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H I V 예방 : 보건단체와 우파 종교집단이 대립하다

인권뉴스 편집부

[소개글]
지금 우리 사회에는, 영국의 빅토리아 왕조나 구한말 이 땅에 들어왔던 외국 선교사들의 청교도주의 행태처럼 ‘성ㆍ담배ㆍ술’에 대한 절제 요구가 도를 넘어 파시즘의 생활화가 크게 우려된다. 이는 자본가 권력이 노동자민중들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목표로 한 이른바 건강파시즘(Health Fascism)으로, 사회 저변을 장악하는 통치이데올로기로써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건강파시즘이 최근 법제도적으로 강화된 경향은 2004년 성매매특별법(성특법)의 제정과 시행에서 비롯되어 강제성 금연정책으로 확대 진행 중이지만, 성특법이 어떤 배경 아래 제정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다음은 국내 성특법이 미 부시 정권의 보수 종교계를 포함한 대외정책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볼티모어 선지의 기사를 옮긴 것이다. [편집부]


매춘여성들의 HIV 감염 막으려는 방법에  
보건단체와 우파 종교집단이 대립하다


David Kohn (Sun staff writer)


우파 종교 집단이 벌이는 반매춘 십자군 운동이 전 세계의 홍등가에서 HIV감염을 막기 위해 전투를 벌이고 있는 공중 보건 단체들과 충돌했다.

이 전투는 원래 공공의 시각에서 벗어난 곳에서 벌어지고 있었지만, 보수주의자들이 해외에서 활동하는 지원단체들이 연방기금을 수령받는 과정에 개입하기 시작함에 따라, 전투가 매우 심각한 형태로 전개됐다.

성노동자들과 교류하는 영역에서는 심지어 매춘을 명백히 반대한다고 말하는 단체들까지 연방 기금을 박탈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부아메리카의 사창가와 빠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 국제인구서비스Population Services International (PSI)는 심사기준이 신앙에 기반한 접근법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바뀌어감에 따라 연방기금수령을 위한 재계약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 상태로 전락했다.

반매춘 압력은 이데올로기에 기반해 만들어진 일련의 공중보건 정책 가운데 가장 최근의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2003년에 150억불의 국제 에이즈 기금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신앙에 기반한faith-based" 단체들에 상당히 많은 기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반에이즈 연방 기금의 거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8,200만 달러가 올해 그런 단체들에게 흘러갔다. 세계에이즈관리미국사무국Office of the U.S. Global AIDS Coordinator에 따르면 이것은지난 해에 비해 두 배로 뛴 금액이다.

'이데올로기적 아젠다Ideological agenda'

에이즈를 줄이려면 콘돔과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정보를 성노동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공중보건 활동가들이 이 대립의 한 편에 서 있다. 비영리집단인 세계에이즈동맹Global AIDS Alliance의 대표 폴라 자이츠Paul Zeitz는 이렇게 말한다. "에이즈를 다루고 예방하는 가장 기초적인 지식을 이해하지도 않고, 이 종교적 보수주의 집단은 거친 이데올로기적 아젠다만을 남발하고 있다."

다른 편에 선 사람들은 매춘여성들과 협력해 일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사악한 행위라고 보는 사람들이다. 유명한 보수주의 단체인 가족연구위원회Family Research Council에서 여성문제 위원장으로 일하는 피아 드 솔레니Pia de Sollenni는 이렇게 말한다. "매춘을 눈감아주는 집단에 돈을 주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매춘을 눈감아주는 것은 매춘을 지지하는 것이다"

가족연구위원회는 지난 8월 4일 연방기금을 받는 단체들이 "실제 필드에서 하는 행위들"이 매춘을 지원하는지 여부를 연방정부에서 일하는 정치가들이 면밀하게 감시할 것을 부시대통령에게 탄원했던 수십개의 단체들 가운데 하나이다.

2년 전에 부시의 세계에이즈계획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의회는 "매춘과 성인신매매를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단체들"에게는 기금을 주지않기로 결정했다. 국제적 활동을 벌이는 단체들이 수령할 때는 부시행정부가 서약을 할 것을 의무사항으로 부과했고, 지난 봄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에까지 그것을 확대했다.  

