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평론] 프랑스, 이주민 유입 억제하려 성매수자처벌법 추진

OECD 국가 중 합법화 및 비범죄화 94%

최덕효(대표겸기자)

사회당 일부 지지 유보, 사회당과 연정 녹색당 등 반대

우경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프랑스 사회에서 매춘(성매매) 정책이 격렬한 사회적 논란을 빚고 있다.  프랑스 정부의 매춘 정책과 관련, 4일 영국 <가디언>은 하원이 '성매수자 처벌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내년 초 상원 표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법안은 성매수자를 벌금형(최대 1500유로/한화216만원)에 처하는 대신 매춘여성은 처벌하지 않는 이른바 스웨덴식 금지주의를 따르고 있다. 그간 프랑스에서는 매춘 호객행위나 알선은 불법이지만 개인간 성거래는 처벌하지 않아, 성인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 비범죄주의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이번 정책에 대해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 안에서도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사회당 소속 일부 장관은 지지를 유보했고 사회당과 연정을 구성한 녹색당 등은 사생활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매춘여성의 생계 타격 등을 들어 이 법에 반대했다.

찬성파는 매춘여성의 대부분이 빈곤국 출신 이주여성으로 인신매매로 끌려오는 사례가 많아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극심한 경제난으로 생계를 찾아 프랑스에 오는 동유럽 이주노동자 등에 대한 유입을 억제하려는 빌미로 봐야한다. 유럽연합(EU)에서는 2014년 1월부터 이주 제한이 풀린다.    

2008년부터 프랑스에서는 의회에서 통과된 법률과 정부 정책이 미국의 유럽판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우경화가 진행돼 왔다. 관련 법률과 정책에는 교과서 역사 왜곡을 허용하는 법, 테러 방지법, 강화된 국적법, 가족 이민을 제한하는 이민법, 불법체류자 추방과 엄격한 유학생 선발 조치 등이 포함돼 있다.  

프랑스에서 매춘 근절을 주창한 인물은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 2005년 내무부장관 당시 사르코지는 "매춘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근절시키기 위해"서라는 명분 아래 <국내 치안 관련법: 일명 사르코지법>을 강화했는데, 이 법에 따라 체포된 800명 가운데 300명은 프랑스 국경 바깥으로 추방한 내력이 있다.

부시에 대한 사르코지의 우파적 교감

사르코지가 2007년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금지주의를 본격 추진하게 된 데에는 당시 미국 부시(George Walker Bush) 대통령의 요구도 한몫했다. 부시는 매춘 금지 주무부서 책임자인 애쉬 크로프트(Ashcroft) 법무부 장관을 통해 각국 정부에 '매춘 반대서약 요구'를 강권했다.  

당시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한창인 때로 이라크에 대량살상 무기가 없어 명분을 잃은 부시에게는 국면 전환용인 ‘도덕적 이미지’가 간절했고 이렇게 등장한 것이 '매춘 반대서약 운동‘이다. 여기 "부시와 여러가지 면에서 닮은 사르코지"(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표현)가 이 요구를 자연스레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잘 알려진대로, 사르코지는 한동안 부패와 세금유용 등 혐의로 말썽을 빚은 전형적인 우파 정치인이다. 그는 지난해 대선에서 올랑드에게 패배한 후 10억파운드(약 1조682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PEF)를 조성하기 위해 부인 칼라 브루니와 함께 런던행을 추진, “프랑스 전 대통령이 프랑스 정부의 '부자증세'를 피해 영국 부유촌으로 이사 가느냐”는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흥미로운 건, 모종의 정치적 의도가 있거나 뒤가 구린 정치세력들이 곧잘 성性도덕을 내세워 위장하면서 금지주의를 고집한다는 점인데, 가까운 상징적인 사례로는 사르코지 외에도 천수이볜(전 대만 총통)과 노무현 정권 하의 주류여성계를 들 수 있다.

금지주의 천수이볜 몰락 후 대만은 합법화의 길로

대만의 천수이볜은 1994년 타이페이의 시장으로 선출되었는데,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신선함?) 제고를 위해 아무런 대책도 없이 당시 시행 중이던 공창제를 전격 폐지하겠다고 선언, 수백명의 성노동자들이 갑자기 실직 상태가 되어 생활고에 시달려 자살자가 나오는 등 사회적으로 크게 물의를 빚었다.

후일 총통이 된 천수이볜의 부패 스캔들은 그의 성性도덕 정책과 별개로 표리부동한 두 얼굴을 보여준다. 그는 13개 나라에서 이루어진 '돈세탁'으로 그 액수는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 10억 타이완 달러(약 330억원)에 달하며 가족 모두가 사건에 연루된 상태다. 천수이볜은 이 사건으로 2009년 2억 달러의 벌금과 징역 19년형을 선고받아 감옥에 있다.

