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노동자] ‘묻지마 범죄’ 부르는 묻지마 권력

구속노동자 편집팀

  지난 8월 22일 여의도에서 끔찍한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도대체 범인은 왜 무고한 사람들을 향해 칼을 휘둘렀던 것일까요? 피의자 김씨는 경찰에서 “나를 실컷 이용하고 퇴사하도록 만들어 화가 났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회사에서 해고된 후 신용불량자가 되었고 좌절과 실의에 빠져 죽으려고까지 했답니다.

  2008년 6월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사람들이 북적대는 번화가 한복판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 7명을 치고, 그것도 모자라 흉기로 마구 찌른 사건. 그 사건의 범인은 ‘마른 수건도 쥐어짠다’는 일본 도요타 자동차에서 살인적인 노동 착취를 당하다 해고된 하청노동자였습니다.

  19세기 독일의 유명한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은 “침해받은 권리에 대한 주장은 인격의 자기 보존을 위한 행위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권리자의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라고 말했습니다. 만일 김씨가 다니던 회사에 자주적으로 활동하는 노조가 있었다면, 실적이 떨어졌다고 해서 동료들이 그를 비난하고 사장이 마음대로 해고하도록 방치하지는 않았겠지요.

노조가 없다 해도 당연히 법에 따라 정당한 노동의 대가와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회사는 그를 함부로 해고했습니다. 누구나 그런 일을 당한다면 자신의 인격이 무참히 짓밟히는 고통을 느낄 것입니다. 법도 감정에 뿌리박고 있기에, 권리 침해를 당하는 순간 자신의 법 감정에 비추어 ‘이건 잘못된 일이구나’ 느끼면 어떤 식으로든 행동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김씨는 자신의 법 감정을 정당하게 표출할 통로를 찾지 못한 채 꾹 눌러두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다 생활이 점점 피폐해지면서 원한과 복수의 감정은 쌓여 갔고 결국 왜곡된 방향으로 자신의 법 감정을 표출하게 된 것입니다.





  범행이 있던 날, 여의도에서 칼에 찔려 사경을 헤매던 피해자에게 달려가 지혈을 해 준 사람은 공교롭게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납섭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3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처절한 투쟁을 통해 해고가 노동자들의 삶과 인격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줬습니다. 우리 사회는 그들의 투쟁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여전히 배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쌍용차 뿐만이 아닙니다. JSM과 만도기계, 유성기업 등등. 곳곳에서 노동기본권을 파괴하려는 기업주들의 불법 ‘청부폭력’ 사건이 벌어져도 정부는 손 놓고 있습니다.

저들은 저항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널리 알리기 위해, 앞장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자의적으로 구속해서 ‘순교자’를 만들기도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기업주들의 권리는 법을 초월해서 과잉보호되고 있고 노동자들은 법전에 규정된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노예 취급을 당하고 있습니다.

  권리를 침해당했을 때 법 감정이 움직이는 대로 불의에 맞서 저항할 것이냐, 그대로 앉아서 계속 당하고만 있을 것이냐, 선택은 개인의 몫이지만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의 모습은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 구속노동자 2012년 9월호(제71호)/ 그림: 이동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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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노동자후원회 소개

구속노동자후원회(약칭: 구노회)는 1994년에 창립된 인권단체입니다. 구노회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부당한 탄압으로 옥에 갇혀 고초를 겪고 있는 노동자들의 인권과 신념을 옹호하고 방어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모금과 후원인 여러분의 후원금으로 노동조합 활동 및 파업투쟁, 정치활동들로 구속된 노동자들을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후원해 왔습니다.

(자동이체 후원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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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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