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경제 무식자 1, 2, 3,
김성구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알파고야, 나는 왜 자꾸 네가 무섭지

 

그렇게 허투루 산 것 같진 않은데 오늘도 세상은 나를 모른 척한다. 하나같이 경력직을 원하면 대체 난 경력을 어디서 쌓아. 좀 덜 착취당할 것 같은 일자리에 지원하면 경쟁률은 늘 수백 대 일.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잉여 인간이 되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기약도 없이 계속 자.기.계.발.만 하고 있는 나는야 22세기형 인재. 내가 이상한 걸까, 세상이 이상한 걸까. 아니. 내가 못난 걸까, 세상이 구린 걸까.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은,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말해 줄 수 있을까.

 

경제 무식자_ 우리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 중의 하나로 기계화를 지적하시기도 하셨는데, 저도 사실 위기감을 느끼거든요. 많은 일들이 기계화, 자동화되면서 직원들이 다 쫓겨나잖아요. 이제 곧 기사도 기계가 쓴다고 하니 저도 곧 쫓겨날 것 같아요. 그러면 저한테 남는 일자리는 기계를 닦는 일 정도 아닐까요? 이 현실을 제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김성구_ 잉여 노동력이 생길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은 기계화에 있다는 게 마르크스가 분석한 법칙이죠. 상대적 과잉 인구의 축적 말입니다. 노동자들은 점차 산업예비군으로 구조화되고 쌓여 나간다는 거죠. 1945년부터 1970년까지는 자본주의 장기 번영의 시기라서 고성장을 했기 때문에 그런 경향을 상쇄하는 게 가능했는데, 이윤율 저하 경향이 관철되면서 장기 불황이 현실화되니까 그 법칙이 강력하게 나타나는 거거든요. 이런 변화의 핵심은 마르크스가 19세기에 얘기한 자본주의의 축적 법칙 속에서 이미 예견됐던 건데, 자본주의에서 이건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없어요.

 

경제 무식자_ 그럼 제 꿈을 기계한테 빼앗기는 거잖아요.

 

김성구_ 혹시 알파고 대국 보셨어요? 저도 알파고를 보면서 너무 무섭던데, 놀랍더라고요. 과학 기술, 소프트웨어의 발전이라는 게 저런 정도까지 성과를 낸다는 게. 그것만도 아니죠. 병원에 가면 의료 기술이 너무나 놀랍거든요. 요즘은 수술할 때 대부분 내시경 수술을 하지 개복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해요. 그런 것들이 의술의 발전이란 면도 물론 있지만 IT 혁명의 결과물이에요. IT 기술과 의료 설비들을 결합한 결과거든요. 너무나 놀라운 변화죠. 생산력이 이렇게 고도로 발전해서 인간을 생산 과정에서 방출해 나가는 건, 사회적 진보예요. 기술력이 발전해서 기계화, 자동화로 인간을 고통스러운 노동에서 해방하고 생산 과정으로부터 해방해 다른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토대거든요. 생산성이 높아지니까 사회도 풍요로워지고요.

문제는 자본주의의 지배 아래에서 생산력 발전은 그런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거예요. 생산력의 발전이라는 사회적 진보가 자본주의에서는 재앙을 가져오는 겁니다. 이윤의 지배 때문이지요. 한편에서는 자본가들에게 이윤율 저하라는 위기로 나타나고, 노동자들은 산업 예비군을 구조화하는 비극으로 나타나요. 이게 21세기에 들어서는 획기적으로 강화될 것이라 전망해요.

정부 쪽이나 재벌들 쪽에서 IT 기술의 혁명이 인간 일자리를 없애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고 하거든요. 얼마 전에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방송에 나와서 그러더라고요. 다른 일자리가 창출된다고요.

 

경제 무식자_ 그게 기계 닦는 거잖아요. 기계 뒷바라지하는 거.

