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다솔 기자

“너는 뭐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앉아 있어!”

지난해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본인에게 불편한 질문을 한 기자에게 했던 말이다. 김 전 대표는 기자에게 반말하기로 유명하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어디 ‘수구 꼴통’에만 있을까. 소위 진보 진영 내에도 꼰대스럽고 마초적인 발언은 넘쳐 난다. 꼰대의 정의는 제각각이지만 보편적으로 ‘본인의 경험만이 절대적 기준이며 이를 타인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사람’ 정도가 아닐까.

정당에서 활동 중인 20대 활동가 오지환(가명) 씨는 1980년대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요즘 운동 참 쉽게 해”, “우린 1987년에 목숨 걸고 싸웠다”는 식이다. 심지어 “더 굴러야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쉽게 운동하는 요즘 것들, 고생 좀 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오 씨는 그런 불편하고 부당 한 말에 곧잘 항의한다. 그는 사소한 것을 사소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 진짜 진보라고 믿는다. 무거운 건 남자가 들어야 한다며 일을 시켰던 선배 활동가에게 “개인 오지환이 힘이 셀 수 있지만, 남성이라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성 역할을 한정 짓는 말씀은 자제해 주세요”라고 항의했다. 선배 활동가는 얼굴이 벌게졌다. 그는 “2~3명 정도 내 의견에 동조할 수 있는 사람이 함께 있다면 설득이 쉽다”며 꼰대에 대응하는 팁을 줬다.

여성 활동가는 꼰대에 마초까지 얹은 존재와 자주 마주친다. 시민 단체의 한 여성 활동가 이정아(가명) 씨는 후원 주점을 도우러 갔다 술 취한 손님들에게 희롱을 당했다. 주최 측에 얘기 했더니 다음 날 따로 불러 “네가 머리를 기르고 다녀서”, “잘 웃어 줘서”, “치마를 입어서” 그랬던 것이라며 이 씨 탓을 했다. 여성에게 들은 말이라 충격은 더 심했다. 이 씨는 “원인을 나한테서 찾는 거냐. 왜곡된 사회 통념을 얘기하는데 그건 2차 피해를 낳는다”고 쏘아붙였다. 이 씨는 꼰대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논리로 부끄럽게 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에도 꼰대는 있기 마련. 다양한 기술을 제공하는 사이트 ‘위키하우’(www.wikihow.com)엔 ‘꼰대(bossy)를 상대하는 법’이 나와 있다. 그중 ‘꼰대에게 얼마나 불쾌한지 등을 말한 뒤에 침묵하는 방법’은 꽤 인상 깊었다. 침묵은 소극적인 대응이지만 묘하게 눈치를 준다. 스스로 민망해하며 황급히 자리를 뜨는 상대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진보 진영 꼰대 얘기는 차고 넘친다. 한계점을 넘었던 걸까. 지난해 초, 활동가 막내들이 모여 ‘진보 꼰대 마초’들의 망언을 소개하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다. 계정 이름은 탈곡기(@talgokgi2015). 진보 진영 꼰대를 탈탈 턴다는 의미다. 무수한 망언이 쌓여 어느덧 트윗이 5000개를 바라보고 있다. 이 트윗들은 어딘가를 떠돌며 진보 꼰대들을 뜨끔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아직 꼰대가 아닌 사람들에겐 경각심을 주고 있다. talgokgi2015@gmail.com으로 제보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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