이 조치는 매우 광범위한 반대에 부딪쳤다. 5월 18일에는 200개가 넘는 단체들이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이 정책이 "지금까지 견실하게 진행됐던 반에이즈 활동들"을 허물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에 기반을 둔 HIV예방 단체인 DKT International은 서약하는 것을 거부한 후 하노이에서 하던 활동을 지원하던 기금 60,000 달러를 박탈당했다. 결국 이 단체는 표현의 자유에 관한 소송을 제기했다.

보수주의 입법자들은 이 정책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7월 20일 하원에서는 아이오와주 공화당 하원의원 스티브 킹의 주도하에 각 단체들이 매춘여성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세부적으로 보고할 것을 의무화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원의 한 상임위원회는 정부부처에 매춘여성들과 협력하면서 일을 하는 단체들의 명단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한편, 두 명의 상원의원은 부시에게 연방기금을 지원받고 있는 몇몇 단체를 공격하는 서한을 보냈다. 5월 31일자 편지에서 펜실배니아주 공화당 상원의원 릭 샌토럼은 유명한 자선단체인 CARE와 다른 몇몇 단체들을 "반금욕주의, 친매춘주의, 반미활동을 한 명백한 기록이 있다solid record of anti-abstinence, pro-prostitution, and anti-American activities"며 비난했다.

이 서한은 부시와 국제개발기금미국위원회U.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USAID) 대표인 앤드류 S. 나치오스에게 보내졌다. USAID는 에이즈에 관련된 미국 연방자금의 50프로 가량을 통제한다.

CARE는 이 비난을 부정했다. 이 단체의 대변인 베아트리체 스파다치니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그 어떤 방식으로도 매춘이나 성인신매매를 고무하지 않는다"  

공중보건 정책에 정통한 한 관찰자는 HIV 예방 단체들이 심각한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매카시즘이 판치던 환경이 재현됐다." 비영리 민간 시민단체인 건강과 성평등 센터의 사무총장 조디 재콥슨은 말한다. "이 단체들은 믿기 힘들만큼 심각한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모든 단체들이 기금을 박탈당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기금 제공 재계약의 전망이 불확실해져버린 단체인 PSI는 오클라호마 공화당 상원의원인 톰 코번에게 비판받았다. 부시에게 보낸 서한에서, 그는 매춘여성들에게 파티를 열어줌으로써 매춘여성들이 일하는 것을 북돋는다고 비난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썼다. "여성과 젊은 소녀들을 착취하는 비인간적이고 학대적인 관행들을 본 후에 이 단체가 보였던 반응이 파티와 게임이었습니다. 이 단체들에는 무언가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틀림없습니다."

백악관 대변인 켄 리사이우스Ken Lisaius는 코번의 서한을 "USAID에도 보여주었다"라고 말했다. USAID 대변인과 나치오스는 이것을 확인해보려는 다른 단체들의 면담 요청을 거절했고, 코번은 이에 대해 논평할 것을 거부했다.

PSI 대변인 데이비드 올손David Olson 코번이 자신들의 일을 심각하게 왜곡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과테말라시를 포함해 중부 아메리카의 여러 곳에서 매춘여성들을 위해 행사를 개최하곤 한다. 이 행사에는 위험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둔 교육적인 빙고 게임 등이 포함된다고 한다.

중부아메리카에서 HIV 감염률은 약 1퍼센트 가량으로, 전 세계의 다른 지역보다 훨씬 낮다. 그렇지만 매춘여성들 가운데에서는 20퍼센트 정도로 높다. 지난 해에 PSI는 감염위험이 높은 환경에서 일하는 422,000명의 사람들과 접촉해서, 그 지역에서만 1400만개의 콘돔을 팔았다. PSI의 활동이 크게 성공한 과테말라에서는 매춘여성들 사이에 HIV감염율이 3분의 1가량이 떨어졌다.

UN의 에이즈 기구에서 일하는 한스 뫼르커크Hans Moerkerk는 PSI의 프로그램을 이 지역 내에서 가장 훌륭한 것들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 활동이 멈추어버린다면, 결과는 거의 재앙의 수준에 이를 것이다."

Hatch와 Craig, 지지자

PSI의 활동은 몇몇 보수주의자들마저 지지할 정도이다. 유타 주 공화당 상원의원 오린 G. 해치와 아이다호 주의 래리 E. 크래이그가 그들이다. 7월 26일 크래이그는 USAID에 서한을 보내 이 단체가 사용하는 방법이 미국에 수만명씩 이민오는 여러 국가들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입증됐"다고 말한다.