천수이볜이 주도한 금지주의의 폐해는 그의 권력이 몰락한 2009년이 지나면서 중앙정부, 일반인, 입법위원(국회의원) 사이에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펼쳐졌다. 그 결과 2011년 7월 14일 원회(院會)에서 매춘특구를 설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사회질서유지법’(社會秩序維護法)‘ 개정안이 통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성인들의 성거래가 가능해졌다.

4년간 탈성매매여성 자활지원 800억, 여성단체 인건비 등 53%

한국의 노무현 정권은 김대중 정권 당시 주류여성계의 주도로 금지주의가 입안되어 이후 통과·시행되는 어중간한 위치에 놓임으로써, 극도로 타락한 천수이볜과 정치적 조건에서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성매매특별법(방지법)이라는 금지주의가 여성계의 힘을 등에 업은 ‘성性 도덕적 통치기제’라는 점에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2004년 9월 23일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후 국내에서도 대만처럼 벼랑에 몰린 성노동자들이 자살하는가 하면 살기 위해 음성분야로 그리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풍선효과가 대거 발생했다. 한편 여성부는 이른바 「탈 성매매 여성 자활지원을 위한 사업」에 만4년 동안 연평균 160억원, 총 800억원의 국고를 쏟아 부었지만, 성과는 오리무중이다.

여성부는 그 실적으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1253명이 취업이나 창업을, 83명은 대학에 진학했다고 발표했는데, 그때 한 기자가 몇몇 여성단체에 지금까지 자활에 성공한 여성의 숫자를 구체적으로 묻자 “자활에 성공했다는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다” “우리는 창업 또는 취업할 때까지만 관리하지 이후는 관리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당시 서울시의 한 담당자가 오죽했으면 인권뉴스 사무실까지 찾아와 “예산 가지고 여성단체가 뭘 했는지 도저히 알 길이 없으니 혹시 데이터가 있으면 달라”던 모습이 떠오른다.

2006년부터 2년 반 동안 여성부는 12개 「성매매집결지 자활사업 지원」에 총 117억원을 지급했는데, 그 가운데 해당 여성단체의 관리·인건비가 총 62억2000만원으로 전체의 53%를 차지해 논란이 됐다. 반면, 탈성매매 여성을 위한 생계지원금, 의료비, 법률지원비, 교육비는 54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결국 금지주의 정책의 목적이 주류여성계 유지관리 비용이 아니냐는 조롱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룰라,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매춘반대 서약’ 아닌 콘돔”

매춘 정책에 대해, 우리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나라는 스웨덴이 아니라 미국이다. 기독교 근본주의와 성性적대에 기반한 급진여성주의라는 정치적 힘이 미국을 통해 강력하게 작동하며 성性문화적으로 매우 이중적인 태도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외적으로 금지주의를 선포해놓고는 포르노 등 사실상 안되는 게 없는 나라다. 특히 한반도 남쪽의 약 3배에 달하는 넓이를 지닌 네바다주는 합법화 지역으로 라스베가스는 환락과 성性이 넘치는 자본주의의 꽃으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줏대 있는 사례가 있어 흐뭇하게 한다. 2005년 당시 부시 대통령은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에게 ‘에이즈 및 에이즈바이러스(HIV) 퇴치’를 위한 원조금으로 4천8백만달러를 제안한 적이 있다. 단, 조건은 ‘매춘반대 서약’에 동참하라는 것이었다. 이에 룰라는, 자국 내 성병관리를 하는데 있어 필요한 것은, (불법적 성관계를 하지 않겠다는) 선서가 아니라 ‘콘돔’이라며 부시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부했다.

자본주의 전도사 팍스아메리카나가 '톨레랑스'를 삼키는 바람에 국내 지식인들의 프랑스 환타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자본의 모순을 위장하려는 ‘성性의 신자유주의화‘가 유럽에 상륙해 그 파고가 거세게 일고 있다.

OECD 국가 중 합법화 및 비범죄화 94%

미국의 공익단체『프로콘』의 '100개국 매춘(성매매)정책'에서 밝혀진 OECD 국가 현황에 의하면 매춘 합법화 국가는 76.5%(26개국), 제한적법(관용지역 등 인정) 국가는 17.6%(6개국)이며, 완전 불법화한 금지주의 국가는 5.9%(2개국)로 슬로베니아와 한국이 여기 해당한다. 슬로베니아는 국민의 반 이상이 가톨릭을 믿는 보수적인 종교국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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