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봉이 지켜 준 권리

[싸움의 기술] 박다솔 기자/ 사진 – 정운   집회 시위를 끝내고 가는 길. 뒷맛이 개운치 않다. 경찰이 들이댄 캠코더가 자꾸 걸린다. ‘국가에 찍힌 게 아닐까’ 불안감이 엄습한다. 복면 착용은 경찰의 무분별한 채증 탓이지만 정부는 얼굴 가린 시민을 잠재적 테러 분자로 몰았다. 경찰은 불법이 우려되는 집회 시위를 채증할 수 있지만, 단순히 길을 지나는 시민에게도 광범위하게 카메라를…

1인 가구의 집은 어디인가

[100명의 마을] 싱글족 이야기 ② 송명관 (2010년부터 경제와 국제 정세에 관해 공부하며 인터넷 경제 논객으로 활동하고 있다. 《부채 전쟁》을 함께 지었고 참세상 주례토론회를 기획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증가로 소형 평수 주택 구매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최근 몇 년간 이들을 겨냥한 소형 오피스텔 건축 붐이 일기도 했다. 그런데 과연 싱글족들이 그 자리에…

법을 사랑하게 된 좌파, 변혁의 대상은 너희야

[진보생활백서] 반다(일상의 사소한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다큐인’, ‘팔레스타인평화연대’에서 활동한다.) | 사진 – 한경은 (* 이 글은 픽션임을 밝힙니다.) “성폭력은 법정으로 가면 깔끔한 거 아냐?” 툭! 가느다란 기대가 끊기는 소리가 들린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요즘 선배 SNS 계정엔 여성학책 서평이 종종 올라왔다. 심지어 여성이 최후의 식민지라고 떠들어 대는 글도 보였다. 선배가 마초인 건 알았지만, 못 본…

이 지옥은 꽤나 고요하다

[청년 자영업 보고서]   차경희(해방촌 문학 서점 ‘고요서사’ 서점 편집자) 지난주 수요일부터 왼쪽 윗입술이 떨린다. 미세한 경련. 그날 저녁으로 매운 떡볶이를 먹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는데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아무 때나 입술이 혼자 실룩댄다. 이게 무슨 일이지 싶어, 어리석은 건강 염려증 환자의 대표적 행동으로 꼽히는 지식인 검색에 들어갔다. ‘입술 경련’, ‘입술이 떨려요’ 등의 검색어를…

원순 씨, 문제는 노안이래요

[위클리매드코리아]  230일의 철야 이어 가는 신념의 보수 신나리 기자/ 사진-정운   “항문 성교는 안 돼” 매서운 눈길이 온몸에 꽂혔다. 북 치던 5명의 눈길이 내게 쏠렸다. 어깨 위로 박수 치며 찬양가를 부르던 아주머니가 곁으로 와 ‘쉿’ 조용하라고 손짓했다. 입도 안 뗐는데 주의를 받은 건 처음이었다. 찬양가 아주머니가 멀어졌을 때, 의자에 앉은 이에게 “저도 예배드리러 왔는데요” 말을…

“아저씨 이름이 이동권이야?”

소소한 연대기 – 장애인 이동권 투쟁 ② 명숙(인권운동사랑방 상임 활동가. 인권운동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 사진- 정운 “아저씨 이름이 ‘이동권’이야?” 서명대를 지나가던 꼬마가 묻는다. 처음 듣는 단어라 사람 이름인 줄 알았나 보다. 누가 다니지 못하게 막는 것도 아닌데 장애인 이동권이라니. 지금은 익숙한 ‘장애인 이동권’이란 말이 2000년대 초만 해도 낯설었다. 노들장애인야학의 박경석 교장은 장애인…

납 수돗물 한잔 드릴까요?

INTERNATIONAL 정은희 기자   딸아이와 조카와 함께 사는 41세의 지나 러스터. 그의 가정은 매일 0.5리터짜리 생수병 151개를 사용한다. 36개는 요리, 또 다른 36개는 머리를 감는 데, 27개는 식수로, 24개는 설거지에, 나머지는 얼굴과 이를 닦는 데 쓴다. 손을 씻을 때는 수돗물을, 샤워와 빨래는 1~2주에 한 번씩 근처 어머니 집에 찾아가 해결한다. 러스터의 가구는 미국 평균과 비교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