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노동자] 범죄와 사회폭력의 숙주는 국가폭력

이병진(정치학 박사/전주교도소)

서신은 밀봉하여 제출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서신검열은 계속 하고 있습니다. 일부 예외적으로 허용된 서신검열을 근거로 서신 검열을 하는 것입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법』에서는 수용자의 서신을 검열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하면서도 애매모호한 법규정을 이용하여 임의로 서신검열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서신을 개봉해서 제출해서 서신검열을 해도 잘 드러나지 않았는데 밀봉을 하여 제출하고부터는 서신을 가위로 자르고 검열한 후 발송을 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견해의 차이로 실정법을 위반하여 수감된 재소자들이(공안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동향을 파악하려는 일은 교도소에서 할 일이 아닙니다. 그런 일이 왜 “건전한 사회복귀”를 위한 일입니까? 저는 동의 할 수 없습니다.

교도소에 갇혀 사회와 격리되어 정치적 자존감을 짓뭉게고 빼앗는 것도 모자라 일상적인 서신검열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억압하는 정치적 테러입니다. 아주 비열하고 저급한 정신적 폭력을 고발합니다. 저는 이런 국가기관의 폭력이 사회폭력과 범죄의 숙주라고 봅니다.

성폭력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교도소에서 버젓이 바지를 벗기고 성기주변까지 살펴봅니다. 특수권력 관계를 이용한 성폭력입니다. 교도소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들어오자마자 알몸 검사를 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길들여진 재소자들도 출소하여 자기보다 힘없는 사람들에게 자기가 당했던 그대로 표출합니다.

도대체 합법적 성폭력과 불법적 성폭력의 차이가 있나요? 저는 본질은 같다고 봅니다. 늘 감시당하고 폭력적 상황에서 억눌려 동물취급 당했던 사람이 출소해서 이웃과 공동체를 배려하고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서신검열은 인간의 내밀한 사상과 생각까지 훔쳐보는 일이기 때문에 옷을 벗기는 성폭력보다 더욱 잔인한 정신적 폭력입니다. 누군가 나를 불신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서신을 검열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끔찍함을 금방 알 수가 있습니다.

징역사는 기간 내내 그런 감시와 잠재적 범죄인으로 취급당하며 생활하는데 어떻게 신뢰감이 생기고 자신의 과오를 성찰해 볼까요. 그저 문제수가 안되어 가석방으로 조금이라도 일찍 나가려고 애쓰는 것뿐입니다. 이처럼 국가의 폭력이 악순환 되어 범죄와 각종 사회폭력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교도소가 교정교화에 실패하여 범죄를 양산시키는 온상으로 된 데는 범죄를 개인의 행위 차원으로 축소하여 개별적인 개인에게 징벌을 가하는 폭력을 근본적 특징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그대로인데 그 구조 안에서 부품처럼 이용된 행위자들만 죄인으로 만들어 그들만 잡아다 감옥에 가둡니다. 그런 모순된 구조는 그대로이고 그런 곳에서 출소한 사람(재범) 또는 새로운 사람들이 규범을 깨어 비슷한 범죄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교도소에 들어와 국가의 폭력으로 더 큰 폭력을 내재하고 사회로 나갑니다.

그러고 보면 폭력전과자들이 용역깡패로 둔갑하여 버젓이 노동자들을 두드려 패는 일은 쉽게 예견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급기야 묻지마 범죄양상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과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들로 몰아 전자 발찌를 채우고 화학적 거세를 하고 곳곳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여 범죄를 소탕하고 교도소에 보낸들 우리 사회가 안전해 질까요?

재소자들의 인권을 폭력적으로 짓밟는 일은 사실은 우리사회의 폭력성을 그대로 까발려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국가가 재소자들에게 가하는 폭력은 사실 국가가 감옥 밖의 사람들에게 가하는 폭력인 것입니다.

감옥인권 개선을 위해서 사회시민단체가 고민하고 힘을 모으기로 하셨다니 반갑고 기쁩니다. 저도 제가 보고 듣고 경험한 일들을 토대로 우리사회가 방치하고 있었던 감옥인권 문제에 대해서 사회 정치적 관점에서 연구하고 글을 쓰겠습니다.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고민을 해야겠습니다.

많은 피해자분들이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고 국가와 사회를 원망합니다. 그러나 국가는 처음부터 시민들을 범죄로부터 지킬 능력이 없습니다. 그럴 의지도 없습니다. 감옥에서 지내보니 그런 점들을 더욱 피부 속 깊이 느낍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고 범죄로 고통 받으며 후회하기 전에 이제는 일어나서 우리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아들 딸 들이 성폭력으로 유린되지 않도록 우리가 일어설 때입니다.

2012년 8월 28일 전주교도소에서
이병진 올림


▒ 출처: 구속노동자후원회 발행 <구속노동자> 2012년 10월호(72호)

구속노동자후원회
http://cafe.daum.net/supportingworkers  

구속노동자후원회 소개

구속노동자후원회(약칭: 구노회)는 1994년에 창립된 인권단체입니다. 구노회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부당한 탄압으로 옥에 갇혀 고초를 겪고 있는 노동자들의 인권과 신념을 옹호하고 방어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모금과 후원인 여러분의 후원금으로 노동조합 활동 및 파업투쟁, 정치활동들로 구속된 노동자들을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후원해 왔습니다.

(자동이체 후원 가능)
국민은행 414301-01-070132  구속노동자후원회


[한국인권뉴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인권뉴스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