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경제 무식자 1, 2, 3 김성구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경제 무식자 월급이 몇 년째 150 근처에서 미동도 없어요. 최저임금 1만 원을 주장하는 운동도 하던데, 되면 좋겠지만 사실 최저임금을 주는 사업장들이 중소기업이잖아요. 그래서 될까 싶어요. 중소기업은 돈이 없다고만 하잖아요. 지금도 최저임금 안 주는 데가 많고요.

김성구 중소기업마다 상황이 달라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획기적으로 올려 주는 게 불가능할 수 있죠. 기업의 지불 능력의 문제가 있으니까요. 근데 중소기업의 지불 능력에 왜 문제가 생기느냐. 재벌들에 의해 수탈당하기 때문이에요. 중소기업들이 대부분 대기업들의 하청 계열화돼 있어서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거든요. 대기업들이 독점 기업으로서 중소기업을 수탈해서 막대한 수익을 챙기는 거예요. 당장 은행 직원들의 임금만 봐도 상당히 많더라고요. 대졸 초임 연봉이 한 5천만 원 정도 된다고 하던데 이게 독점이라서 가능한 거예요. 예금 금리, 대출 금리, 수수료를 독점적으로 책정할 수 있거든요. 그러면서 은행 고객들로부터 막대한 수익을 수탈해 가는 거죠. 자기네들은 큰 이윤을 내면서 직원들 임금 복지 높여 주고요. 물론 은행의 고임금은 강력한 은행 노조의 힘 덕이기도 하죠.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는 노조가 설령 강하다 해도 독점에 의한 수탈 구조 때문에 저임금을 피하기 어려울 겁니다.

만약 은행이 공기업이라면, 국가를 의회가 통제할 수 있고 의회 권력을 장악할 수 있다면, 이자니 수수료니 다 바꿀 수 있잖아요. 그럼 보다 낮은 가격에 대중에게 금융 서비스를 높여 줄 수 있죠. 은행 직원들한테도 그렇게 고임금을 줄 수 없을 겁니다. 은행만이 아니죠. 독점 기업 전반의 문제입니다. 이동 통신사를 보세요. 통신 3사가 통신 요금을 독점적으로 체결하거든요. 앉아서 돈 버는 거예요. 서비스에 큰 기여를 하는 게 아니라 독점 가격 책정 때문에 생겨나는 이윤이에요. 그런데도 이통사 요금을 못 내리잖아요. 사적 기업으로 해 놓으면 정부가 아무리 규제·통제를 강화해도 어렵죠.

근본적으로는 독점적 대은행, 대기업을 국가 은행, 국가 기업으로 바꾸는 길로 가야죠. 그게 어려우면 중소기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재벌들에 대한 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시켜 나가야 해요. 반신자유주의 정책이라는 게 그런 정책이에요. 이런 정책적 전환이 있어야만 성장과 고용, 임금이 개선될 수 있는 길이 열려요. 더민주당이나 정의당을 비판하는 것도 이 정당들 내에서 그런 정책을 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많아서 그런 거고요. 이번 총선에서 본 것처럼 정의당은 오로지 더민주당과의 야권 연대에만 목매고 있잖아요. 안철수 당조차도 새누리당/더민주당 양당 지배 체제를 심판하자며 야권 연대를 거부했는데 말입니다. 진보당, 좌파당이 확장되기 위해서는 보수당, 자유주의 당들의 대중 기만적인 행태를 공격, 폭로해서 그 지지층으로부터 이탈하는 사람들을 진보 좌파 진영으로 견인해야 하거든요. 그렇지 않고 어디로부터 진보 좌파의 지지자들을 확장할 수 있겠습니까. 정의당은 진보 정당을 사칭하면서 실은 진보 좌파당의 길을 가로막고 더민주당의 신자유주의를 지켜 주고 있죠. 이른바 ‘국민모임’1이 통합 진보 정당을 추진할 때 내세운 명분이 원래 야권 연대 비판과 독자 진보 정당의 건설이었는데, 정의당으로 통합되면서 결국 사기 행각 같은 결과가 되고 말았어요. 이런 정당에서 반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경제 무식자 재벌을 통제하고 국가 기업으로 만들면 임금 문제가 해결된다는 말이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잘 와 닿지는 않아요. 저는 출판 쪽 소규모 사업장에서 주로 일했는데 출판업계에 ‘재벌’이 있나 싶고, 그들을 규제한다고 그 수혜가 영세 출판 노동자들에게까지 미칠지도 잘 모르겠어요.