 

김성구_ 아니, 신산업이라든지 이런 게 나와서 그 인력들을 다 흡수한다고 하는 거예요. 말하자면 경제가 고도성장해서 방출되는 노동력을 다시 흡수한다는 얘기거든요. 그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요. 장기 불황의 시기에는 그렇게 되지 않거든요. 기계화, 자동화에 의해 방출되는 노동력의 문제가 더 심각하게 부각될 거예요. 지금 시대가 그렇거든요. 자본주의가 21세기에 들어서서도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없다는 말입니다. 이걸 해결할 방법은, 대기업, 금융 기관들을 사회화해서 이윤 원리에 의해 운영하지 않게 만드는 것뿐이에요. 물론 사회화하더라도 자동화에 의해 노동자들은 과잉이 되겠죠. 하지만 노동 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를 나눌 수 있고요, 또 국가가 사회적으로 유용한 다른 일자리를 창출해서 사회적 서비스를 대폭 개선할 수 있어요. 얼마든지요. 부족한 게 얼마나 많은데요. 사실 지금 교사도 충분하지 않잖아요.

 

경제 무식자_ 근데 교사도 로봇이 더 진보적으로 잘 가르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성구_ 그렇더라도 지금보다 더 교육 여건을 개선할 수 있어요. 어디나 다 그래요. 사회 공공 서비스를 개선하는 공무원을 더 뽑을 수도 있죠. 그래서 산간벽지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수도 있고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잉여 인력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없어요. 왜냐면 이윤만 갖고 운영하니까요. 그런데 다른 사회 체제에서는 할 수 있다는 거죠. 산간벽지에 철도 같은 것도 없애지 않고 고용을 확대해서 그냥 운영하면 돼요.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느냐. 대기업을 사회화해서 국영 기업이 되면 그 이윤들이 국가 재정의 토대가 되거든요. 부자들한테 세금 더 걷고. 그렇게 해야 나중에 생산력이 더 높아지면 사람들은 일을 적게 하고 살 수 있게 되는 거죠. 로봇이 많은 걸 다 하니까. 사람들은 자기 하고 싶은 거 찾아서 능력에 따라 일하면 되는 거예요.

 

경제 무식자_ 기계가 사람을 지배하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요. 알파고가 너무 똑똑하잖아요. 사람의 감성이나 심리도 파악하고. 우리가 기계의 노예로 살아야 하는 거 아닐까요.

 

김성구_ 저도 전공자가 아니라 인공 지능이 어디까지 발전할지는 알 수가 없겠더라고요. 기계가 상황을 인지하고 그걸 판단하고 그래서 결과를 보고 학습을 한다는 건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잖아요. 그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거든요. 인공 지능 문제는 자본주의에서 기계화, 자동화가 가져오는 경제적 귀결의 문제를 넘어가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바둑을 좀 두는데요, 바둑 수가 엄청나게 많거든요. 그 많은 수를 계산하면서 형세 판단도 하고 거기서 최적점을 찾는다는 거예요. 9단 고수들이 온갖 수를 생각하면서 두는 수인데, 알파고가 그런 수들을 능가하는 수를 두는 거죠. 알파고 뒤에 1200개 컴퓨터 중앙 처리 장치(CPU)가 있고 거기서 시뮬레이션을 돌려 알파고가 다음 수들을 판단하는 거죠. 수만, 수십만 가지 경우의 수를 알파고가 다 계산할 순 없어요. 그러니까 어느 점들이 좋은지 선택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려 그중에서 최선의 점을 판단하고 선택하는 겁니다.

