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주면 사라지는 카페

이리카페는 또 어디로 떠나야 할까

신나리 기자 / 사진 달여리

 

임대료가 낮은 지역에 개성 있는 상권이 형성된다 → 동네가 뜬다 (유동 인구 증가) → 임대료가 올라간다 (새로운 건물주가 나타나 가게를 비워 달라 요구한다) → 상인이 떠난다 → 기존 상권을 떠난 자영업자가 임대료가 낮은 또 다른 지역에 모인다 → 상권이 형성된다 → 유동 인구가 늘어난다 → 임대료가 올라간다

 

사라지고 무너진다. 홍대, 합정동, 인사동에서 경리단길까지.

‘뜨는 동네’를 이끌었던 가게들은 동네가 뜨면 내쫓긴다. 이리카페의 위기 역시 이 반복의 굴레에 있다. 2009년에 이어 두 번째다.

 

상권, 거리의 문화

김상우 씨와 이주용 씨가 처음 홍대 앞에 ‘이리카페’를 차렸던 것은 2004년이다. 음악인과 미술가의 합심은 이리카페를 새로운 문화가 있는 곳으로 만들었다. 나지막이 기타를 쳐도 눈치 보지 않을 수 있는 공간. 종일 앉아 끄적여도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 이리카페는 라이브 클럽이자 갤러리, 소극장이었다. 소문이 퍼졌다. 예술가들은 물론이고 근처 홍대생들까지 즐겨 찾았다. 사람들은 당시의 이리카페를 두고 ‘살롱 문화의 부활’이라고 했다. 딱 5년이었다.

5년 만에 임대료가 세 배 가까이 올랐다. 이리카페는 계약 연장을 원했지만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었다. 건물주의 조카가 장사를 하고 싶어 한다는 소식도 들려 왔다. 결국 터를 옮겼다. 이리카페는 2009년 상수동으로 이사했다.

당시 이리카페가 자리 잡은 상수동에 카페는 드물었다. 이리카페는 상수역과 당인리 발전소 언저리에 홀로 ‘카페’를 열었다. 주택가에 낯설게 자리 잡은 카페였지만, 살롱 문화를 이끈 이리카페를 기억한 이들은 상수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곧이어 개성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 등의 상권이 형성됐다. 하지만 월세는 가파르게 올랐다. 2014년에만 이리카페의 건물주는 월세 60만 원을 올렸고, 지난 6년 동안 월세는 235만 원에서 385만 원으로 60%가 넘게 올랐다.

이리카페가 상수동으로 터를 옮긴 지 7년이 흘렀다. 이리카페 건물주는 50년간 소유하던 건물을 팔았다. 평당 5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번 거래를 두고 주변 상인들의 우려도 커졌다. 이리카페 건물 매입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상수동에서 5년 이상 장사를 하고 있는 A 씨는 “한 건물이 매매되고 그 가격이 알려지면, 다른 건물들이 영향을 받는다. 중개업자들이 거래된 매매가를 기준으로 또 다른 거래를 중개하는 식”이라며 “이리카페가 평당 5000만 원에 거래됐다는 것은 상수동의 실거래가가 새로 형성되는 것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이리카페 건물을 매입한 건물주는 개인이 아니라 회사다. 건물주가 비싼 매입금을 보전하려면 임대료를 올리거나 건물을 새로 짓는 방법을 택하는 수밖에 없다. 세입자가 임대료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쫓아내면 그만이다.

거리의 문화를 만들고, 동네의 활기를 가져온 자영업자들은 결국 또 다른 곳으로 내몰리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동네 사랑방, 예술가들의 놀이터라는 수식은 ‘임대료’ 앞에 힘없이 무너진다. 누가 이 문화와 상권을 만들었냐고 하소연해 봤자 이를 인정하는 건물주는 없다. 자본 앞에 문화인들의 호소는 무력하다.

 

공정한 임대료 제도 필요

대안은 없는 것일까. 이리카페가 선택한 방법은 ‘이리카페만의 문화’를 더 공공연하게 알리는 것이다. 김상우 이리카페 공동 대표는 “이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이리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해 나갈 생각이다. 5월에 크게 벼룩시장을 열고 소규모 공연을 할 것”이라며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이리카페만이 가진 상징성과 문화를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리카페 문제를 두고 불평등한 임차 관계를 논하는 포럼도 계획돼 있다. 김남균 ‘맘상모(맘 편히 장사하고픈 상인 모임)’ 고문은 “상인들이 원하는 것은 딱 하나다. 계속 장사를 이어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임대료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며 “월세의 인상 폭을 적정 수준에서 결정하는 공정한 임대료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민 센터를 활용하는 등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공정 임대료 위원회 같은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고문은 “임대료를 현실적이고 과학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골목 경제 선순환 구조의 핵심은 임대료다. 임대업자와 중개인을 통해 형성된 임대료가 아닌 적정 임대료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리카페의 결론은 어떻게 나게 될까. 또 다른 조용한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을 숙명으로 삼아야 할까. 그렇게 계속 밀려나다 더 갈 곳이 없어지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기본 10년에서 최장 30년까지 임차인들이 시설 투자비와 영업 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영업 기간을 장기간 보장하는 프랑스와 독일로 떠나야 하는 것일까.

(워커스 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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