김성구 지금은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는 거죠. 개별 부문과 업종의 문제로 넘어가면 검토해야 할 게 더 있죠. 재벌들이라 하더라도 다 독점적인 고이윤을 얻는 건 아니에요. 현재 조선, 건설 쪽은 영업 손실이 만만치 않은 형태거든요. 우리나라 조선 3사로 일컬어지는 그룹이 현대중공업, 삼성, 대우조선해양이잖아요. 여기가 작년에 기업별로 1~4조 원 이상씩의 적자를 냈어요. 그러니까 대기업 노동자들도 임금 압박을 받죠. 현대중공업은 워낙 노조가 강해서 버티는데 삼성, 대우는 얄짤없이 임금 동결, 삭감 하고 그래요. 그러니까 개별 업종들로 보면 재벌 기업도 처한 상황에 따라 그렇게 될 수 있어요. 그런 속에서도 일반적인 재벌 지배의 수탈의 문제는 있다는 거죠. 조선사들이 전부 재벌 기업들이니까 관련 하청 중소기업들에 비용과 부담을 떠넘기거든요. 삼성이나 대우에서 막대한 손실을 낸다고 하면 그 하청 기업은 더 당하는 거예요. 재벌들의 지배에서 생겨나는 이런 문제가 중소기업 문제에서 가장 핵심적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출판은 출판대로의 조건들이 있겠지만 들여다보면 그런 문제들이 있을 거예요. 유통 부문에서 독점적인 지위에 있는 기업들의 특권이 작용을 하겠죠.

경제 무식자 지금은 임금 격차가 업종별로 정말 크고 그게 마치 업종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처럼 얘기되잖아요. 제가 처음에 청소 노동자를 선택했으면 평생 저임금을  받아야 하는 구조고. 거기에 대해 문제 제기하면 개인의 능력이나 선택의 문제로 귀결돼서 ‘네가 그쪽에 발을 들인 게 문제지’, ‘네 능력의 한계지’ 이런 말을 듣고요. 그래서 요즘 ‘문송(문과라서 죄송)하다’는 말도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데 북유럽에서는 적정한 임금이 사회적으로 합의돼 있어서 하는 일에 상관없이 임금 수준이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김성구 제 생각에는 그것도 기본적으로 격차를 용인하는 신자유주의의 문제예요. 그 격차를 이용해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갈라 치면서 노동자들의 힘을 약화시키고 그 속에서 자본가들의 이윤 추구를 강화시켜 나가거든요.

물론 업종 간의 차이에 따른 임금 차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산업마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상태가 달라지니까. 그런 변화에 대응할 수 있으려면 자본 논리를 차단하는 정책이 필요해요. 국가 정책을 통해 자본 논리를 차단하면, 거기서 생겨나는 폐해들을 막을 수 있어요. 지금도 지불 능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이 있죠. 정책적인 전환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요. 왜 못 합니까. 그걸 해결하는 게 복지 정책 아닙니까. 복지 정책을 통해서 보충하는 거예요. 시장 경제는 자본의 논리, 이윤 논리, 성과 보상의 논리가 작동되니까 그런 차이를 조정해 줄 수 없거든요. 이걸 조정하려면 이윤에 입각하지 않고 상업적인 논리를 추구하지 않고 연대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 그걸 해 줄 수 있는 건 국가밖에 없잖아요. 부유한 계층이나 대기업들, 대기업의 고소득 노동자들로부터 세금을 대폭 걷고 이걸 재분배하는 방법으로 할 수 있어요. 사회 보장을 확대하는 거죠. 노동자들에게 주택 수당이라든지 아동 수당을 높인다든지 또는 노인 수당을 높일 수도 있죠. 대학까지 무상 교육, 공적 의료 보험 확대 등의 방식으로 직접 임금으로 감당할 수 없는 부분들을 국가가 얼마든지 보충할 수 있어요.