알파고가 모든 수를 계산하지 못하니까 확률이 낮은 수는 뺀다는 거예요. 그건 시뮬레이션을 안 돌린대요. 근데 4국에서 이세돌이 알파고가 뺀 그 수를 둔 거예요. 그러니까 알파고가 당황한 거죠. 그래서 이상한 수를 몇 수 둡니다. 이세돌이 둔 수가 78수인데, 이세돌이 그걸 뒀을 때도 알파고는 자기가 이긴다고 생각을 했대요. 그 수를 뒀을 때 알파고가 계산한 승률이 70%였대요. 근데 몇 수가 지난 다음 87수 때 승률을 50% 아래로 계산했다는 거예요. 아 졌다는 거죠. 알파고가 지금까지 기계들과 대국하면서 한 번도 져 본 적이 없대요. 인간하고는 유럽 챔피언하고 처음 해서 이겼고, 이세돌하고 하면서도 세 판을 내리 이겼잖아요. 구글 딥 마인드 CEO가 이 대국을 이렇게 평가하더라고요. 진 적이 없어서 알파고의 문제를 확인할 수 없었는데 이세돌 덕에 알파고가 흔들리는 걸 처음 접해서 알파고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게 됐다고요. 그게 이번 대국의 정말 큰 성과라고요.

알파고가 스스로 학습 능력이 있다고 하잖아요. 그런 오류들을 계속 교정해 나가면서 인간의 사고와 경험, 판단, 이런 것과 비교할 수 없이 빠르게 진화하는 거거든요. 알파고가 하루에 대국을 3만 번 한다고 하죠? 인간은 하루에 한 번 대국하면 지쳐서 더 못 하잖아요. 굉장히 무섭더라고요.

저는 제3국에서 이세돌이 알파고에 완패하면서 어떻게 해도 기계를 잡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해 곤혹스러워하던 이세돌의 표정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미래의 인류가 자신이 만든 기계를 어떻게 하지 못하는 비극적 상황을 보는 것 같아서요. 물론 아직은 이게 기계의 승리, 인간의 패배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죠. 알파고를 만든 건 딥 마인드의 개발자들이니까 여전히 인간의 승리입니다. 하지만 인공 지능의 진화가 행여라도 이세돌의 곤혹스러움을 넘어 인공 지능 개발자들도 어떻게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아간다든지 또는 사회적 통제의 범위를 넘어가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그러면 영화 같은 심각한 상황이 될지도 모르죠.

 

경제 무식자_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 같아요.

 

김성구_ 근데 저는 알파고를 보면서 반성도 많이 했어요. 이공과학이나 의학, 물리학, 이런 분야의 발전을 보면 너무나 놀랍잖아요. 그 성과들이 실제로 적용되고, 이게 맞았는지 틀렸는지 어디가 잘못됐는지, 이게 분명하게 평가받거든요. 그래서 잘못된 건 버리고 발전과 진화를 더 해나가고요. 거기에 비하면 사회과학은 과학의 외양을 취하고 있는데 사실 가짜 과학인 거죠. 경제학은 지금 세계 경제가 위기인지 언제 경제가 회복되는 건지 위기 분석도 잘 못 합니다. 경제학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말입니다. 이 사람들은 애덤 스미스가 어쨌다는 둥, 리카아도가 어쨌다는 둥, 마르크스가 어쨌다는 둥 현재와 미래의 문제보다는 끊임없이 과거의 경제학자들만 떠들어 대는 거죠.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도 문제가 많습니다. 마르크스 시대와는 다른 자본주의 시대가 열렸는데, 이 시대의 자본주의가 어떻게 변화됐는지, 위기 형태는 마르크스 시대와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자본주의 법칙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래서 자본주의가 현 단계 어떤 상태에 있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이런 걸 분석해야 하는데 말이에요.

물론 많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이 이런 문제를 다루고는 있지요. 하지만 이게 정말 과학적인 분석인가 하면 의문이 많습니다.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 비판에 대해서는 추호의 의심이 없습니다. 그건 사회과학의 유일한 과학이거든요. 문제는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 비판을 따른다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이지요. 2008년 금융 위기 논쟁 같은 걸 지금 와서 평가해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타당하지 않은 주장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그 당시 신자유주의가 종말을 고했다든지, 국가가 위기관리를 위해 개입하니까 케인즈주의가 복귀한다고 하고 또 위기가 너무 크니까 자본주의는 이걸로 붕괴한다, 종말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심지어는 몇 년도에 자본주의가 붕괴한다는 주장까지도 있었어요. 이 터무니없는 주장들을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이름으로 한 거거든요. 이공 과학의 눈부신 성과들과 비교해 보면 반성해야 할 부분이죠.

