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NMD·TMD!

핵군축과 한반도 평화의 가장 완벽한 위험

클린턴정부의 첫 국방장관 에스핀은 지난 1994년 5월 스타워즈의 시대가 이제 막을 내렸음을 선언하였다. 그는 "냉전의 종식과 소련의 붕괴는 미국이 전면적 핵공격에 대비한 '미래의 방패'에 과도하게 투자할 필요가 더 이상 없음을 의미한다"고 말함으로써, 1983년 레이건 대통령 당시부터 시작된 SDI(Strategic Defence Initiative, 전략적 방위주도권) 구상을 공식적으로 유보하였다.

그러나 클린턴정부의 마지막 국방장관 코언은 1999년 1월 "우리는 핵미사일공격의 위협이 현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점점 커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미사일방어체계의 실험 및 배치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거리 핵미사일의 위협이 먼 미래에나 닥쳐올 것이라고 여러 해 동안 밝혀왔던 미국 정부가 돌연 그 미래가 이미 도래했다고 주장하게 된 것이다.



부시정부의 출범과 NMD·TMD 프로그램의 가속화

조지 부시 텍사스주지사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NMD(National Missile Defence, 미국본토 미사일방어망) 및 TMD(Theater Missile Defence, 전쟁지역미사일방어망) 구상이 급한 물살을 타고 있다.

1996년 클린턴정부 당시 발표된 NMD 관련 <3+3계획>은 1999년까지 NMD 체계를 개발하고, 요격실험 결과가 성공적일 경우 2003년까지 1단계 배치를 완료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1999∼2000년 기간에 시행된 세 차례의 요결실험 결과는 어처구니없는 실패로 끝났고, 클린턴정부는 애초 계획을 번복해 그 결정권을 차기 정권에 넘기고 말았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지게 될 정치적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부시대통령은 대선에 나서면서부터, 그 실험결과에도 불구하고 NMD 배치를 최대한 이른 시기에 마무리한다고 공약을 이미 내걸었고, 현재는 국방외교 분야의 주요 고위관리 자리에 NMD 프로그램의 신봉자들을 앉히고 있다. 또한 최근 부시정부는 중국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만에 TMD 프로그램과 관련된 구축함 판매를 강행할 것이며, 한국에도 패트리어트 미사일 추가 도입을 종용하는 등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일본-한국-대만을 잇는 범지역적 차원의 TMD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해주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의도는 복합적인 문제들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NMD·TMD 체계는 직접적으로는 북한, 이라크, 이란 등의 지역강국(regional powers) ― 이는 과거 소련과 같은 세계강국(global powers)과 대비되는 표현이다 ― 들의 미사일 위협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동시에 잠재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를 가까운 미래의 적국으로 상정한 것이다. 따라서 이는 미국이 여전히 과거 냉전 시기의 전략구도에 기초하여 전쟁전략과 무기체계를 발전·강화시키고 있음을 암시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전략은 자연스럽게도 다양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적인 수준에서의 핵무기 감축 노력의 위기를 낳고 있다. 1972년 소련과 체결된 ABM 협정(탄도미사일방어망제한협정)을 실질적으로 무력화하고 각국의 안보 불안감을 증폭시킴으로써, 다시금 핵무기 경쟁을 자극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사일방어망 구상은 핵전쟁을 위한 무기 체계를 우주 공간 수준으로 확대함으로써 군비경쟁이 '우주의 군사화'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 NMD·TMD 체계를 신속히 추진해야 될 근거로 제시하는 이른바 '북한 위협론'은 한반도 정세와 직결되고 있다. 최근 부시정부의 일부 인사들은 북한의 위협이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동아시아 지역의 안정 유지를 위해 미사일방어망 구축은 계속될 것이라고 '솔직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NMD·TMD 추진이 안착될 때까지, 북한과의 긴장관계를 의도적으로 조성할 개연성은 매우 높다. 또한 미국은 TMD 관련 무기구입을 한국정부에 종용함으로써,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기존의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관계를 강화하고자 할 것이다.



1990년대 미국의 미사일방어망 구상의 부활

1993년, 12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미국 민주당의 클린턴정부가 출범하면서, 미 국방부는 '탈냉전' 시대의 군사전략, 군사력 구조, 무기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 작업에 돌입하였다. 이 때 미국은 자신의 본토가 과거 소련에 속해 있던 국가들이나 중국과 같은 나라들로부터의 고의적이거나 우발적인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평가하였고, 또한 제3세계 국가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획득하거나 개발할 능력도 그리 높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북한, 이라크 등과 같은 '악당국가'(rogue state) ― 미국은 소련의 붕괴 이후, 미국과 적대적이며 대규모 재래식전력과 초보적인 핵전력을 갖추고 있거나 갖출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들, 예컨대 이라크, 이란, 북한 등을 미국의 안보질서에 새로운 그리고 진정한 위협자들로 묘사하며 이들을 '악당국가'라고 의도적으로 호칭하고 있다 ― 들의 '중거리' 미사일 능력을 염두해 둔 TMD 우선의 탄도미사일방어망 구축에 돌입하였다.

