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오세철 교수, 자본이 주는 상남경영학자상 받아 ‘운동’ 저버리다

한국경영학회는 지난 2월 27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정기총회와 동계학술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총회는 현재 창조경제연구원 원장인 이장우 경북대 교수를 신임 회장으로 선임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현 정권의 ‘창조경제’ 정책에 맞춰 경영학계가 정부의 정책 분석과 진단을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우리 사회의 현 분위기는 온갖 경제실정(失政)과 부정선거로 점철된 박근혜정권의 퇴진을 향해 범진보진영이 ‘2.25 국민총파업’을 결행하는 등 한국경영학회의 친자본적 기조와는 반대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경영학회는 지금 불안정노동으로 생존권을 박탈당하는 대다수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는 아랑곳 않은 채 박정권의 나팔수로서 ‘창조경제’만을 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총회의 학회 시상식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 목격됐다. 경영학자들에게 수여하는 우수논문상 시상에서 최고상인 상남경영학자상(상금 1천만원)을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가 수상한 것이다. 참고로, 상남경영학자상의 ‘상남’은 독점재벌 LG의 명예회장인 구자경의 아호이며, 한국경영학회에는 LG를 비롯해 삼성, SK, 국민은행 등 독점자본 기업들이 후원하고 있다.

그간 국내에서 독점재벌 해체를 주장하는 반체제인사로 널리 알려진 오세철 교수가 바로 그 재벌이 후원하는 상을 받았다는 보도는 우리의 눈을 의심케 한다. 아무리 그가 연세대 경영대학장과 한국경영학회장(2000년)을 지냈다 하더라도, 가장 철저한 코뮤니스트를 자처하는 그의 정체성을 감안하면 이러한 수상은 논리적으로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오세철 교수는 혁명적 지식인으로서 현재 국제코뮤니스트전망과 사회실천연구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한국경영학회의 기조로 볼 수 있는 노동착취적 성격의 ‘창조경제’를 옹호하는 학자로서의 오세철과, ‘창조경제’에 맞서 당연히 저항할 수밖에 없는 코뮤니스트로서의 오세철이라는 두 얼굴의 심각한 모순과 직면하게 된다. 결국 이번 수상은 그가 코뮤니스트로서의 입장을 포기하고 수정주의 내지는 부르주아지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한국의 시민·사회·노동운동에서 이른바 혁명가로 분류된 인사들 중 일부는 진보적? 언론들의 왜곡으로 민주주의자, 사회주의자, 심지어 공산주의자로 간단히 속류화 되어온 바 있다. 이런 점은 그들이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 투쟁하는 전선체 성격의 제 단체 및 정당과 일정한 거리를 둔 자유주의 엘리트로서 혹은 소부르주아로서, 계급 간 첨예한 대립에서 기회주의적 태도로 운동을 혼란케 한 사실과 유관하다.

정부가 수립된 이후 7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독점재벌을 위시한 지배계급은 반체제 인사들의 사회적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설득과 탄압을 겸한 이른바 ‘당근과 채찍‘이라는 계급지배전략을 강도 높게 구사해 왔다. 특히 1980년대 후반부터 노동자민중의 투쟁이 고양되고 이를 토대로 개량주의적인 시민사회운동이 전면화 되어 국가의 폭압통치가 일정 정도 후퇴되는 신자유주의 시기를 맞이했다.

이때 지배계급은 반체제 세력들을 포섭하기 위해 노동자에 대한 착취로 거둔 불로소득을 뇌물(돈)로 이용하는 지배전략을 종종 구사했다. 여기에는 통상 노동귀족 또는 관료로 호명되는 인사들이 사실상 부르주아지의 동맹군으로 편입되어 갔는데, 이번 수상에서 보듯 오세철 교수 또한 재벌이 흘린 상금이 죽음의 독배임에도 불구하고 성큼 받아 마심으로써 독점부르주아지와 동맹을 맺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간 변혁운동에 함께 해 온 오세철 교수가 지배계급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이처럼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한 데 대해 매우 안타깝고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아무쪼록 진보좌파진영 인사들은 그 지난한 그러나 그만한 가치를 지닌 변혁운동을 일거에 무위로 돌리는 일이 없게끔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운동에 매진했으면 한다.

아울러 그가 회원으로 있는 국제코뮤니스트전망과 사회실천연구소는 오세철 교수의 상남경영학자상 수상과 관련하여, ‘운동의 원칙’에 입각한 분명한 입장 표명이 있기를 기대한다.

2014년 3월 3일

전 국 좌 파 연 대 회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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