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록 에세이] 고종의 목? 꿈에의 용기

최형록(인문학자)



1. 걸어 다니는 기념관

  '이익을 보거든 정의를 생각하고 위험을 보거든 목숨을 바쳐라. 필자가 대단히 매력적인 인물로 생각하는 의사(義士) 안중근이 여순 감옥에서 쓴 글귀이다. 그는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일제의 괴수 이등박문을 죽음으로 응징했다.

그로부터 수 십 년 후 식민지 조선의 어떤 청년은 일제의 괴뢰국 만주의 군관학교 졸업식에서 “대동아 공영권을  건설하기 위한 이 성전에 벚꽃처럼 질 제 목숨을 바칠 것을 결의합니다”라고 선서한다. 급우들로부터 “일본인 뺨치는 일본인”이라는 평을 받은 이 청년은 권력의 오르가즘의 순간, 1979년 10월 26일, ’죄 없는 몸’을 벗어났다. 심복이라고 믿었던 자에 의해서.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는 절규를 유언으로 남긴 청년의 기념비는 쓰레기더미 아래서 질식당하고 있는 반면에 일제에 충성을 다해서 출세할 꿈을 꿨던 청년은 이른바 국민의 정부의 국고보조금을 받아 기념관을 선물 받을 수 있는 운명에 처해있다.

  제국주의의 잔재를 이렇게 청산하지 못한 사회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정치적 보복을 하지 말아야한다는 언어도단으로 역사적 불의를 살려둔 사회에서 과연 ‘민주화’를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일본인 뺨치는 일본인”의 기념관 건립에 민중의 혈세를 낭비하는 일은 막아야하며 나아가 그 건립계략 자체를 무산시켜야한다. 그런데 현실을 직시하면 이미 기념관은 존재한다. ‘가짜 조선인이면서 반쪽바리’가 영도하던 유신시대의 헌법정신은 ‘국론통일과 능률의 극대화’였다. 군부 파시즘이 남한 자본주의의 야수적인 원시적 축적을 정당화하는, 민중의 ‘어리석은 면’을 자극하는 단순논리는 ‘우선 떡을 크게 만들어야 나중에 나눠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남한 자본의 단순명쾌(?)한 논리를 민주당의 대선주자들 7인이 각자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공통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야말로 '죄 없는 몸'에서 자유스러워진 '가짜 조선인이자 반쪽바리'의 '정신적 화신'들이 아닌가? 굳이 신중히 말하자면 징그럽게 닮은 화신들과 꼴사납게 닮은 화신들.

  이런 도태시켜야할 '불의의 화신들'이 지배하는 사회의 암담한 미래 그리고 현재를 책임져야 할 중요한 구성원들이 청년과 청소년이다. 이른바 신세대에 희망을 걸 수 있을까? 결코 낙관할 수 없을 것 같다.

한국 교육개발원의 '한국사회의 도덕성 지표 개발 연구'에 따르면 중․고생의 도덕의식이 성인보다 낫다가 아니라 '낮다'고 한다. 원칙대로 살면 손해라는 항목을 제외하면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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