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록 서평] 옥중련(獄中蓮) - 서준식 선생을 말하다 (3)

최형록(인문학자)

서준식,『옥중서신』(야간비행, 2002년)
『서준식의 생각』(야간비행, 2003년)


4. 중생의 구제 - ‘덕의 공화국’을 향하여

속담에 이르기를
덕은 털끝 같이 가벼우나
들어 올릴 수 있는 사람은 적다했는데
                        - 민중 -

  2500년 전 공자가 ‘생각에 나쁜 것이라고는 없다’(思無邪)라고 한 『시경』의 시 중 한 구절이다. 2500년 동안 끈질기게 ‘참을 수 있는 존재의 가벼움’이 ‘덕’ 보다 더 가벼웠던 것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관찰하지 않고 인간을 사랑하기는 쉽다. 그러나 관찰하면서도 그 인간을 사랑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깊은 사색 없이 단순소박 하기는 쉽다. 그러나 깊이 사색하면서 단순소박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자신을 기만하면서 낙천적이기는 쉽다. 그러나 자신을 기만하지 않으면 서 낙천적 이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어리석은 자를 증오하지 않고 포용하기란 쉽다.

그러나 어리석은 자를 증오하면서 그에게 애정을 보내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 적개심과 원한을 가슴에 가득 품고서 악과 부정과 비열을 증오하기란 쉽다. 그러나 적개심과 원한 없이 사랑하면서 악과 부정과 비열을 증오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옥중』, `85. 10. 26 일자, 569면 그리고 154면).

절망의 심연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깨달아’ 길어 올린, 정화수(淨華水) 같은 격언.

  ‘서돌(乭)’ (『옥중』, 794면)의 최초의 꿈은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체조선수였다(605면). 그러나 ‘춘수(春愁)’를 감옥에서 12년째 보내면서 ‘모든 민중의 구제’를 꿈으로 품었으며(432면) 광명을 본 후로는 예상치 못했던 ‘인권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서돌은 ‘인권운동’을 대량생산되어온 ‘조작간첩’문제 (『생각』, ‘장기수의 시대’, 137면~193면, 188면)의 공론화로 시작하였는데, 1991년 5월 투쟁 중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진상규명 과정에서 최선봉에 선다(『생각』, 197면 ~219면).

그런 다음 인권운동을 보다 조직적으로 하기 위해서 ‘인권운동 사랑방’을 추진,「인권 하루소식」의 발행, ‘인권영화제’, 인권교육 등을 추진, 조직을 안착시키기에 성공한다(이 과정에 대해서는『인권운동 사랑방 10돌 기념 자료집』, 2003년 3월, 참고).

              

  서돌은 ‘인권운동연구소’를 설립, 옥중에서의 민족주의적 편향, “이 땅에서는 민족주의 이외의 어떤 이데올로기도 제멋대로 군림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벗어나(『옥중』,`87. 10. 30일자, 777면) 인권운동의 근본이념인 ‘보편적 자유와 평등’을 여하히 ‘계급의 문제’와 결합시키며 남한의 특유한 사회 - 역사적 운동 상황에 조응하는 인권이론을 체계화할 것인지(『생각』, 97면~99면, 57면~70면) 노력 중이다.

  그는 저항운동의 대규모적 체제내화가 희망 그 자체의 파괴라고 보면서(『옥중』,12면, 407면. 『생각』, ‘우리 모두 감옥에 가자’, ‘한총련 탈퇴가 의미하는 것’)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비폭력불복종운동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생각』, ‘도덕적 우위만이 우리의 희망이다’).

하버드大의 교육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에 따르면 간디는 비폭력 불복종 저항운동(Satyagraha)을 어떤 상황에서나 채택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무엇보다 적에게 fair play의 정신이 있을 때 가능하다. 즉 폭군들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

  나는 서준식의 , 무엇이라고 한마디로 형용하기가 어려운 ‘기적 같은 고투’(孤鬪, 苦鬪, 考鬪, 高鬪…)를 ‘지면의 구속’등의 이유로 이 정도로 소개할 수밖에 없다. 용기의 원천인 ‘수호신’, 어머니와의 추억(93면 등), ‘수잔 냇가’의 낚시를 비롯한 아버지와의 추억(302면 등), 남매․가족과의 추억(46면~47면 등), 키워 보고픈 아기․어린이에 대한 희망(138면 등 그리고 『생각』의 ‘인권의 눈으로 어린이를 보라’, ‘영등포에서 딸들에게’),

어머니이자 누이이자 딸이기도 한 사랑하는 여인(711면 등), 민족의 불행과 비참을 먹고 성장해온 교회에 대한 비판(647면)과 유물론과 예수적 삶의 접합(735면), 테레사 수녀(499면~500면), ‘조선형 영웅’, 김구선생(700면~701면), 슬픈 조국(127면 등), 문학과 예술(그는 들을만한 아코디언 연주자이기도 하다, 611면 등) 옥중에서 성장하는, 생명에의 감수성(773면), 단식투쟁(713면) 그리고 절대 ‘잊을 수 없는 날들’(53면, 148면)등을 ‘느끼고 이해해야’ 한다.

  “형님, 인간의 무시무시한 슬픔을 수도 없이 많이 안고 있는 지구가 그 쌓이고 쌓인 엄청난 슬픔의 무게를 도대체 무슨 수로 감당하며 오늘도 태연히 돌고 있는 지 신기할 따름”인(『옥중』,1983. 5. 14. 부친의 별세 소식을 접한 후, 358면), ‘꿈을 먹고사는 로빈슨 크루소’(1986. 11. 24일자, 685면), 우리의 현재이자 과거이자 미래, 서준식.  함께 ‘미륵세상’으로의 길을 오래 오래도록 닦아나갈 수 있기를… (끝)


『진보평론』2003년 여름호  [2003. 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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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재야 인문학자 최형록 선생의 양해 아래 그의 에세이를 매주 토요일 시리즈로 싣는다. 에세이는 최 선생의 책 『이 야만의 세계에서 어린시절의 꿈나무를 키워나간다』(도서출판 다올 정문사)에서 옮긴 것으로 그의 철학, 역사, 과학, 정치에 관한 세계관을 접할 수 있다. 최 선생은 서울대 인문대학원에서 수학했으며 민중당 국제협력국장, 사민청 지도위원, 진보평론 편집위원을 지낸 바 있다. ‘모든 노동자의 건강할 권리를 위하여’를 영역했다. [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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