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에스제이엠지회 투쟁현장 탐방기

박문수(기자)

군사작전
2012년 7월 27일 새벽 4시를 기하여 사측의 사주를 받은 컨텍터스 군단은 고요한 새벽의 적막함을 깨는 굉음을 필두로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하는 군사 장비를 갖추고 에스제이엠(경기 안산)에 진격하여 농성 중이던 조합원을 무참하게 폭력으로 짓밟았다.

농성 중이던 조합원은 당시 비무장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의의 방패로 위장한 컨텍터스 군단은 전쟁터에서 적군을 살육하는 것과 같은 기세로 에스제이엠 공장내부를 샅샅이 누비며 그들의 전투무기를 마음껏 휘둘렀다.

단 한명이라도 끝까지 살려두지 않으려는 무서운 기세로 진격을 하는 컨텍터스 군단의 전투부대를 피해 어찌되었든 살아야겠다는 일념아래 공장내부의 숨을 만한 곳을 향해 달렸던 조합원들은 더 이상 피신할 곳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저 잔악무도한 부대원들에 잡혀죽으나 도망가다 죽으나 매 한가지라는 생각 속에 어쩌면 오늘 이곳에서 죽을지도 모르는 공포가 밀려왔음에도 불구하고 2층 건물에서 조차 뛰어내릴 수밖에 없는 너무나도 절박한 상황이 이곳저곳에서 벌어졌다.

무차별 폭력으로 인하여 40여명 이상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였으며 아직까지 7명은 그 상태가 위중하여 입원중인 상태다.  

-이 모든 현실은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였다. 그리고 그곳은 대한민국 땅 안산이었다.-


      


허울뿐인 헌법
2층에서 뛰어내려 다리가 부러진 조합원은 비명을 지르며 당시 근처에 있던 대한민국의 정의로운 경찰에게 살려달라고 부르짖었지만 그들은 어느 국가의 경찰이었는지 보고도 모르는 체 하며 제발 살려달라는 한 생명을 내버려둔 체 그 자리를 떠나갔다.

무수한 폭력이 난무하며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에스제이엠 현장은 대한민국의 경찰인지 컨텍터스의 전투부대인지 외형적으로는 전혀 구별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죽음의 공포를 느끼던 현장 조합원들은 우리는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인가? 우리에게 국가는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하는 허탈감 속에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음을 깨닫고는 살아야겠다는 의욕마저도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경기도 안산의 에스제이엠의 처참했던 이 순간만은 대한민국 헌법이 존재하는 곳이 아니었다. 아니 2012. 7. 27은 경기도 안산의 에스제이엠은 대한민국이라는 한 국가의 지도에서 사라져버린 날이기도 하였다.

-국가와 공권력은 누구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일까? 국민을 위한 국가와 공권력이지 국가와 공권력을 위한 국민이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국가와 공권력 그리고 자본은 결탁하여 철저히 국민과 노동자를 탄압하며 외면하고 있다.-


국가는 노동자를 인간으로 생각 안한다.
참혹한 비극의 현장을 다시 찾았다.
그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조합원은 그 당시의 처참했던 순간을 다시 기억하기조차 두려운 기색으로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첫 마디가 회사에 대한 성토였다. 노사관계가 안 좋으며 경찰과 투입된 용역부대원이 함께 두 손을 꼭 잡으며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한민국의 헌법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순간이었다.

과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인가? 민주공화국인가? 헌법1조 2항에서 밝힌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나온다.-는 말조차도 이제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다른 한마디의 말은 아직도 내 폐부를 찌르며 남아있다. 그는 -국가는 노동자를 국민으로 심지어는 인간으로조차 생각하지 않았다.- 말했다. 또한 일반 국민들이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도 냉정했으며 그들의 사회인식이 결여된 것에 대한 하소연을 하였다.

-이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바로 대한민국의 현주소인가? 국가와 권력 그리고 자본과 기업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그들은 정녕 헌법 1조 1-2항에서 밝힌 것들을 무시하며 살아가는 존재들이가? 하는 강한 의구심속에 “노동자” 를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한 조합원의 절규에 가까운 피맺힌 소리는... 아직도 내 가슴속을 때리며 메아리치고 있다.-  


      


전쟁터의 상흔
16일이 지난 오늘 그날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그들은 고통과 싸울 수밖에 없는 또 다른 현실에 처해질 수밖에 없었다.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던 무차별 폭력진압은 7월 26일 저녁 5시 기습적으로 직장폐쇄의 버튼을 누름으로 시작되었다.  