심지어는 국가가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 임금 보조금을 지원해 줄 수도 있죠. 지금도 하거든요. 쥐꼬리만 하게. 신규 고용하면 얼마 주잖아요. 그걸 대폭 확대할 수 있는 거라고요. 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어요. 그럼 임금 격차를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런 정책 전환은 반신자유주의, 반자본주의 정책 속에서만 가능하단 이야기죠.

경제 무식자 근데 한편으론 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임금을 받는 게 왜 비판거리가 돼야 하나 싶기도 해요. 현대차 대공장 정규직들이나, 은행, 이런 사람들이 억대 연봉을 받는다고 어디 기사에 나오면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난의 화살을 그 사람들한테 돌리잖아요. 저도 그 사람들이 많이 받는 게 부럽지만, 노조를 결성해서 임금 협상을 통해 물가 상승률 따라 임금을 올리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 그걸 욕할 수 있나요. 대공장 노동자 임금이 너무 과다한 건가요? 그럼 적정한 임금은 얼마일까요?

김성구   임금은 노동력 가치가 전화된 형태로 노동자들이 자기 가계를 재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에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임금 법칙에 따르면, 노동력 가치를 재생산하는 데 합당하게 임금이 결정된다는 것이죠. 그게 자본주의 경제의 법칙이죠. ‘노동자들의 임금은 자기 재생산 비용에 따라 결정된다.’ 근데 이 재생산 비용은 생물학적으로 자기가 생존하기 위해서 필요한 생활 자료들의 가치, 가격을 의미하는 게 아니고, 마르크스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결정됩니다. 그 사회의 정치, 문화 수준에 조응하는 방식으로 재생산 비용과 임금이 결정된다는 얘깁니다. 사회 생활 수준이 높아져서 사람들이 높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면 재생산 비용은 올라가는 거예요. 그리고 노동자들이 임금 투쟁이라든지 정치 투쟁을 통해서 높은 수준의 기준을 확보했으면 그게 재생산 비용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사실 재생산 비용이 얼마냐 하면,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 있죠. 그래도 우리나라 사회 정치 문화 수준에서 노동자들이 평균적으로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3인 가족이 얼마냐, 그 계산을 할 수는 있죠. 민주노총에서도 매년 표준 생계비2를 계산하거든요. 임금이 노동력 재생산 비용에 합당하게 결정되는 게 마르크스가 얘기하는 임금 법칙인 거예요.

경제 무식자 그럼 임금을 재생산 비용 수준으로 합당하게 받는 노동자들은 공정한 임금을 받는다고 보면 되나요?

김성구 그건 아니에요. 노동자들은 그때도 착취를 당해요. 노동자들한테 공정한 임금이라는 건 없어요. 자본가들이 이윤을 얻을 수 있을 때만 임금을 주거든요. 이윤 착취를 위해서 노동자들을 고용해서 임금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공정한 임금은 없어요. 다만 등가 교환의 원칙에 합당할 뿐인 거죠. 내가 노동력 상품을 주면 이 상품에 합당한 가치를 자본가가 주는 거죠. 상품을 교환할 때 그렇잖아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등가 교환의 원칙이 작동하니까 노동력 상품에 대해서도 이 법칙이 작용하는 거죠. 그러니까 쉽게 얘기하면 자기 노동력 가치만큼 임금을 받는 거예요. 근데 그게 공정한 임금은 아니라는 거죠. 그렇게 받는 거래 속의 이면에 잉여 노동과 착취가 있거든요. 기본적으로 자본-임노동 관계는 불공정한 거죠.

그럼 노동력 재생산 비용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뭐냐. 이 사람들은 초과 착취를 당하는 거예요. 노동력 가치대로 자기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정상 착취, 그것보다 못 받는 사람들은 초과 착취를 당하는 겁니다.

