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평론] 재능사태: 유명자에 대한 온정주의가 위험하다

재능지부 투쟁에서 보는 운동의 어려움 & 극복하기(5)

우리는 대의를 위해 운동하지만, 종종 개인적인 ‘온정주의’에 갇혀 판단이 흐려지기도 한다. 남한사회 운동에서 리트머스 시험지가 돼버린 오늘 재능사태 이야기다.

김세균 선생은 자신의 페북에 프레시안 9일자 최병승 동지(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의 [기고] 현대차 철탑 농성 노동자가 재능교육 노동자에게 - “명자 누나, 2000일 투쟁한 뚝심으로 반드시 이깁시다”를 소개했다.  

이른바 운동진영에서 인지도가 있는 선배 동지의 이 같은 링크는 (물론 자신은 가치판단을 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온정주의에 갇혀 어느 한 쪽을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될 우려가 있어 부언하고자 한다.

나 또한 그간 재능투쟁과 연대하며 가장 친밀감이 높은 동지는 (누구나 그러하듯이) 유명자 조합원(전 지부장)이다.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수나 집회현장에서 발언 횟수나 다양한 투쟁활동은 연대 동지들에게 자연스레 유명자 조합원에 대한 우호감을 갖게 한다. 그 외 재능투쟁 연대단위에서는 노동자혁명당추진모임(노혁추) 회원들과 친밀도가 높았다.

해서 잘 모르는 동지들은 나를 노혁추 회원으로 생각할 정도로 이들과 어울리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유명자 조합원은 노혁추 회원으로 이미 알았지만 강종숙 조합원(전 위원장)은 사태가 벌어진 후 노혁추 회원임을 알게 됐다.

내가 만약 학습지노조 재능지부(종탑투쟁)와 시청환구단농성장 양쪽 모두에서 재능사태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파악에 나서지 않았다면 노혁추와 함께 친밀도가 높은 유명자 조합원 쪽이 정당성이 있다며 시청환구단농성장 쪽을 적극 지지 엄호할 개연성이 높았다.

다행히 나는 거의 모든 조합원들에 대한 구체적인 인터뷰 내용을 기반으로 그리고 관련 서류에 대한 분석을 통해 사실과 진실에 접근할 수 있었고 오늘 학습지노조 재능지부(종탑투쟁)가 노동자민중의 민주주의 원칙 아래 정당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확신할 수 있었다. 또한 시간이 경과하면서 이해하는 단위들도 늘어나고 있다.  

재능사태에 관심을 기울여 심도 있는 입장을 표명한 전국좌파연대회의, 중집회의를 통해 재능투쟁2000일 집회를 종탑투쟁 현장에서 주최키로 한 민주노총, 그리고 특히 진보신당의 경우 중앙당은 학습지노조 재능지부에, 서울시당은 시청환구단농성장 쪽으로 갈라져 연대했는데, 7일 서울시당은 <재능 투쟁 2000일, 진보신당 서울시당의 입장>에서 “그동안 결합해 온 공대위 활동을 중단하고자 합니다. 물론 재능투쟁에 대해서는 지난 5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변함없이 연대할 것입니다.”라고 발표함으로써, 조직적으로는 사실상 시청환구단농성장 쪽에 대한 연대를 철회한 것은 깊은 고민의 결과이다.  

최병승 동지는 기고문에서 “(재능사태에 대해) 나는 잘 알지 못하기에 얘기할 수 있다”며 유명자 ‘누나’를 지지하지만, 이러한 추상적인 태도는 오히려 ‘누나’를 위험에 처하게 한다.  운동하는 동지들은 고통스럽더라도 ‘누나’를 넘어 사실과 진실에 다가가 분명한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이다.  

“말할 수 있는 것은 명료하게 말하고,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


글: 최덕효 (인권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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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능사태: 선거 패배 강종숙, 반조직적 행동으로 복수노조 우려

[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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