍차와 길건너 재능의 해고노동자들 같은 가난한 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샌델이 시장에 맞서 정작 노동에 대한 인간의 존엄을 말하려면, 우선 그 책임 추궁의 방향이 온갖 기득권을 지닌 채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자본과 권력을 향해야 할 터인데 그런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고 ‘착한’ 박원순과 함께 분향소만 찾으니 보는 이로 하여금 허전하고 씁씁할 마음만 자아내게 한다.    

  우리는 이참에, 마치 대영제국 빅토리아 왕조 때처럼 오늘도 “근대에 대한 퇴영적 버전으로 그 사회를 ‘교육하고’ 훈육하려는 시도”를 하려는 지식인 기술자들을 경고한 스튜어트 홀의 예리한 시선으로, 대중들을 상대로 성도덕을 각별히 훈육해 통치 메커니즘에 편승하는 마이클 샌델 류의 인간들을 강력하게 견제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최덕효 (한국인권뉴스 대표)


본성해방net
http://cafe.daum.net/gendersolidarity
태그

매춘 , 성매매 , 기여입학제 , 본성해방 , 마이클 샌델 , 샌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본성해방net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