경제 무식자 엄청나게 더 많이 받는 사람은요? 연봉을 막 1억 원씩 받는 사람들이요.

김성구  그것도 착취는 착취지만, 과소 착취라 할까요. 하지만 여기에는 좀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노동력의 질과 노동 양의 차이 문제 말이죠. 노동력 질의 차이가 있으면 그 재생산을 위한 비용의 차이가 발생하고 노동력에 대한 보상이 달라지는 거예요. 엄청나게 많은 임금이 정말 그런 노동력의 질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거냐 아니냐 이런 판단의 문제는 있지만, 모든 노동자가 획일적인 노동력 재생산 비용에 근거한 표준 임금을 받아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노동력의 질과 얼마만큼 노동 시간을 제공하느냐 여하에 따라 임금의 차이가 발생하는 거예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력의 질과 노동 양의 차이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건 어쩔 수 없어요.

그러니까 노동력의 질이 낮아서 낮은 임금을 받는 사람들은 시장 경제 자체에서는 구제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노동력 재생산이 안 되면, 자본주의 체제가 굴러가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노동력 재생산을 국가가 관리해야 해요. 또한 오늘날 노동력은 고도의 생산력 발전에 상응해서 높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만 재생산됩니다. 대학 교육까지 받고 기술 교육을 받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만 노동자들이 자본가들에게 고용돼서 생산 활동을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노동력을 국가가 사회 보장 정책으로 보호해 주는 거예요. 교육이나 고용 보험, 건강 보험 노후 연금 같은 걸 국가에서 관리하는 거죠.

그런데 그렇게 높은 급여를 받는 사람들 중에는 형식적으로 노동자지만 사실상 자본가의 기능을 수행하는 사람이 있어요. 대기업의 경영자들 말이죠. 이들도 연봉을 받거든요. 근데 이 사람들은 형식만 노동자지 사실은 자본가입니다. 경영 자본가죠. 이들은 착취를 당하는 게 아니에요. 자본가들의 기능을 대행해 주고 거기서 나오는 이윤의 일부를 경영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배분받는 거죠. 보통 대기업 평균 임금 계산할 때 다 노동자로 집어넣어서 가공하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죠.

경제 무식자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 같은 경우 연봉을 많이 받잖아요. 이것도 노동력이 되게 양질이어서 그렇다고 봐야 하나요?

김성구  앞서도 말한 것처럼 고액 연봉자와 저임금 노동자 간의 임금 차이가 노동력의 질적 차이와 노동 양의 차이만 반영하는 건 아닙니다. 정말 그렇다면 사실 저임금 노동자가 뭐라고 할 수도 없죠. 하지만 그 엄청난 차이의 중요한 한 부분은 재벌 기업의 중소기업 수탈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또 독점 가격을 통한 소비자 수탈의 결과이기도 하지요. 대기업의 고액 연봉자들이 이 수탈 관계의 수혜자라는 측면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들의 과소 착취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초과 착취와 연관되어 있는 거죠. 그게 단적으로 나타나는 게 대기업에서 동일 노동을 하는 하청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격차예요. 같은 생산 라인에서 같이 일하잖아요. 똑같은 노동이거든요. 그런데 임금이 절반 차이가 나는 거예요. 이런 건 노동력 질의 차이가 아니라 비정규직 차별에서 비롯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대기업 노동자들의 고임금은 노동력 수준이 높기 때문이라고 정당화할 수만은 없는 거죠. 많은 부분 독점 자본의 수탈 이윤의 성과를 대기업 노동자들이 같이 받는다고 봐야 해요.

경제 무식자 그럼 대중한테 비판받아 마땅한 건가요?