다른 많은 단체들과는 달리, PSI는 반매춘서약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단체 임원들은 매춘 여성들과 협력해 일하는 것이 지나치게 논쟁적인 문제로 부상해버린 것을 우려했다.

USAID는 중부 아메리카 사업 재계약 과정에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개입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세부조항들을 개정해버렸다.

4월에, USAID는 다음 회기년도-다음 4년 동안 사용될 1,400만 달러에 대한 제안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request for applications" (RFA)로 알려진 이 계약은 6월 중순까지 행하기로 되어 있었다.  

PSI는 8년 동안 수행해왔던 프로그램을 계속하기 위해 지원서를 접수했다. 이 프로그램의 예산은 지난 해의 경우 약 5백만 달러였고, 필요예산안 가운데 약 절반 가량을 USAID로부터 지원받았다. 지원서를 접수한 후 한 USAID 직원이 결정은 이미 내려졌다고 비공식적으로 알려주었고, 그것은 PSI가 그들의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USAID는 당시까지의 과정을 7월 19일에 무효화해버렸다. 로스린 매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USAID 정책에 따라, 제안서를 제출한 집단에게 기금을 지원할 것인지 여부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PSI 임원들은 보수주의자들의 압력, 특히 코번의 편지가 USAID를 돌변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PSI의 중부 아메리카 프로그램 담당자 샐리 코월Sally Cowal은 이렇게 말했다. "상원의원 한 사람한테서 온 편지 한 장이 정치적이어서는 안될 과정을 좌지우지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계약에 대한 사항은 일반적으로 해당 주제에 대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USAID 임원들에 의해 결정된다. 그렇지만 7월 19일의 철회 결정은 정치적으로 임명된 고위급 간부에 의해 내려졌다고 공중보건부 직원은 말했다.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익명을 요구한 이 직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렇게 훌륭하게 잘 전개된 사업에 대한 제안서에 퇴짜를 놓았다는 사실에 놀랐다."

8월 11일에 USAID는 지원 과정을 재개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절차를 심대하게 변화시켰다. 지원 기금을 3백만 달러로 축소했고, 선발 요건에서 경험이라는 요소를 매우 줄였고, 콘돔 사용을 증가시킨다는 목표를 삭제했다. 그리고 이런 구절을 첨가했다. "공동체의 힘과 신앙에 기반을 둔 단체, 그리고 HIV/AIDS 에 대한 투쟁에서의 장점"  

라틴아메리카 담당 국장인 마이클 메이건Michael Magan은 선발요건이 변한 것에 대해 논평하는 것을 거부했다. 메이건은 2004년 대선 당시 부시 진영에서 일한 후 이 직책을 맡은 사람이다. 이 직책을 담당하기 전에 그는 대통령이 설치한 신앙에 기반한 사업을 관리하는 사무국Office of Faith-Based Initiatives의 수장이었다.  

지속적인 항의에도 불구하고 USAID는 기금과 계약이 어떻게 관리되는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거부했다.

뉴욕대의 공공정책 담당 교수인 폴 C. 라이트 Paul C. Light는 최근의 일들은 대개 favoritism에 대한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취하는 전략이라고 말한다. 그는 정치적인 인물을 기용해 어떤 단체가 연방기금을 받을 것인가를 결정하게 하는 것은 "테러블한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USAID의 기금 운용 결정과정에 의혹이 인 것은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나치오스는 지난 해 2월 어린이들 에이즈를 다루는 기금을 조성하자는 전문가위원회의 결정을 뒤엎어버리고, 우간다에서 금욕주의를 진전시키는 운동을 하는 단체를 지원하게 했다. 이 단체는 부시가 HIV/AIDS 자문 위원회의 공동의장으로 임명한 아니타 스미스가 운영하는 단체다.

Longtime target

2억 5천만 달러의 예산을 운용하는 PSI는 그동안 콘돔 사용을 강조하면서 금욕과 절제의 미덕을 무시했다고 말하는 우파 종교집단들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가령, 가족에 집중하라Focus on Family 같은 단체는 PSI가 "전 세계에 성해방의 정치학을 수출"하려 한다고 비난해왔다.

PSI 대변인 올손Olson은 PSI가 콘돔에만 집중했다는 비난을 부정하면서, 단순히 금욕과 신앙심만을 진작시키는 것만으로는 매춘여성과 같은 집단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다룬다" "이 세상이 항상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볼티모어 선Baltimore Sun 2005.8.28)  

[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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