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노동자] “노동자, 민중의 독자적 정치 세력화”가 대안

정찬호(민주노총 광주본부 교선국장/광주교도소)

엄청난 태풍이 휩쓸고 갔습니다. 이 곳 사동 건물이 두어 차례 흔들릴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피해가 클 것 같습니다. 가뭄, 폭우, 태풍, 폭설 등 최근 들어 대자연의 경고가 전 지구를 휩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본의 끝 모를 탐욕과 탄소 배출, 온난화, 이상 기온,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결코 자연 재해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며 오히려 자연파괴에 열을 올릴 뿐입니다. 세계 환경 회의에서 미국, 중국 등 자본 강국들의 태도는 초국적 자본의 개발 논리에 다름 아니라고 봅니다. 자연재해를 막고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노동해방 사회를 건설해야 하겠지요.

민주노총 총파업이 태풍 속에 침몰한 것 같습니다. 로자의 주장처럼 “대중파업은 역사적 산물이지 인위적인 산물이 아니다”라며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인위적인 파업으로 치부해 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운동가들의 선동과 투쟁 안내는 더 큰 폭발의 동기가 되었고, 노동대중의 정치적 진출을 이뤄내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민주노총의 결집력과 노동대중의 상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유성, SJM, 만도 등의 용역깡패라는 예기치 않은 계기가 투쟁의 분출을 불러올 수도 있겠으나 지금의 민주노총이나 전국 노동조합의 조직력은 경제 실리주의와 관료주의에 빠져 있어서 쓸 만한 결집력을 기대하기는 난망해 보입니다.

노동대중들은 아무리 낮은 수준의 경제, 임금 투쟁일지라도 자본의 대응이 터무니없거나 탄압의 양상에 따라 순식간에 불타오르기도 합니다. 민주노총이 조직한 총파업에의 합류 문제는 총선패배와 통진당사태 등 일련의 과정에서 사기 저하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대중파업으로의 상승은 극복해야할 과제가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최근 민주노조에 대한 자본의 공세가 다가오고 있는 세계 공황과 무관치 않다고 보기 때문에 뜻하지 않는 곳에서 예상치 못한 투쟁의 분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객관 조건은 정확히 꿰뚫어 보고 대비를 해야겠죠.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가 오늘날 우리 운동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자본의 비정규직과의 교섭 거부, 정규직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 문제 제외, 비정규직 탄압.......자본이 쳐놓은 분열의 덫은 여전히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안에서조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열이라는 비극이 종지부를 찍지 않는 이상 민주노조 운동의 미래를 논하기는 어려운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요즘 ‘안철수 현상’이 언론의 주요 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도 아니며 노동자 사상도 갖고 있지 않는 그에게 우리가 기대할 것은 하나도 없으며 기대해서도 안 될 일입니다. 야권연대 운운하며 통합민주당, 안철수, 진보정당의 단일 후보를 꿈꾸는 흐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노동자,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라는 대의를 져버린 결과는 다수 민중들에게는 또 다른 패배와 고통의 나락뿐입니다. 통진당 사태의 교훈으로 올바른 정치운동이 성장해서 연말 대선에서 “노동자 정부 수립”, “혁명정당 건설”이 울려퍼졌으면 좋겠는데, 밖에서들 많은 노력과 주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제 재판은 항소심이 빨리 잡혀서 세 번째 심리가 9월 5일에 열립니다. 증인 심문이 있고 이후 두 세차례 심리 후 10월 말경에 선고가 진행될 것 같습니다. 항상 관심과 애정 감사드리며 또 연락 띄우겠
습니다. 구노회의 건투를 빕니다.

2012. 8. 24 광주교도소
정찬호


▒ 출처: 구속노동자후원회 발행 <구속노동자> 2012년 10월호(72호)

구속노동자후원회
http://cafe.daum.net/supportingworkers  

구속노동자후원회 소개

구속노동자후원회(약칭: 구노회)는 1994년에 창립된 인권단체입니다. 구노회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부당한 탄압으로 옥에 갇혀 고초를 겪고 있는 노동자들의 인권과 신념을 옹호하고 방어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모금과 후원인 여러분의 후원금으로 노동조합 활동 및 파업투쟁, 정치활동들로 구속된 노동자들을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후원해 왔습니다.

(자동이체 후원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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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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