달리 말해, 이제 탈냉전 시대를 맞이하여 미국 본토는 (핵)전쟁지역이 될 수 없으며, 중동-유럽과 동아시아 지역이 (핵)전쟁 발발 가능성이 제일 높은 지역으로 부상하였다는 뜻이었다. (물론 미국 핵전략 상에서 전쟁지역(theater) 개념이 등장한 것은 1970년대였다. 미국은 소련-미국 본토를 서로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전쟁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유럽 또는 동아시아 지역에 핵무기를 전진 배치함으로써, 핵전쟁이 발발하더라도 유럽 또는 동아시아지역이 그 전장이 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특히 동아시아 지역의 경우에는 미국-일본-한국-대만을 한 묶음으로 하는 汎지역적 미사일방어망 네트워크로서의 TMD 구상이 본격화되었다.

지상배치레이더 기지 건설장면

한편, 미 국방부는 미국 본토에 대한 핵미사일 공격 위협이 단시일 내에 현실화되리라 예상하지는 않지만, 불확실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NMD 개발에 관해서는 '기술적인 준비태세'를 갖추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1994년 미국 의회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파로서의 확고한 지위를 차지하게 되면서, 미 의회는 미국 본토에 대한 미사일방어망 즉 NMD 프로그램을 신속히 추진하라는 강력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1995년 클린턴 대통령은 의회가 제출한 "2003년까지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했지만, 대통령선거 재선을 앞두고, 결국 1996년 4월 NMD 체계의 개발 및 배치를 수용하게 되었다. 즉 2000년까지 3년 내에 최초의 NMD시스템을 개발하고, 기술적 가능성이 검증된다면, 그 뒤 3년 내에 1단계 배치를 완료한다는 <3+3 계획>이 입안되었다. 이에 따라 1996년 4월 미 국방부는 '기술적인 준비태세'에서 '배치 준비태세'로의 격상을 승인하였다.

결국 1996년을 기점으로 하여, NMD와 TMD를 두 축으로 하는 탄도미사일방어망(BMD, Ballistic Missile Defence) 구축계획이 완벽하게 부활하게 된 것이다. 특히 그 시점에서 NMD 및 동아시아 TMD 프로그램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미국 내에서는 북한을 비롯한 몇몇 제3세계 국가들의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재평가하는 각종 보고서들이 쏟아져 나왔다. 1998년 8월 북한의 발사체(인공위성) 실험은 그 강력한 계기가 된 바, 북한이 애초 예상보다 빨리 장거리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확산된 것이다. (럼스펠드, 아미티지 등 당시 보고서 발표를 주도했던 인사들이 현재 부시정부의 안보·외교 분야의 고위 관리로 자리를 잡고 있다.)



NMD 체계가 부딪힌 현실적 장애들

요격체 내부에 탑재되는 파괴체(Kill Vehicle)

하지만 NMD 계획이 강행되면서, 미국내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먼저 NMD 체계를 완성하는데 소요되는 엄청난 액수의 국방 예산이 문제이다. 2000년 4월 미 의회예산국(CBO)의 추산에 따르면, 2015년까지 3단계로 구성된 NMD 체계를 배치 완료하는 데에는 최소한 600억 달러가 투입될 전망이다(1달러를 1300원으로 잡으면 약 80조원). 그러나 이 역시 새로운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배치하는 데에 통용되는 전통적인 방식, 즉 '일단 들이밀고 보기' 식이라면 앞으로 실제 비용은 훨씬 늘어날 수 있다.

또 하나 현실적인 이유는 미사일 요격 실험의 거듭된 실패이다. 실전 배치 결정과 관련된 1999∼2000년 기간의 몇 차례의 미사일 요격 실험은 큰 관심을 모았다. (한 차례의 실험에만도 무려 1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일부에서 예견한 바대로, 실험 결과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2001년 1월의 2차 실험은 시속 25,000㎞로 돌진해오는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태평양 카와잘렌 섬의 요격통제본부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적' 미사일을 20km 앞둔 시점에서(요격 6초전) 열감지장치가 오작동하고 말았다. 2000년 7월의 3차 실험의 경우에는 요격탄두가 아예 로켓에서 분리조차 되지 않았다.

