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평론] 고환을 제거하자? 권력 부침 두 사람 이야기

성범죄는 성매매특별법 둔 채 사형제와 물리적 거세로 근절될까?

최덕효(한국인권뉴스 대표겸기자)


나주 어린이 성폭행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인권침해성 짙은 당국의 정책 제안이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다.

2010년 10월 일제검문을 중단한지 2년 만에 경찰이 ‘불심검문’ 부활을 천명하고 나섰는가 하면 △19세 미만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 확대 △(아동)음란물 단속 △폐쇄회로TV 증설이 검토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사형제’ 존속 발언과 박인숙 의원 등 새누리당 국회의원 18명과 전정희 민주통합당 의원이 발의한 ‘물리적 거세법’(고환 제거)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2004년 9월 23일 성매매 방지 특별법(성특법)이 시행된 직후부터, 이 법을 그대로 둘 경우 필연적으로 오늘과 같은 극악한 성범죄 현상을 불러올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성노동/성노동자 운동에 임해왔다. 매춘(성매매) 관련 정책은 비단 이해 당사자들의 생존권, 건강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었지만, 주체가 없는 운동을 할 수는 없었고 향후 벌어질 예측을 운동의 중심에 둘 수도 없는 일이었다.    

매춘 금지주의는 성범죄 증가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 사회생물학적으로나 진화심리학적(이는 다음으로 미룬다.)으로 밝혀지고 있으므로 당연히 피해야 할 명분만의 후진적 도덕정책이었다. 그러나 주류여성계가 주도한 성특법은 8년째 아무런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고 있어 문제를 양산 중이다.

더욱이 비판해야 할 지식인들 다수가 이 문제를 거론하는 자체가 ‘돈을 주고 여성의 몸을 사는 것이 폭력/범죄’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될 것이라는 불안, 그리고 사회적으로 퇴출될 것이라는 불안에 스스로 침묵하는 길을 택했기에 문제는 더욱 심화돼 성범죄 폭증이라는 혹독한 대가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정치권력과 밀접한 두 사람의 상반된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이들은 익명으로 처리했지만 모두 실재 인물이며, 표현은 반드시 동일하지는 않지만 발언 취지는 최대한 기억을 살려 옮겼다.  

이는 여론(한겨레신문 2004년 10월 28일: 성특법 지지반대 63%, 조선일보 2004년 10월 2일: 성특법 문제있다 62.66%, 네이버 2004년 10월 26일: 성특법 음성화될 뿐 효과 별로 71.24%)에 역행하면서까지 권력이 선택하고 강행한 금지주의 정책이 어떤 정치적 의미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첫 번째는 K씨 이야기다. 성특법 시행 1년이 지난 2005년 말 경 필자는 한 모임에서 ‘국민의 정부’ 시절 스타덤에 올랐던 공직자 출신 K씨를 만났다. 그는 지난시기 업무를 추진하면서 지역 특성상 나름 매춘 현상을 깊이 연구한 원로급 인물로, ‘관용지역(special area for tolerated street)’을 인정하는 유럽형 제도를 지지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보수교회의 권사이기도 한 그는 성특법과 관련하여 필자에게 자신의 고민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이쪽 사람들(집창촌 관련) 완전히 거지됐어요. 제가 만나보니 빚더미에 올라앉은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닙디다. 아가씨들은 거기서 밥벌이가 안 되니 여기저기 떠돌죠. 결국 이대로 가면 전국이 음성적인 사창가로 전락하지 않겠어요. 큰일입니다. 법으로 이렇게 틀어막아놓으면, 결국 남성들.. 성범죄가 속출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인데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어요.. 권력이 참 무섭습니다. 제가 공직에 있을 때 애써 모은 비디오 등 그쪽(매춘) 자료를 정책에 반영하라고 책임자(장관) 믿고 관련부처에 전달했는데 파기시켰는지 아예 없어져 버렸어요. 참 나쁜 사람들이예요.”  

