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노동자는 더 이상 단일한 노동자가 아니다

유럽의 복지정치 전문가의 글을 읽고 / Joe Kim(연구자)

최근에 실야 하우저만 교수(스위스 취리히대) 논문을 몇 편 읽었다 사회디자인연구소(사디연)에서 진행하는 스위스 관련 발제 때문에 보게 되었는데 한국 사회에도 상당히 많은 시사점을 주는 내용이었다. 그 글의 요지를 소개한다.

(유럽의) 성숙한 국가(선진국에 진입한)는 새로운 분배갈등에 직면한다. 그런데 이 분배갈등은 기존의 노동과 자본의 단일한 대립이 아니다. 그 대치선은 훨씬 다양하고 중층적이다. 그래서 섬세한 분석이 아니면 그 대치선을 파악하지 못한다.

이러한 새로운 갈등을 야기하는 가장 주요한 원인은 노동시장에서의 이중화(dualization) 때문이다. 2차대전 이후 30년간 노동자는 거의 단일계급이었고, 남성이었으며, 제조업이 주류였다. 그러나 탈산업화(탈제조업화)와 고등교육화, 여성의 대규모 노동시장진입, 서비스부분의 확대와 맞물리면서 이중화는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었다.

노동자는 더 이상 단일한 노동자가 아니다. 성 안의 보호를 받는 내부자(insider)와 성 밖의 외부자(outsider)로 나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외부자 내에서도 또 숙련-비숙련으로 나뉜다.  이 숙련-비숙련의 갈림에는 교육의 영향이 크다.

내부자는 기존의 완전고용을 전제로 설계된 사회보험복지를 강하게 지지한다. 왜냐하면 사회보험은 낸 사람에게 수익이 집중되는 그런 복지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일자리 활성화와 교육프로그램에 집중하는 사회투자 국가는 외부자 중에서도 교육수준이 높은 숙련노동자들이 높은 지지를 보인다.

내부자는 자신의 일에 관해 차별적 렌트(rent)임금을 선호한다. 외부자는 사회보험복지모델(내부자 이익을 전제로 설계)에서 소외되어 있다. 90년대 증가한 일자리의 80%는 파트타임나 비정규의 비정형노동이었다.  

내부자는 사회보험(공무원연금으로 조만간 한국은 거덜 날 듯)과 자유시장에 우호적이다  (한국 내부자의 경우는 자유시장을 절대 선호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실력으로 성 안에 있는 게 아닌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 그러나 고숙련 외부자는 경제 활성화정책을 강하게 지지한다(경제가 잘 돌아가면 성 안으로 진입 가능성이 가장 큰 그룹이기에). 비숙련 외부자는 재분배정책을 가장 강력하게 지지한다.

노동자 내부에서도 이러한 여러가지 다양한 결을 보이고 있기에 한 가지 이슈파이팅으로 이 모든 욕구를 담아내지는 못한다.

한국 상황에 대한 나의 판단으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주장하는 슬로건은 노동시장에서 대기업 비정규직의 열망을(연봉3500을 8000으로 올리려는) 대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비중은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불과 2~3% 수준이다.

단일한 이슈파이팅이 노동자 전체의 사활적 요구인양 하는 것은 코스프레(cosplay)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위 논문의 핵심결론이다.
“지난 10년간 유럽의 외부자에 대한 복지확충을 도모하는 개혁에서 내부자 노동자가 주도적으로 나선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은 이런 논문을 쓴 유럽은 대다수 노동자의 임금이 GDP 1~1.5에 속한다. 한국 현대차는 3배이다. 한국보다 훨씬 내외부자 차이가 덜한 유럽이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 훨씬 열악한 한국에는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그룹이 별로 없다.

조선시대 가혹했던 왕조와 그리고 양반들의 행태가 몇 세기를 지나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을 본다. 물론 21세기의 양반은 훗날의 교과서에 ‘노동귀족 양반’으로 불릴 것이다.


▒ 필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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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lja hausermann(zurich 대학 political economics 전공 교수) 논문
explaining welfare preferences indualized societies
post-industrial social policy reforms in continental Eur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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