이처럼 3차 요격실험마저 실패로 끝난 후, 당시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미국정부는 위협, 기술, 비용, 미국 안보에 끼칠 영향 등 네가지 판단기준에 따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결정을 내리진 못했다.) 다시 말해, 미국이 시급히 NMD를 배치해야 할 정도로 '악당국가'들의 (핵)탄도미사일 공격능력 보유가 임박했는가. 둘째, NMD의 기술적 난제들이 해결되었는가. 셋째, NMD 배치에 투여될 막대한 비용 보다 더 적은 돈으로 악당국가들의 미사일 공격 능력 보유를 막을 수 있는 다른 (외교적) 방법은 없는가. 넷째, NMD 배치에 따른 러시아와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방안은 존재하는가? 등이 그것이었다.



NMD 실전 배치의 판단 기준들

이 각각에 대해 미국 내의 NMD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이른바 '악당국가'들의 미사일 공격의 위협은 지금까지 크게 과장되었다. 설사 특정 국가가 초보적인 수준의 핵-미사일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1∼2개의 미사일 공격에 의한 피해를 마치 과거 냉전시기 소련과의 핵 대결 당시의 위험과 동일한 수준으로 간주하도록 암시하는 것은 명백히 그릇되었다. (냉전시기에 처한 핵전쟁의 위험은 북반구의 모든 인류의 절멸과 핵겨울을 초래할 수준이었다.) 설령 특정 국가가 초보적인 수준의 핵공격을 가한다고 하더라도 목표물을 제대로 파괴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미국이 충분히 보복할 수 있는 재래식 전력은 결정적인 타격을 거의 받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에 대한 미사일 위협은 극히 '제한적'일 뿐이다.

둘째, NMD는 비싼 고물덩어리일 뿐이다. 실제 미국 국방부가 위촉한 특별위원회도 NMD 계획이, 진짜 미사일과 레이더 교란용 물체간의 식별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제기하였다(워싱턴포스트, 2000.6.18). 또한 미사일 요격 실험들은 실전 상황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 하에서 이뤄지고 있다(주간 타임 2000.7.3). 예컨대 NMD 운영요원들이 요격대상 미사일의 발사와 출처, 성능에 관한 정보를 먼저 완벽하게 파악한 상태에서 실험이 실시되었고, 또한 NMD 방어 개념에는 내습하는 적 미사일이 10여기로 설정돼 있으나 시험발사는 1기의 미사일만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목표 미사일의 비행속도도 실전 보다 느리게 설정되었다.

덧붙여, 우여곡절 끝에 NMD 체계가 개발이 완료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능가하는 미사일 개발은 훨씬 더 기술적으로 용이하며, 비용도 훨씬 더 적게 소요될 것이다.

셋째, NMD 개발 노력은 중동 및 동아시아 지역에서 평화정착을 위한 대화와 협상의 중요성을 상대화시킨다. 이는 오히려 NMD 개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 지역의 긴장을 유지하도록 미국의 대외정책을 역규정하고 있다. NMD 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노력보다, 더 직접적으로 각 지역에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효과적인 외교적 수단들이 강구될 수 있다.

넷째, 미국의 NMD 개발 노력은 어떤 궤변에도 불구하고 1972년 소련과 체결된 방공망제한협정과 정면으로 충돌된다. 러시아와 중국은 실전 배치될 NMD 체계에 상응하거나 혹은 능가하도록 대륙간 핵탄도미사일 보유량을 유지하거나 그 능력 개량에 나설 것이다. 이는 냉전 이후 세계적인 핵감축 노력을 수포로 만들 것이다.



NMD·TMD 체계와 핵전쟁의 미래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적 장애들과 미국 내의 반대 의견들에도 불구하고, 부시 정부가 NMD 프로그램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현실적으로 엄존하는 최첨단 군수산업체들의 이해관계와 강력한 로비 활동, 정치계-군부-군수산업체-군사기술연구소-군사전략연구소-대학 등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인맥은 매우 핵심적인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예컨대 퇴역하는 고위군인들은 종종 군수산업체의 경영진으로 자리를 옮겨 고액의 연봉을 받고 고급 로비활동을 펼친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군사전략과 무기체계 발전에 내재되어 있는 끊임없는 자기완성과 진화의 논리라는 것에도 충분히 주목해야 한다.

