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다솔 기자/ 사진 정운 기자

 

김성민(가명) 씨는 대형 집회가 있으면 꼭 참석하려는 편이지만 같이 갈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 주위엔 자기처럼 사회 참여적인 사람이 많지 않고 취업 준비생이다 보니 정당이나 시민 단체에 가입해 활동하기도 부담스럽다. 특히 집회가 주로 열리는 서울까지 이동하려면 왕복 4시간이 걸리는 김 씨에게 집회 참여는 어떤 결단을 필요로 한다. 그래도 사회에 불만은 많고, 항의하는 무리에 머릿수라도 채워 주고 싶어 그는 혼자 집회에 간다. 삼삼오오에서 수백 명이 깃발 아래 각각 무리를 이뤄 대열을 갖추고 있으면, 역시 뻘쭘하다.

 

몇 번의 ‘나 홀로 참여’로 얻은 노하우가 있다면 “자의식 과잉 금지”다. 집회에 혼자 참석한 사람은 많고, 다들 무대 보느라 누가 혼자 왔는지 신경도 안 쓴단다. 김 씨에게 팁을 알려 달라고 하자 “털썩 주저앉는 일이 많으니 휴대용 방석을 가져가면 유용하다”고 했다. 촛불을 재현한 애플리케이션도 추천했는데 양초를 미처 준비 못한 촛불 집회에서 필요하다.

 

SNS에서 언뜻 본 ‘집회’ 정보는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집회 이름을 알고 있으면 뉴스를 검색해 주최자를 찾아낸다. 기사를 통해 집회 장소와 일시를 알 수 있다. 좀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다면 주최 측 SNS를 살펴본다. 집회 이유, 주장하는 내용, 행진 경로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시민 활동가 ‘요요천사’에게 물어보는 방법도 있다. 구글 검색창에 ‘요요천사의 현장’을 검색하면 그날 일어나는 시민 사회 집회 일정 등을 볼 수 있다.

 

행진에 동참하려는 시민에겐 지난해 개발된 ‘집회 시위 제대로’라는 애플리케이션 일독을 권한다. 집회 신고 방법부터 경찰 연행 시 대처법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경찰이 집회를 과잉 진압 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기 때문에 알아 두면 좋은 팁들이다. 이 애플리케이션에 따르면 경찰이 인적 사항, 행선지 등을 묻고, 신분증까지 요구하는 것에 응할 의무는 없다. 그런 요구를 받으면 경찰의 소속과 이름을 역으로 묻고, 임의 동행을 거부하면 된다. 《워커스》 2호 〈셀카봉이 지켜 준 권리〉에서도 말한 바 있지만 경찰 채증을 피하기 위해 마스크는 필수다.

 

이현승(가명) 씨는 “요즘 집회가 혼자 참석하는 개인을 배제하는 형식으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더 많은 시민의 연대를 바란다면 개인의 자리도 따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대형 집회를 기획하는 주최 측에 ‘혼자 깃발’을 제안해 봤다. 혼자 온 사람들이 모일 수 있도록 주최 측에서 깃발을 준비하자는 거다. “단체들이 가져오는 물건인데 주최 측이 돈 들여서 만들긴 어렵다”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다시 당돌하고 크리에이티브(creative)한 시민에게 제안드린다. ‘혼자 깃발’ 어떠세요?

 

(워커스 6호 201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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