김성구 그런 면이 있죠. 자동차, 조선 산업 같은 경우는 하청 업체들이 엄청 많아요. 1차, 2차, 3차 하청 업체까지 하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5사와 조선 3사에 딸려 있는 노동자 수가 백만, 아니 이백만 명이 될 겁니다. 일정 부분 그 수탈 성과에 기생해서 고임금을 얻는 건데, 그런 면에서 보면 귀족 노조라는 말이 틀린 건 아니죠. 하지만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투쟁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임금 인상 요구와 계급 투쟁은 노동력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한 요소이거든요. 이걸 포기하고 중소기업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가 희생해야 한다고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재벌들과 전경련의 주장이고 자본가 계급의 요구죠. 노동자 계급의 1차적 요구는 독점 재벌 및 대자산 계급과 노동자 계급 간의 분배 문제, 다시 말해 독점 재벌의 착취와 수탈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노동자 계급 내의 임금 연대, 재분배는 2차적인 문제입니다. 노동자 계급이 연대해서 독점 이윤을 제한하고 통제할 수 있다면, 독점 재벌의 수탈로 인한 대기업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도 그만큼 해소될 수 있거든요. 또는 독점 이윤 및 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를 대폭 증대시킬 수 있다면, 그런 조건에서만 고액 연봉자들에 대한 증세도 우리가 요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사회 보장 급여를 대폭 인상해서 노동자 간 임금 격차를 완화시켜 나갈 수 있는 거죠. 거꾸로 고액 연봉자들의 희생과 증세를 노동자들이 우선적으로 요구해서 저임금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실천한다는 모범은 자본가 계급을 위한 모범으로 끝나고 말 겁니다. 노동자 계급의 모범적 연대에 감동받아 자본가 계급이 자발적으로 동참할 일은 없을 테니까요.

요약하면 임금을 결정하는 데 여러 요인이 있다는 거예요. 노동력 재생산 비용과, 노동력의 질과 노동 양의 차이가 기본 요소이고요, 오늘날은 독점 재벌의 중소기업 및 소비자 수탈에 따른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과소 착취와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초과 착취도 임금 격차의 주요한 요인이죠. 기업의 지불 능력의 차이도 있습니다. 이것 또한 독점 재벌의 수탈과 커다란 관련이 있지만, 개별 업종이나 개별 기업의 개개의 사정에도 기인하겠죠. 이들 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현실의 임금 문제에 접근하면, 이제 판단할 수 있는 이론적 안목을 갖추게 되는 거죠. 그러기를 기대합니다.

(워커스 6호. 2016.4.20)


1   2014년 12월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김세균 서울대 명예 교수,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정지영 감독, 명진 스님, 함세웅 신부 등 각계 유력 인사들이 105인 국민선언을 열고 국민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정치 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 (약칭 국민모임)의 결성을 선언하고 2015년 3월 1일 창당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6개월내에 창당을 마치지 못해 2015년 10월 중앙당 창당준비위원회가 등록 취소됐고 해산된 뒤 정의당에 합류하였다.

2    표준 생계비는 노동자 가구가 건강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계비 수준을 산출한 것을 말한다. 10대 비목(①식료품비, ②주거비, ③광열·수도비, ④가구·가사·집기비, ⑤피복비, ⑥교육비, ⑦교통 통신비, ⑧보건 위생비, ⑨교양 오락 잡비, ⑩조세 공과금), 500여개 품목과 각각의 지출 형태를 조사해 가구 규모별로 구성한 이론 생계비이다. 2016년도 민주노총 표준 생계비 산출액은 1인 가구 2,572,381원, 2인 가구 4,647,361원, 3인 가구 4,901,263원, 4인 가구 6,523,739원으로 산출됐다.


[오늘의 경제 무식자 요약]

임금은 어떻게 결정되나?

노동력 재생산 비용과, 노동력의 질과 노동 양의 차이가 기본 요소다.

근데 내 임금은 왜 이렇게 낮은가? 내 노동력이 그렇게 저질인가?

중소기업을 다닌다면 독점 재벌의 수탈로 인한 기업의 지불 능력의 차이일 수 있다.

임금 격차를 최소화한, 고르고 평등한 사회는 불가능할까?

재벌의 사회화, 그게 힘들면 독점 이윤을 통제하려는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래야 노동자 간 임금 격차를 완화시켜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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