외부로부터 미국 본토에 가해질 수 있는 핵공격을 완전히 방어할 수 있는 미사일방어망 구축 계획은, 미국 자신이 세계 최강의 핵강국으로 부상한 바로 그 시점부터 미국 군부의 최고의 희망사항 중 하나였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세계 최강의 핵보유 국가이지만. 핵무기의 절대적 파괴력을 고려할 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완벽한 對핵무기 방어능력을 보유할 때 비로소 자신의 핵전략이 완성된다는 논리를 좇아 왔다. 물론 최근 NMD·TMD 문제가 불거지면서, 미국의 미사일방어능력에 대한 집착이 새삼 문제시되고 있지만, 이미 1950년대부터 미국은 미사일방어망 개발에 골몰하여 왔다. 1960∼70년대의 핵무기를 이용한 핵무기 요격 시스템 개발(Nike 계획), 1980년대 非핵파괴 방식으로 전폭적 방향전환을 긴한 SDI 구상(레이저 빔, 레일건, 미사일 충돌 요격) 등의 지속된 노력의 결과가 단편적으로 드러난 게 현재의 NMD·TMD 체계이다. (현재 레이저 빔을 이용한 요격 기술도 계속 실험중에 있다.)

따라서 현재 NMD·TMD가 순전히 방어수단이라는 미국 정부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승리하는 핵전쟁'이라는 공격적인 핵전략의 일부로서 계획되고 추진된 것이라는 사실은 은폐될 수 없다. 그러한 선전은 미국의 실제 의도가 선제 핵공격의 자유를 확대하려는 것이라는 사실을 숨기며, 또한 핵무기의 실질적인 감축 없이도 세계의 군사적 균형과 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는 그릇된 환상만을 유포한다는 점에서 볼 때 극히 유해한 주장인 셈이다.



NMD·TMD, 한반도 평화의 가장 완벽한 위험?

마지막으로 미국 내 반대 여론들이 공유하고 있는 중요한 맹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즉 '악당국가들의 핵공격 위협'이라는 전제를 아무런 여과없이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은 오늘날 한반도를 비추어 보았을 때 명확하게 드러난다. 한반도에 과거 수십년 동안 수백 내지 수천 기의 전술핵무기를 배치했었고, 또 현재에도 동북아 군사기지 배치되어 있는 핵무기를 통해 유사시 대북 '핵선제공격' 옵션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미국의 역사적 존재 의미는 고려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NMD·TMD 개발 계획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직접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먼저, 북한이 '악당국가'라는 인식을 심화시킴으로써, 대북 대결정책을 부추길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점은 분명하다. 또한 TMD 구상은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기존의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한국의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가일층 높일 것이다. 미국이 개발하는 TMD 관련 시스템(패트리어트 미사일, 이지스함)을 도입할 때 소요되는 국방비도 막대한 규모가 될 것이다. 게다가 현재 김대중정부는 미국의 NMD·TMD 구상을 소극적으로 승인함으로써 미국이 규정하는 정책적 틀에 더욱 깊이 빠져들고 있다. (이는 ABM조약을 둘러싼 한러 공동성명 해프닝을 통해 극적으로 드러났다.)

어떤 특정한 국가가 완벽한 방어체계를 갖추게 된다면, 그 국가는 핵무기를 이용한 선제공격의 유혹을 더욱 강렬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그 주변국가들은 방어망을 무너뜨리기 위한 신무기를 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력한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군비증강이라는 회오리의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는데 기여할 뿐이다. 세계최강의 핵강국이면서도 가장 '완벽한' 방어체계를 통해 핵전쟁전략을 완성하고자 하는 미국, 북한을 악당국가로 지목하면서 NMD·TMD를 가속화하려는 부시정부, 한미일 군사동맹과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미국의 핵선제공격 옵션,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되는 것보다 동아시아 지역의 군사지형을 더욱 '완벽한' 위협에 빠뜨리는 것은 아마도 당분간 없을 것이다.STOP, NMD·TMD!



NMD란 무엇인가?

NMD 개발의 역사

NMD, '승리하는 핵전쟁'으로의 진보?

1. 미소 핵무기 시대의 개막과 미사일방어망제한협정 체결까지

NMD와 관련하여 언론에 등장하고 있는 논의들은 대부분 NMD 프로그램과 1980년대 중반 SDI 구상과의 연관성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그렇지만, NMD 및 SDI 구상과 핵전쟁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SDI(Strategic Defence Initiative, 전략적 방위 주도권)라는 표현은 1985년 1월 3일 미소 외상회담에 앞서서 미국 대통령실이 발표한 <레이건대통령의 전략적 방위 주도권>이라는 문건에서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물론 1983년 3월 레이건대통령은 '21세기를 향해 우주에 전략적 방위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때에는 SDI라는 표현이 구체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그후 SDI라는 표현이 널리 유포된 데에는 국방부와 각종 군사전략연구소의 군사정책가들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였다. SDI에서의 '주도권'(initiative)이라는 표현 자체가 암시하듯이, 미소간의 핵무기경쟁 나아가 우주 공간에서의 군사력 경쟁을 강력하게 선동하고 여기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는데 적절하였기 때문이다.

