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원 칼럼] 성매매여성 시위와 한국의 짝퉁 진보 (1)

김기원(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여성 진보단체들, 보수적 관점에서 성매매 문제에 접근

지난 (2011년) 5월 17일 영등포에서 성매매여성들이 시위를 벌여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들은 최근 강화된 경찰의 성매매 단속을 비난하면서, 일부는 몸에 페인트를 칠하고 인화물질을 마셔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습니다.

무슨 전위예술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들은 생존권 투쟁을 한 것입니다. 그녀들은 단속 강화의 배경에 인근 쇼핑몰(타임스퀘어)과 백화점(신세계)의 압력이 있다고 생각해 “기업과 결탁한 권력을 규탄한다”는 마치 민주화 운동 같은 구호도 내걸었습니다. (성매매 여성이라고 우습게보지 마십시오.)

물론 “성매매 처벌법을 폐지하라”든가 “성노동자도 노동자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전통적인 구호도 제창했고 쓰레기더미에 불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어째 이들이 노동운동의 주역이 된 듯합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성매매는 엄연한 불법행위이며 성매매 집결지는 폐쇄가 대책”이라는 구태의연한 답변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관료들이야 원래 하나마나한 소리만 하는 게 보통이므로 그렇다 치고, 정말로 곤혹스러운 건 여성운동단체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처벌을 강화하는 성매매 특별법 제정을 주도한 게 바로 여성운동단체들이었으니까요. 이들은 법 제정 당시 성매매여성들이 법 폐지 운동에 나서리라고는 아마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만큼 성매매 여성의 삶과 의식을 잘 몰랐다는 이야기이지요. 이 법을 통과시킨 노무현정권 역시 성매매 여성을 비롯한 대중의 삶이나 정서와 유리되어 있었고, 그게 바로 노정권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친 주요 원인의 하나이지요.

(노정권에 대해선 제 학교 홈페이지 www.knou.ac.kr/~kwkim ‘연구실적’ 란의 “노무현 정권 경제정책의 평가와 반성”을 참고하십시오.)


      
△ 2005.7.29 MBC TV 월드 스페셜 '유럽의 선택 성매매 합법화' 캡처 화면


필자는 이미 2006년에 이 문제에 대해 한겨레신문에 글을 쓴 바 있습니다.(그 글은 다음 번 글에서 첨부하겠습니다.) 그래서 여기선 당시 지면의 제약 때문에 충분히 못 다루었던 해법 문제를 좀 써볼까 합니다.

성매매가 거의 없었던 대표적인 나라는 예전의 북한입니다. 90년대 중반의 대량아사 위기를 겪고 시장이 도입되면서 지금은 사정이 꽤 달라졌습니다만, 옛날 북한에선 성매매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성매매하다 걸리면 인생 끝장났고, 또 성매매 안 해도 그저 남들처럼은 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성매매를 없애는 것 자체가 지상과제라면 성매매 행위자를 존 스쿨(John school, 초범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에 보내는 대신에 예전 북한처럼 노동교화소로 보내거나 아니면 더 효과적으로 사형 같은 극형에 처하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성매매 했다고 인생을 끝장내는 건 북한 같은 전근대적 독재사회에서나 가능한 일로 지나치게 가혹한 처벌이겠지요. 간통했다고 돌로 쳐죽이고 침 뱉었다고 태형에 처하는 것처럼 인권을 너무 무시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해결책은 성매매 안 해도 그저 남들처럼 먹고 살게 하는 길일 것입니다. 이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경제학적으로 분석해 본다고 해서 뭐 대단한 게 아니라, 성매매도 매매의 일종이니까 수요와 공급 측면을 따져 보자는 것입니다.

먼저 수요 면을 보겠습니다. 남성의 성적 욕구를 내세워 성매매가 불가피하다는 남성 본위(?)의 주장도 있습니다. 이른바 ‘하수구론’, ‘공중화장실론’ 같은 게 그런 부류이지요.

하지만 서유럽 특히 북유럽에선 성매매 인구비율이 우리나 미국보다 훨씬 적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런 주장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습니다. 다만 장애인과 같은 성적 소외자라든가 과도하게 성적 욕구가 분출하는 이들을 위한 약간의 성매매는 있을 수 있겠지요.

성매매 특히 고급 성매매의 주요 수요처는 접대입니다. 정경불륜의 한국사회에선 관료들을 제대로 접대하려면 룸살롱에서 2차(성매매)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중소기업 납품업자가 대기업 구매담당자를 접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번 신정아씨 관련 글에서 기자들의 치사함에 대해서 다룬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은 바에 의하면, 모 대그룹 홍보책임자는 토·일요일에 기자들에게 골프 접대를 하고, 원하는 기자들에겐 골프 끝내고 낮에 성매매 접대(속칭 낮걸이)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런 종류의 접대관계가 사라지면 성매매 수요도 크게 줄어듭니다. 다시 말해 공정한 시장경쟁이 이루어지고 기자 같은 우리 사회의 엘리트층이 부끄러움을 알게 되면 성매매를 매개로 한 청탁이 옛말이 되는 것이지요. ‘개혁’이 성매매 문제의 해결책인 셈입니다.