그런데 이런 주장을 하는 이론가들이 죽지도 않고 끝까지 살아남는 거예요. 현실의 객관적 평가를 받고도 안 죽어요. 이공과학 쪽은 불량품이 만들어지면 곧바로 폐기하거든요. 사회과학, 경제학에는 불량품이 없어지지도 않고 너무 많이 넘쳐나요. 여기는 과학의 세계가 아닙니다.

 

경제 무식자_ 경제학도 알파고가 더 잘하겠죠?

 

김성구_ 글쎄요. 알파고도 그렇고 자연과학이나 이공과학자들은 생산력의 발전이 사회 체제, 자본주의 체제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고 인간에게 어떤 경제적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분석은 못 할 겁니다. 마르크스 경제학에서 해야 하는 일인데, 워낙 이 세계에 불량품들이 많아요. 경제학에 대한 회의나 자괴감이 크죠.

 

경제 무식자_ 마르크스가 살아 있었어도 알파고를 무서워했을까요?

 

김성구_ 마르크스도 IT 혁명이 이렇게 진화한 세계는 생각을 못 했겠죠. 21세기로 오니까 과학 기술 혁명이 정말 빨라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마르크스의 문제로 돌아오면, 정말 일자리가 심각하게 위협받겠더라고요. 자본주의하에서 기계화, 자동화가 가속화되면 사람들은 뭐 하면서 사나 하는 근본적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공산주의 사회로의 이행이 불가피하다고 주장을 하는 거죠.

 

경제 무식자_ 기술을 소수의 자본이나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데, 기술이 더 발전할수록 대중의 힘은 상대적으로 더 약해지지 않을까요. 지금도 기업이 국가보다 힘이 더 세잖아요. 세계적인 기업이 더 성장할수록 우리를 더 통제하고 옭아매지 않을까 염려돼요.

 

김성구_ 그러니까 정책 전환이 필요한 거예요. 국가가 그 힘을 되찾아야죠.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힘이 커져서 자본주의 국가를 바꿔 나가고. 그렇게 진보적 경제 정책으로 전환해야만 대안이 되는 거죠.

기계가 문제는 아닌 거예요. 기술적 문제고, 물질적인 문제고. 기술이 발전되는 사회 체제, 자본주의적 조건이 문제인 거죠. 생산력의 발전, 진보는 필요한 거고, 미래 사회로 발전하기 위한 토대이긴 한데, 그게 자본주의적 관계에서는 일자리 문제와 위기 같은 심각한 폐해를 가져오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지양하는 게 불가피해요. 앞으로 기계화, 자동화가 점점 가속화될수록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의 불가피성이 더 부각될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류는 정말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받을 겁니다.

 


 

[오늘의 경제 무식자 요약]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고도의 자동화, 기계화가 되면 다른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하던데

지금 같은 장기 불황의 시기에 일자리 창출이 안 된다. 기계화, 자동화에 의해 방출되는 노동력 문제가 더 심각하게 부각될 것이다. 대기업과 금융 기관 사회화로 이윤 원리를 폐기해야 한다.

 

경제학도 알파고가 더 잘하지 않을까

이공 과학의 눈부신 성과와 비교해 보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이공 과학 쪽은 불량품이 만들어지면 곧바로 폐기하지만, 사회과학이나 경제학에는 불량품이 없어지지도 않는다.

 

알파고 같은 기술을 소수 자본이 독점하는데

국가가 그 힘을 되찾아야 한다. 생산력 발전은 미래 사회로 발전하기 위한 토대지만, 자본주의적 관계에서는 일자리 문제 같은 심각한 폐해를 가져오기 때문에 자본주의 지양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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