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권이 이슬람에 먼저 반성과 화해 메시지 보내야

[논평] 기독교권이 이슬람에 먼저 반성과 화해 메시지 보내야
- 아랍권 국가의 대규모 시위와 미해병대 급파에 즈음하여

9.11 사건 발생 후 11주년을 맞는 세계는 아랍권 국가들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에 의해 국제적인 평화가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이슬람 예언자 모하메드를 모독하는 미국 영화에 대한 아랍권 국가의 반발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의하면 13일(한국시각) "무장 세력의 테러로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 크리스토퍼 스티븐슨과 외교관 3명이 숨졌고 이집트 카이로의 미국 대사관도 시위대의 공격을 받은 데 이어 튀니지, 모로코, 알제리 등에서도 반미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한 부동산 개발업자가 제작한 '무슬림의 순진함(Innocence of Muslims)'이란 영화의 예고편이 유튜브를 통해 퍼지면서 아랍권이 들끓기 시작했다. 이 영화에서는 예언자 모하메드를 도둑, 호색한 등으로 묘사하면서 비하하는 내용이 들어있다고 한다.

이슬람 성직자들이 영화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반미 시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일부 과격 세력이 미국 대사관과 영사관에 몰려와 불을 지르고 수류탄까지 투척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집트 정권을 잡고 있는 '무슬림 형제단'은 금요일에 이 영화에 반대하는 100만 명이 모여 대규모 시위를 열겠다고 발표했으며, 이란 정부도 성명을 통해 "이 영화는 이슬람에 모욕을 줬다"고 비난했다.

아랍권의 반발을 달래며 수습하려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외교관이 사망하는 참사까지 벌어지자 백악관에 조기를 걸고 공식 성명을 통해 무장 세력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또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해병대 대테러 요원을 리비아로 급파했다(오마이뉴스).

사태가 이지경으로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콥트기독교도인 나쿨라 배슬리 나쿨라(55)는 이날 미국의 아랍어 라디오 방송인 <사와>에 출연해 “크리스 스티븐스 대사 등 미국인 4명이 숨진 것은 슬픈 일이지만 영화를 만든 것 자체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동의 CNN으로 불려지는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 세워진 아랍어와 영어의 텔레비전 방송사 ‘알자지라’는 한 독립 다규멘터리 영화제작자의 말을 다음과 같이 보도하고 있다:
‘이것은 영화제작자의 입장에서 볼 때 너무 조잡하게 만들어진 도전적인 것이다. 이것은 분노를 유발하는 견인차다.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정치적이다. 결코 자유로운 표현이 아닌 선전이다. 이 영화는 자극물이지 정보가 아니다. 그것은 의도적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한 기법이다.’ 이들은 영화제작자의 배후까지 의심하는 눈초리다.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책임감은 고사하고 일말의 뉘우침도 없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수행한 듯이, 자신의 행위를 당연한 것으로 말하고 있는 동영상 제작자는 말할 것도 없고, 그가 속해있는 미 정부나 기독교계에서도 책임 있는 발언을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미 정부는 사건이 처음 발생한 리비아뿐만 그 밖의 확산일로에 있는 아랍 국가들에 해병대 대테러 요원을 계속 급파함으로써 사태는 더욱 험악해지고 있다.

여기서 첫째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제작자 니쿨라의 소신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 14분짜리 동영상을 편집해 인터넷에 올렸으며, “미국은 이 영화랑 아무 관련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자신을 이슬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아랍 사상가’라며 “1994년에 이슬람에 관한 책을 썼는데, 이 책을 읽고 감명 받은 사람들이 영화로 만들자고 요청해 이번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영화의 메시지는 이슬람교도들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향한 것”이라 말했다는 점이다.

그의 발언에 따르면 동영상을 제작한 본인이외에도 9.11비극을 경험한 미국에는 이웃 종교인 이슬람를 존중하지 않을 뿐 아니라 폄하와 모독과 증오를 서슴치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시실이다. 그의 말대로 미국정부가 이 일에 직접 개입했을 리는 없다. 일부 극우파 사람들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소행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되는 것은 미국을 떠받치고 있는 미국인들에 팽배해 있을 반 이슬람 정서다. 미국의 상징인 무역센터를 붕괴시키고 수많은 사상자를 낸 9.11 사태를 오로지 이슬람의 반평화적 극력 폭력테러집단의 만행으로만 규정하고, 비극의 발생 원인에 대하여는 돌아보지 않고 침묵하는 극히 편향된 편협한 시각에 의해 조성된 반이슬람정서다.

이점에서 미국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미 정부는 일찍이 그 원인에 대한 깊은 성찰이나 반성 을 표명한 바가 없다. 오히려 미국은 그 같은 폭력세력이 잠재해 있는 아랍세계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그 근절을 결의하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우리가 관심하는 부분은 미국정부나 동영상을 제작배포한 제작자 일행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들 정부나 국민들의 정서를 밑 받치고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독교계다. 구원은 기독교 밖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교리에 의거하여 여타의 종교를 무시할 뿐 아니라 적대시하는 기독교인들의 믿음이다. 그 믿음에 그치지 않고 이들을 악의 세력으로 인식하고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전하려는 충동이다.

모든 기독교인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알고 보면 비록 자신이 믿는 신앙과는 다를지라도 다른 종교의 소중함도 인정하고 아껴주는 가운데, 이 땅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하여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함을 알고, 이 일에 헌신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세상에서 끊임없이 물의를 일으켜 규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기독교가 아직도 지탱되고 있는 이면에는 이처럼 열린 마음으로 내 종교만이 아니라 다른 종교까지 존중하며 함께 평화로운 세상을 열기를 소망하는 이들의 숨은 노력이 버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상자와 함께 아랍지역에 일고 있는 극렬한 분노심을 가라앉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미 정부의 군대동원에 앞서는 이슬람에 대한 깍듯한 존중이다. 이 존중과 진정한 사과 없이는 결코 아랍인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분노를 끌 수 없을 것이다. 두 종교 사이에 일고 있는 오랜 세월동안 쌓인 적대적 대립과 갈등은 하루아침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름만 다를 뿐, 그 뿌리가 같은 한 하나님을 믿으며, 기독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아브라함을 비롯하여 구약의 여러 선지자들과 예수를 귀히 여기는 이슬람은 지상의 여러 종교들 가운데서도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아주 가까운 이웃 종교다. 만일, 합하여 인류의 절반을 넘는 두 종교가 서로 소통하는 일이 이루어진다면 이야말로 인류의 평화를 위해 기리 기념할 수 있는 금자탑이 될 것이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예멘 정부가 과격 시위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다"며 "미국인들의 안전 보장을 위해 예멘 정부의 지속적인 협조를 당부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서의 이 같은 움직임은 불행 중에서도 다행스런 국면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대처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이슬람과 기독교의 움직임이다. 이번 일의 본질은 정치적인 것이기보다는 그 근본이 종교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일뿐 아니라 번번이 일어나는 일련의 마찰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이슬람에 앞서 기독교권에서 먼저 반성과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는 일이 중요하다. 갈수록 번지며 격해가는 무슬림의 분노를 가라앉히며 공동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갈등과 대립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양대 종교 간의 화해 노력이 필요하다.

그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는 안타까운 희생자들, 폭력에 의해 맨 먼저 희생된 크리스토퍼 스티븐슨 미 대사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이들의 죽음을 조금이라도 보상하며 방지할 수 있는 길은 이슬람과 기독교가 화해하는 일임을 우리는 깊이 새겨야 할 줄로 믿는다.


2012년 9월 17일

새로운기독교운동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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