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정숙해야만 안녕 말할수 있는 이곳에서 안녕들하신지

대자보 운동

성노동(자)운동 10년,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운동에도 고무적인 흐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사회의 전근대적인 주홍글씨(낙인찍기 stigma)에 도전하는 의로운 학생들의 용기있는 고백록이라고나 할까. 성공회대에서 한 여학생이 실명으로 위선적인 성문화에 도전하는 벽보를 게시했다.(인권뉴스)

[ 대자보 운동 ]
정숙해야만 '안녕'을 말할 수 있는 이곳에서, 안녕들하십니까?

서로의 안녕을 얘기한지 어언 일주일이 되어가는 지금, 수많은 자보들이 붙었습니다. 그 속에는 우리가 평소에 하지 못했던 얘기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특히 좌빨이라 불리기 두려워, 하지 못했던 얘기들 - 파업, 미군기지, 밀양, - 이러한 이야기들이 여러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터져 나왔습니다.

그래서 지켜보는 저 역시 통쾌했습니다. 모든 주홍글씨가 다 지워진 이곳은 열린 소통의 장으로 여겨졌습니다. 종북 낙인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한 낙인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안녕들하십니까>에 올라온 자보 한 장과 그에 대한 덧글들이 저의 환상을 산산조각 냈습니다. 성매매여성의 안녕하지 못하다는 자보 한 장, 그리고 덧글들이 안녕하지 못한 저의 현실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댓글들을 보니, 불법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라는 이유 등으로 성매매여성은 이런 소통의 장에서 '안녕'을 말할 자격조차 없다 하였습니다.

저는 이 성매매여성의 제도적 여건이나 환경적 처우에 대해, 그리고 그들이 내몰렸든 자발적이든 성매매를 했기에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해 논하고 싶어서 이 자보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의 안녕치 못함을 말하고 싶어서 펜을 든 것입니다.

성매매여성의 자보에 대한 극단적인 반응들은 종북 낙인보다 더욱 진하게 주홍색으로 새겨져 있는 창녀 낙인의 두려움을 보여주고 있었답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창녀는, 사회적 견해도 없으며 성매매 여성이라는 고급 언어를 쓰지도 않고 거친 언어를 사용한다고 말하며 그렇기에 이것은 자작글이라는 말을 합니다. 단순히 직업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여성으로 창녀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창녀의 이미지들로 창녀를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창녀 낙인'의 논리는 우리의 일상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는 직업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여성만을 창녀라 부르지 않습니다. '헤픈 여자', '그렇고 그런 여자', '꽃뱀'들을 모두 창녀라 호명합니다. 정숙한 여성이라는 주류에 벗어나면 모두 창녀로 낙인찍힙니다. 음주, 흡연, 거친 말투의 일탈적인 행위와 정상에서 벗어난, 못 배운, 빈곤한 이러한 이미지들이 창녀에 대한 표상인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여성들은 '정숙'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창녀가 될 수 있습니다. 잘 놀고, 잘 마시고, 밤늦게 돌아다니고, 짧은 치마를 입고, 성에 대한 얘기에 적극적이면 '헤픈 여자'가 되며 '그렇고 그런 여자'가 됩니다.

단순히 성매매만 하지 않으면 주홍글씨가 새겨지는 것이 아니기에 여성들은 항상 창녀가 아님을 증명해야 합니다. 우리 여성들은 항상 주류로 보이기 위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는 척 하면서 나는 그렇지 않고 통금 있는 여자라는 선 긋기, 술먹고 비틀거리는 여자를 보며 헤픈 여자라 칭하며 나를 안전망에 놓는 행위 등을 통해 항상 자기 검열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두렵습니다. 이러한 논리로 성매매여성을 옹호하는 것조차 저에게 주홍글씨가 되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성으로 제가 가장 안녕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 창녀 낙인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자기검열이기에 <안녕들하십니까>에 꼭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에게도 물어보고 싶습니다. 주홍글씨를 피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여학우들, 안녕하십니까?
항상 자기검열을 해야 하는 저는 안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매매여성의 대자보와 댓글들을 보고,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10 배인영

[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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