아직 전쟁터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채 짧은 도로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폭력사측과 조합원들의 사이에는 전운이 맴 돌았다. 공장 정문은 마치 명박산성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콘테이너 박스가 2층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공장 정문너머로 신체 건장한 청년 둘이서 야간보초를 서고 있었다. 건장한 보초들의 눈과 몇 번 마주쳤다. 처음에는 잡아먹을 듯 이글거리는 매서운 눈빛을 보내다 이내 시선을 떨 구는 모습에서 얼마 전 조합원을 무참하게 폭력으로 짓밟던 야수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길 건너편에는 그날의 상흔을 아직도 가슴속에 간직한 채로 임시로 만들어진 비닐 천막 안에서 폭염의 기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늠름한 모습으로 함께 모여 대책회의를 하는 모습에서 당당한 장수의 모습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에스제이엠 “사” 측의 노조 말살 전술, 전략
밤10시부터 아침 7시까지 매 시간마다 20분가량 틀어대는 선무방송에 철야농성중인 조합원들은 하루 종일 이어진 투쟁으로 인한 피로를 잠시라도 눈을 붙일 수 있는 시간마저 허락되지 않았다. 선무방송의 내용은 사측과 현장사원 그리고 대체인력에게 보내는 가족대책위가 녹음한 절절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또한 사측이 조합원들의 가정으로 보낸 편지에는 “노동조합”이 불법을 했기 때문에 직장폐쇄는 정당한 것이며 회사는 구조조정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파업이 길어지면 거래가 끊겨 회사가 위태로워진다. 파업 참가자들을 고소고발 하겠다. 법과 질서를 바로 세우겠다. 말하며 가족들에게까지 온갖 회유와 거짓을 일삼고 있다.

더욱 조합원들과 가족들을 분노케 한 것은 편지 서두에 “사랑하는 가족 여러분” 이란 어구이다. 한 조합원의 분노는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며 무참하게 폭력을 행사한 사측에서 어찌! 감히! “사랑하는 가족” 이란 말을 쓰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그들이 인간인지, 짐승인지 아니면 한글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푸념을 하였다.

-사랑이란 단어를 지금까지 잘못알고 있었나? 에스제이엠 사측은 아마도(사랑=폭력)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들은 아마도 다른 우주에서 날아온 외계인 아니면 아직 한글 공부를 끝내지 못하여 정확한 뜻과 사용 용도를 구별 못하는 것 같다.-


이러한 악 조건 속에서도 “에스제이엠” 의 현장 조합원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있는 금속노조 경기지부는 이제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다. 이곳이 바로 우리의 무덤이라 말하며 끝까지 싸워 이기겠다는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한지원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은 “용역업체가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스파이(내부첩자)를 심은 것이 확인된 건 처음”이라며 “이전에도 노동 현장에 용역이 투입되긴 했지만 현 정부 들어 경찰과 정부가 용역업체를 비호하는 상황까지 오면서 거칠 게 없어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한 컨택터스는 최근까지 불법 대체인력을 공급하기 위하여, 군사작전 이후 폐쇄된 누리집의 옛 기록을 확인한 결과, 컨택터스는 에스제이엠에 군사작전 실지 직전에 ‘자동차부품 생산직원 모집’ 공고를 내걸었다. 이것은 자동차부품회사인 에스제이엠의 조합원들을 말살시킨 후에 투입할 대체인력을 직접 모집한 것으로 보여 진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파업이나 태업 등이 이뤄지는 쟁의 사업장에 대체인력을 투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컨택터스는 누리집에서 “파업·태업으로 업무에 차질을 우려하여 즉시 대체인력을 투입”한다는 사업 내용을 버젓이 홍보해왔다.(한겨레인용)

-노조 말살을 위하여 철두철미하게 군사작전을 준비한 에스제이엠 “사” 측과 “컨텍터스” 그리고 이를 철저히 방조한 국가와 잔혹하게 진압당한 조합원들은 과연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의지해야할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군사작전 이후
7월 27일 새벽에 찾아온 폭력은 결국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여름휴가 기간 회사 회유와 협박에 넘어간 조합원이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전에 기획된 노조 탄압은 파업유도, 공격적인 직장폐쇄, 조합원 회유를 통한 선별 복귀, 어용 복수노조 설립, 민주노조 와해의 단계를 거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회사의 선별복귀 작전 단계부터 먹혀들고 있지 않고 있다.