성매매엔 물론 접대 이외의 경우도 있습니다. 친구끼리 한 잔 하고 떼거리로 성매매를 한다든가 하는 일이 있지요. 그런데 만약 생활이 빠듯해서 이런 식으로 돈 쓰기가 어렵다면 수요도 크게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북유럽처럼 월급에서 세금을 많이 내고 나면 낭비할 돈이 남지 않지요. 일부 극소수 예외는 있겠지만요. 사실 유럽선진국을 가보면 일반사람들 생활이 그렇게 흥청망청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렇게 세금 많이 낸 덕택에 교육, 의료, 주택, 노후 등에서 우리처럼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러니 복지국가로 가는 ‘진보’가 성매매 줄이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밖에 여성과의 관계 맺기 교육이라든가 어릴 때부터의 성교육이라든가 하는 데서 성매매 수요를 줄이는 방안도 찾아야겠습니다만, 이건 제가 잘 모르는 분야니까 생략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성매매의 공급 측면을 봅시다. 로마시대의 황후 메사리나처럼 자신의 성욕을 주체하지 못해 사창가에 들어서는 경우를 제외하면 성적 서비스 공급의 주된 동기는 돈이겠지요.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서, 또는 보다 쉽게 보다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다만 한국의 성매매 양상도 변화해가고 있다고 합니다.

‘아빠 병원비 대기 위해서’, 또는 ‘오빠 등록금 대기 위해서’ 따위의 ‘단순생계형’에서 식당이나 공장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돈이 훨씬 많이 벌린다는 이유로 사창가에 들어서는 ‘괜찮은(?) 직업형’ 쪽으로 점점 옮아가고 있는 듯싶습니다. 물론 어느 쪽 비중이 더 높은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그렇다면 공급 측면의 대책은 2가지입니다. 생계형에 대해선 복지를 강화하는 게 정답이라는 건 금방 납득이 될 것 같습니다.





좀 어려운 쪽은 ‘괜찮은(?) 직업형’입니다. 제가 만나본 여성교수 중에 평택의 집창촌을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성매매여성들과 호흡을 나눴던 분이 있습니다. 그분에 따르면 얼굴도 예쁘고 열심히(?) 해서 1~2년에 1억까지 번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성매매의 경우가 중소기업 일반직장에 비해 수입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다만 다수의 성매매여성들은 스스로 떳떳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정신이 피폐해지기 쉽습니다.

때문에 낭비가 심하고 업주에 의한 빚의 악순환에 빠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악착같지 않으면 실제 순수입은 얼마 안 된다고 합니다만, 일단 손에 들어오는 건 일반중소기업보다 많습니다.

이 두 번째 유형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우선 성매매까지 해서 굳이 한 밑천 잡아보려는 마음이 생겨나지 않으면 되겠지요. 아무 직장이든 건전한 직장을 잡아 열심히 일만 하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복지사회가 된다면 꼭 목돈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지요.

그리고 성매매 수입과 일반직장 수입의 차이가 줄어들면 되겠습니다. 그러려면 성매매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켜 성매매서비스에 대한 가격을 떨어트려야 하겠습니다. 그리되면 마음에 내키지도 않고 위험한 성매매업종에 뛰어들 유인이 약해지지지요.

결국 성매매 수요와 공급을 감소시키는 길은 바로 우리 사회의 ‘개혁과 진보’인 셈입니다. 이리 하지 않고 성매매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는 지금의 방식은 성매매와 관련된 부패와 폭력을 온존하고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오히려 악화시킵니다.

다만 지금의 처벌 강화 방식은 적어도 성매매 거래량을 약간 줄이는 효과는 갖고 있습니다. 풍선효과 어쩌구 합니다만 그래도 전체 거래량은 줄어듭니다. 그러니까 부패, 폭력, 여성인권악화보다 거래량 감소가 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의 방식에 동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부패, 폭력, 여성인권악화 문제도 해결하고 성매매 거래량도 줄이는 길은 개혁과 진보입니다. 이게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그리고 이게 유럽선진국이 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성매매 문제를 그저 법으로 때려잡으려는 건 다른 가치는 무시하고 거래량 감소만을 최우선시하는 입장입니다. 이 역시 존중받아야 할 하나의 관점임은 틀림없지만 이는 보수적 관점이고 적어도 진보의 관점은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의 여성 진보단체들은 진보가 아니라 보수적 관점에서 성매매 문제에 접근했고 그래서 성매매처벌 강화법을 제정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한국의 짝퉁 진보 문제는 다음 번 글에서 다루어볼까 합니다. (2011.05.19)


▒ 김기원 블로그 바로가기


[ 알 림 ]
한국인권뉴스 최덕효 대표는 7월 21일 김기원 교수(한국방송통신대학교)와 웹2.0 정신에 의거한 정보공유(홈페이지ㆍ블로그, 페이스북 언론 미발표분)를 시작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김기원 교수는 그간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를 비롯하여 다양한 영역의 문제에 대해 대안 제시와 함께 진보진영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바 있으며, 이러한 시도는 생산적인 토론과 함께 앞으로도 침체된 운동이 일어서는데 훌륭한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 김기원: 서울대 경제학과(박사), 일본 동경대 사회과학연구소 객원연구원, 미국 유타대 객원연구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한국인권뉴스는 김기원 교수의 글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론을 환영합니다. (편집부)


[한국인권뉴스]

태그

성노동 , 성매매 , 인권뉴스 , 김기원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인권뉴스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