두 번째는 G씨 이야기. 2006년 10월 한 시사여성 주간신문 토론회에 참여했다가 참가자 중 한 분인 G씨에게 뒤풀이 초대를 받았다. 그는 지금 가장 유력한 여성단체의 수장을 맡고 있다. 서로 자신을 소개하고 보니 우리는 같은 곳에서 일하지는 않았지만 우연히도 1987년 6월민주항쟁 당시 동지였다. 그는 필자가 연대하고 있는 성노동/성노동자 운동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음에도 전혀 적대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비유법을 써가며 양해를 구했다. 다양한 내용의 대담이 있었는데 특히 이 부분이 기억된다.  

“지금은 어차피 비대해진 남성권력을 잡아나가는 시기잖아요. 한 쪽으로 휘어진 대나무를 곧게 하려면 반대쪽으로 한참 눌러줘야 하는 이치와 같죠. 그러니 좀 참아주셨으면 합니다. 곧 관련부처 개편작업*이 마무리되면, 굳이 (여성계가) 계속 성매매 가지고 크게 이슈화하겠어요?”
* 여성부(연예산 3백억 수준)에서 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 보육업무 이관으로 연예산 1조원 수준)로 개편되는 일을 가르킴(필자)  

노무현의 ‘참여정부’ 아래서 성특법이 자리 잡아나가자 김대중 정권 당시 잘 나가던 정치인이었던 K씨는 정책 대립으로 인해 과거 영화(榮華)를 뒤로 한 채 물러났다. 반면 G씨는 물론 그와 같은 쪽에서 일하던 성특법 주도 세력들은 진보?/보수정권의 부침과 무관하게 ‘성정치’로 계속 승승장구해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렇듯 ‘성정치’에 기반한 권력 내 대대적인 구조 변화는 강력 성범죄의 실제 근절이 매우 요원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들은 성범죄와 불가분의 관계인 성특법으로부터 정치적 이득을 보고 있는 집단이기에 어떤 경우에도 자신들이 만든 이 제도를 바꿀 의향이 없다. 성주류화 전략의 가장 중심 동력인 매춘 금지주의가 바로 이들의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이다.    

그 왼쪽에 있는 세력들에게 성범죄 해결 방안을 구하는 것도 만만치는 않다. 그간 성노동/성노동자 운동이 많이 치고 올라오긴 했으나 아직까지도 운동진영에서는 여전히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성범죄에 대한 인권침해성 초강력 대책들 앞에서 구조적 실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세력은 그나마 여기뿐이다. 그래도 이곳에는 권력과 무관하게 마음 비우고 운동하는 동지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번 발표한 운동평론의 유엔 통계(2010년)를 통해 성범죄와 매춘정책의 상관관계를 다시 본다.
유엔 성폭력 통계(UN Rape Statistics)에 의하면, 10만명당 성폭력 범죄건수에서 매춘 금지주의 국가인 스웨덴은 63.5(유럽 최대 성폭력 수치)였다. 한편 합법화 국가인 독일은 9.4(스웨덴의 15% 수준)였다.
스웨덴을 모델로 한 금지주의 국가 한국은 성특법 시행 이후인 2005년부터 유엔에 기록이 없으나 국회에 제출한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36.9(18,220건)로 추정된다. 성특법 이전인 2003년 유엔 기록에는 12.7로 올라있으니 약 3배 폭증한 것이다.  

이 자료에도 불구하고, 성범죄에 대한 초강력 응징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전자발찌와 강제성 ‘화학적 거세’가 대안이고, 박근혜가 말하는 ‘사형제’가 정답이다. 또 19인 국회의원들이 주장하는 ‘물리적 거세’로 잘라버리는 게 확실한 근절책이다. 그리고 전국 방방곡곡을 CCTV로 덮어버리는 게 가장 안전하다. 과연 그런가?  


[바로가기] 유엔 성폭력 통계(UN Rape Statistics) 집중분석

[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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