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뮌영상] 6th맑스코뮤날레: 생산의 정치에서 재생산의 정치로 - 이광근

[6th맑스코뮤날레]
한국사회와 반자본주의(사회주의) 대중화 전략- 한국사회분석

노동체제 변동의 관점에서 본 1987년 이후 계급투쟁 양상:
생산의 정치에서 비생산의 정치로

- 이광근(성공회대)


2013.5.12(일) 15:00-18:30, 서강대 다산관 101호

대안은 "사회연대전략"

그렇다면 어떻게 새로운 계급정치를 개시할 것인가? 필자는 87년 노동체제와 이후의 신자유주의 노동체제를 아우르는 노동의 전략은 생산의 정치에 기반한 사회운동노조주의에 대한 지향이었다고 생각한다. 사회운동노조주의에 대해서는 여러 논의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는 적어도 세 가지의 필요조건을 갖고 있다.

첫째, 국가와 자본에 맞서 투쟁과 협상 양자를 병행하면서도 자신의 계급적 정체성을 유지할 정도로 강력한 노동조합이 있어야 한다.
둘째, 노동조합들이 지역공동체 활동에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들의 광범위한 지지 속에서 보호되어야 한다.
셋째, 노동조합 운동이 여타 사회운동들에 대하여 지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전략은 노동자 계급정당 혹은 진보정당을 통한 국회진출과 산별노조 건설이라는 형태로 시도되었다. 전자는 총노동조합을 비롯한 노동운동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진보정당을 통해서 제도 정치 내부에 노동 대중의 이해를 대변하는 세력들의 진지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었다면, 후자는 기업별 노동체제 내에서는 대변될 수 없는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듯 현재 이 전략은 실패하였다. 실패의 이유는 여러 가지를 찾을 수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노동체제의 구조적 변동으로부터 비롯되는 요인에만 국한해보기로 하겠다.

신자유주의 노동체제에서 제도화된 노동시장 유연화는, 앞에서 살펴보았듯, 작업장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전 사회적 수준에서 노동자 집단의 이질화, 곧 노동자 계급의 탈형성(de-formation)을 야기하였고, 이는 정규직 노동조합과 그들의 조합비로 운영되는 총연맹에 의해 주도되는 운동과 계급정치의 대국민적 설득력을 약화시켰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그 자신들이 고용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그들의 노조가 무엇이라도 할라치면 귀족노조라는 차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이러한 상황은 지금처럼 당다운 진보정당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노동운동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지지에 기반하면서도 사회적 의제 설정에 적극 개입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노동자 계급은 더 이상 하나가 아니다. 지금은 더 이상 생산의 정치, 혹은 현장 투쟁으로 국가와 자본의 공세를 정면돌파하자는 선동이 먹혀들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가설적인 수준에서나마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싶은 것은 계급주체 형성의 장소를 정규직 노동자의 생산의 정치가 이루어지는 노동과정으로부터 노동의 재생산 및 보호의 영역으로 이동하여 재생산의 정치를 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살펴보았듯, 복지의 문제는 계급적 이해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문제이고 이는 앞으로 한국의 국가가 회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몇 년 전에 활발하게 논의되다가 좌초되었던 “사회연대전략”의 경우는 계급형성의 초점을 생산의 정치에서 재생산의 정치로 옮길 수 있는 하나의 유력한 방식이다(오건호 2008).

또한 이는 노동이 주도적으로 복지라는 이슈를 중심으로 국가와 자본을 협상의 틀로 끌어들일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다. 이를 두고 국가나 자본이 부담해야 할 것을 상위 노동자들에게 부담해야 한다는 식으로 오도하는 것은 그들이 정규직 노동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정치력이 부재함을 증명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한 다른 참신한 방법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필자가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 그리고 사회연대전략이 그냥 그렇게 잊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 세계자본주의의 위기와 좌파의 대안 발제문#3 207~22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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