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록 에세이] ‘국가’ 안보 - 기후변화협약

최형록(인문학자)




일본의 지폐에 그 얼굴을 남긴, 이등박문을 영면(永眠)시키고자한 안중근 의사의 총성이 들린 지 100년만의 대설이 시설(하우스)농민들의 눈물이 되고 있습니다.

농민들은 지난 해에도 태풍 ‘매미’에게 무서운 꼴을 당했던 위에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에 ‘참여’하려고 지랄발광 하는 정부의 몽둥이세례까지 톡톡히 ‘새참’으로 받은 기억이 생생할 터인데 말입니다.

<<아큐 정전>>에서 중화민족의 어리석음을 질타한 노신이 오늘날 살아있다면 ‘황사’현상과 관련해서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에서 공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웃국가 때문에 모래먼지는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이라고 하더라도 온갖 매연을 한국인들이 마셔야하는 상황을 두고 말이죠. ‘황사’ 뿐일까요? 갈치를 비롯한 각종 수입생선들이 온갖 산업쓰레기가 ‘부(富) 영양화’하는 황해에서 잡힌 것들이 아닙니까?

이런 사례뿐일까요? 가슴 설레게 하는 봄꽃들의 개화시기가 점점 빨라지는 한편, 활엽수들이 ‘북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들은 모두 ‘지구온난화’에 따른 것들입니다.

‘검은 황금’에 눈이 뒤집힌 부시행정부가 이라크를 침략하려고 대량살상무기를 눈가리개로 사용하더니 이번에는 과학적 연구 보고서의 공표를 막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의 자문이자 다국적 석유기업인 로열 더치 쉘의 기획부장을 역임한 피터 시바르츠와 전 지구적 사업네트워크의 더그 랜들이 작성한 보고서의 결론은 ‘기후변화를 미국의 “국가안보적” 관심사로 격상시켜야한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진보적 일간지「옵서버」지는 2020년경 ‘파멸적인’ 물 부족과 에너지부족으로 말미암아 엄청난 가뭄과 기근 그리고 약탈의 만연이 초래되어 각국은 물과 식량의 감소와 에너지의 감소를 막고 그것들을 확보하기 위해서 핵위협을 가하는, ‘무정부상태의 세계화’가 다가오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보고서 작성자들은 8,200년 전 ‘기후변화’로 말미암아 광범위한 경작실패, 기근, 질병과 인구대이동이 초래한 역사적 사례를 상기시키면서 이런 사태가 재발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남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알프스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내리는 등의 사태가 계속된다면 해수면 상승으로 말미암아 유럽의 도시들, 조선의 쇠망에 연연한 몸부림을 치던 이준 열사의 한이 남아있는, 히딩크의 헤이그를 비롯한 도시들이 해저 유적발굴의 대상지가 되는 한편, 영국은 20년 이내에 새로운 ‘시베리아’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비참함의 세계화’를 초래하는 ‘악령’, 세계은행의 수석과학자이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토론회의 의장을 역임한 밥 왓슨에 따르면 부시행정부는 오직 국방성과 석유회사의 로비에만 귀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이런 정권의 사회계급적 기반이 왜 이 반동정권이 과학적 연구보고서가 ‘참새 같고 쥐새끼들’ 같은 민중을 비롯한 국민, 세계의 모든 이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두려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근거입니다.

다가오는 ‘재앙의 세계화’를 완화시키려는 노력이 1997년 12월 11일 일본의 교토에서 채택된 ‘기후변화에 관한 교토의정서’인데 미국은 석유업계를 비롯한 업계의 압력에 따라 아직 비준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 있습니다. 그 의정서는 ‘온실효과’를 초래하는 가스의 배출량을 2000년 이후 줄여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의정서에 따르면2) 공업 국가들은 2008년-2012년 기간 동안 1990년을 기준으로 평균 5%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이산화탄소, 메탄, 질소산화물(N₂O), 클로로플루오르카본(CFC)의 배출량을 줄여야 합니다.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화석연료인 석유, 석탄의 소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질소산화물이 자동차공업과 화학비료의 과다사용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에 주목해야 합니다. 요컨대, ‘온실효과 가스’는 과도한 산업화, 오직 ‘이윤확대’만을 전제하는 효율성과 합리성을 높이려는 산업화의 응보(應報)입니다.

이산화탄소의 경우 칼 마르크스가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해야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해명하는 때에는 대기 중에 0.028%였으나 오늘날 0.0365%로 증가했습니다.

이것을 줄이는 길은 ‘자본주의적’ 산업화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함께 태양에너지를 비롯한 ‘자연’에너지의 개발 그리고 숲의 조성입니다. 숲은 바다와 함께 탄산가스의 거의 절반 정도를 흡수해줍니다.

오늘날 중앙정부 차원에서 그리고 지방자치 차원에서 ‘그린벨트’를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해제하는 것은 인위적으로 생활공간에서 ‘폐’를 제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최형록의 과학에세이] 38호(2004-4/5월)

본지는 재야 인문학자 최형록 선생의 양해 아래 그의 에세이를 매주 수/토요일 시리즈로 싣는다. 에세이는 최 선생의 책 『이 야만의 세계에서 어린시절의 꿈나무를 키워나간다』(도서출판 다올 정문사)에서 옮긴 것으로 그의 철학, 역사, 과학, 정치에 관한 세계관을 접할 수 있다. 최 선생은 서울대 인문대학원에서 수학했으며 민중당 국제협력국장, 사민청 지도위원, 진보평론 편집위원을 지낸 바 있다. ‘모든 노동자의 건강할 권리를 위하여’를 영역했다. [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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