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록 에세이] 현대판 신외신(身外身), 클로닝

민주주의 위협하는 생명과학자들의 지배



최형록(인문학자)

82년 전 민중은 일제의 군국주의적 파시즘의 억압과 착취에 대항해서 항거했다. 하지만 ‘일제의 잔당(?)’은 정신대, 강제징용과 징병 그리고 남경학살등과 같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교과서를 자기나라 어린이들에게 가르치려 하고 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기염을 토하던 ‘강도귀족’ 김 회장(국제적인, 부르주아 대변지인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를 이런 류의 인간으로 분류했다. 이것과 짝을 이루는 것이 ‘노동귀족’이리라)은 체포결사대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이제 그에게 세계는 좁으며 할 일은 ‘큰집(大)’에 가는 일이나 남은 것 같다.

안하무인격으로 국민의 생명에 대해서 파업(罷業이 아니라 破業)을 일으킨 의사들은 죽은 이의 의료 수가를 청구하는, 조선 말 백골징포(白骨徵布)와 같은 강도짓을 저지르며 급기야는 ‘으악 분업’에 성공했으며 이제는 약사들이 ‘으아악 분업’이라도 저지를 테세다.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배운 요괴 놈들’을 말끔히 처단할 수 있는 오늘날의 손오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손오공은 한줌 털을 뽑아 입에 넣어 씹은 후 훅 내불며 변하라고 외쳐서 수백의 분신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것이 신외신(身外身)의 법술이며 이 소설적 상상의 과학 판이 바로 ‘클로닝’(Cloning:생명복제)이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에 이미 올챙이세포로부터 개구리를 클로닝 한 이래, 1997년 스코틀랜드 로슬린 연구소의 이안 윌무트 박사팀이 돌리를 탄생시키면서 클로닝은 널리 알려졌다. 그 과정을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다.

양의 젖샘세포를 채취, 굶김으로써 세포분열을 중단시킴→다른 양의 미수정란 세포를 채취, 핵을 제거→두 세포를 전기충격으로 결합시킴→6일 후 배아발생→대리모(代理母)의 자궁에 이 배아를 이식→임신 후 돌리탄생. 이것이 바로 핵치환기술이다.

          

그렇다면 윌무트 박사팀의 역사적 발견은 무엇인가? 그것은 완전히 분화한 (동물이건 인간이건) 성체(成体)세포를 이용해서는 성체를 복제할 수 없다는 기존의 확립된 세포이론을 뒤집어엎은 것이다. 즉 그 전복적 증명이란 성체세포로부터 줄기세포를 다시 구성하여 성체세포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클로닝’은 ‘인간게놈프로젝트’와 함께 이른바 ‘생물학혁명’을 진전시키고 있다. 왜 생명과학자들은 이런 연구에 그렇게 열정적일까?  질병으로부터 인간의 해방이라는 고귀한 윤리적 동기가 있는 한편, 명예욕, 이윤의 새로운 노다지개발이라는 지극히 속물적 동기가 있다.

복제양 돌리의 탄생에 자금을 지원한 것은 PPL 세라퓨틱스(치료술)라는 제약회사이다. 제약회사들은 ‘클로닝’에 의학적․약학적으로 폭넓은 응용가능성이 있음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광우병’(인간에게 있어서는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을 유발하는 프리온에 소가 취약하도록 만드는, 프리온 단백질 유전자를 없앤 소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2월 22일자에 따르면 PPL 세라퓨틱스사가 소의 피부세포를 줄기세포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서 심장세포로 재 프로그램 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 회사의 궁극적 목표는 이런 생명공학을 인간의 피부세포에도 적용하여 연간 850억 파운드(약 170조~180조원)에 달하는 당뇨병치료시장에서 우위를 차치하는 것이다.

과학기술혁명이 진전되면서 민주주의의 발전에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유능한 자들의 지배’(meritocracy)의 위험한 경향이 증대해간다.

이런 위험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자연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이 ‘배워서 남에게 줘야한다’는 윤리성을 실천하는 일 그리고 민중이 과학기술적 혁신의 기초를 습득하려는 진지한 실천이 필수적이다.  

2001. 2. 24

본지는 재야 인문학자 최형록 선생의 양해 아래 그의 에세이를 매주 토요일 시리즈로 싣는다. 에세이는 최 선생의 책 『이 야만의 세계에서 어린시절의 꿈나무를 키워나간다』(도서출판 다올 정문사)에서 옮긴 것으로 그의 철학, 역사, 과학, 정치에 관한 세계관을 접할 수 있다. 최 선생은 서울대 인문대학원에서 수학했으며 민중당 국제협력국장, 사민청 지도위원, 진보평론 편집위원을 지낸 바 있다. ‘모든 노동자의 건강할 권리를 위하여’를 영역했다. [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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