이번 제이에스엠 노조조합원들은 대다수가 기혼자였다. 파업현장에서는 대부분이 가족문제로 인한 고통을 가장 많이 호소하는데 오늘 만난 패기에 찬 현장조합원은 우리는 전혀 그렇지 않다. 가족들이 어마어마한 폭력진압과 회사의 이중적인 위선에 치를 떨고 있으며, 지금의 현실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이곳에서 한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싹이 돋아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빛이 보였다.
늦은 밤 현장에 감도는 전운을 피부로 느끼며 현장조합원들은 집으로 돌려보낸 채 철야농성을 하고 있는 수원경기지부 소속 원들과의 대화에서 색다른 투쟁현장을 경험하였다.

이곳은 다른 투쟁 현장과는 달리 현장주체들이 철야농성을 하며 지칠 것을 미리 대비하여, 철야농성은 금속노조 경기지부 및 외부 연대 단체들이 맡기로 하였다.

이 시스템은 노동운동사에 거의 흔치 않는 경우인데 현장주체들이 투쟁에 지쳐 회사의 회유에 하나둘 떨어져나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그리고 외부단체의 철저한 연대 및 협력을 받을 수 있으며 “사”측과의 피 말리는 협상에 우선권을 점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사견임을 밝히는 철야농성장의 한 조합원은 현재 한국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쟁현장은 내부동력을 잃어버린 지 오래되었으며 민주노총의 총파업 구호 역시 일종의 뻥 파업으로 바라보고 있다. 또한 많은 산업현장이 첨예한 계급투쟁에서 밀렸음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에스제이엠의 전선은 사후투쟁이 아닌 밀고 당기는 서로가 대척점에 있는 투쟁이며 충분한 내부동력을 갖추었고  에스제이엠으로 인해 이미 힘을 잃어버린 노동자조직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하게 자신하고 있다.

그리고 언제든지 누구든지 이곳에 와서 잘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이니 보다 많은 관심과 연대를 요청하였다.

밤 11시 35분경 공장 정문 앞에 밥 차가 도착했다. 공장을 사수하고 있는 새로운 보초들을 위한 것이었다. 차에 다가가 아이스박스에 담긴 것을 만져보자 비닐에 싸인 밥이었다. 배달을 하던 밥 차 주인에게 무엇이냐 묻자? 야식입니다.

몇 인분이죠? 170인분입니다. 무슨 야식을 얼마나 많은 보초들이 지키고 있기에? 무엇이 두려워서? 그들은 저러고 있는지 현장에서 철야농성 중이던 한 분이 말하기를 우리는 자유스럽게 다닐 수 있는데 저쪽은 오히려 울타리에 갇힌 오갈 데 없는 불쌍한 존재라고 말한다.

현장 조합원들과 연대 동지들은 이렇게 진솔한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아직 언론에 얼굴이나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사양하는 겸손함 때문에 실명을 밝히지는 못해 아쉽다. 아울러 컨텍터스의 폭력으로  머리를 10바늘 이상 꿰매는 사고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현장으로 달려와 철야농성을 하고 있는 이선자 동지(금속노조 경기지부 사무국장, 노동해방 활동가)등 노동해방 활동가들의 현장실천이 돋보였다.

13일 새벽 방문을 마치고 돌아서는 발걸음에 한편 걱정은 기혼자가 많은 에스제이엠 현장 조합원들에게서 혹시라도 쌍차와 같은 억울한 죽음들이 다시금 나와선 안 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노동현장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에스제이엠 조합원들이 노동사회운동 진영의 동지들에게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길 바라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연대로 투쟁이 더욱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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