대륙간핵탄두미사일과 MAD전략

SDI 구상이 내외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미소간의 핵무기 경쟁의 역사 특히 탄도미사일방어수단 개발의 역사라는 맥락에서 파악될 수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2차세계대전이 종결되면서, 탄도미사일의 원형이 되었던 독일의 V-2 로켓 기술은 연합군 즉 미국과 소련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되었다. 이는 양국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때 미소는 경쟁적으로 상대방의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1950년대 말에는 양국 모두 개발에 성공하였다. 탄도미사일 능력은 핵무기 기술과 필연적으로 결합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양국이 상호간에 '확실하게' 수천만명 내지는 수억명의 사상자를 낼 수 있는 군사능력을 공히 확보했다는 점에서 가공할만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 점을 정확하게 인식한 미소 양국은 탄도미사일 개발과 동시에 탄도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들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다. 그렇지만 1950∼70년대에 걸친 연구 성과는 크게 만족스럽지 못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후술하겠다.) 결국 1960∼70년대 미소 양국간의 핵무기 경쟁은 핵전쟁을 보다 현실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방어수단의 부재라는 측면에서 파괴적 성격을 극대화하게 되었다.

따라서 핵전쟁을 군사적으로 막을 수도 없고, 핵전쟁에서 승리할 수도 없는 현실을 합리화하는 논리가 등장하게 되는데, 그게 그 유명한 '상호공멸보장'(MAD, Mutual Assured Destruction) 전략이다. 이는 1960년대 미국의 맥나라마 국방장관이 정식화하였다. 즉 미소 양국이 서로를 확실하게 파괴할 수 있는 핵전력 상의 균형을 이루게 되면, 이는 각각의 국가가 상대방에 대한 선제핵공격을 회피하게 된다는 이른바 핵전쟁 '억지'(deterrence) 이론이다. 이는 양국이 핵무기를 감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핵전력을 강화함으로써 핵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억설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소간에 체결된 ABM협정은 상호공멸보장 이론의 완성으로 보였다.

'승리하는 핵전쟁' 구상의 첫 번째 좌절과 미사일방어망제한협정

애초에 탄도미사일 방어수단에 대한 연구는 독일이 V-2 로켓 개발 구상이 외부에 알려지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이 연구가 본격화된 것 역시  V-2 로켓 기술 이전이 계기가 되었다. 1955년 무렵부터 미국은 나이키주스(Nike Zeus)라고 명명된 요격미사일 개발 계획을 출범시켰으며, 1963년에는 여러 시스템들이 추가되어 나이키X(Nike X) 계획으로 확대된다. 한편 소련은 1964년 붉은 광장에서 열린 퍼레이드에서 갤로시(Galosh)라고 불려진 신형 요격미사일을 선보였다. 이때 연구·개발되었던 요격미사일은 핵탄두를 이용한 것이었다. 당시의 군사기술 수준에서 볼 때 요격미사일이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탄도미사일에 명중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고, 따라서 요격미사일이 최대한 근접하여 핵폭발을 통해 탄도미사일을 파괴한다는 구상이었다. 미국은 수차례에 걸쳐 요격미사일 계획을 확장했으며 1970년대 초반 여러 차례의 테스트도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그렇지만, 1972년 미국은 핵탄두를 이용하는 요격미사일 방식의 방어망 계획을 최종적으로 포기하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존재하였다. 미국이 1970년대 초까지 개발한 방어망은 2중 방어망 수준이므로 각 단계에서의 요격률을 높이거나 엄청난 수의 요격미사일을 배치해야만 했는데, 이는 기술적 한계 또는 비용적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또한 핵탄두를 이용하는 탄도미사일 요격은 핵폭발로 인해 요격하는 측에서도 매우 큰 피해를 입게 될 뿐만 아니라, 핵폭발로 인한 전자기펄스가 모든 전기·전자시스템을 파괴하므로 요격 레이다망에 끼칠 치명적 피해를 피할 수 없었다. (즉 레이다망의 파괴로 인해 2차 탄도미사일공격에는 무방비 상태가 된다는 점.)

결국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여 1972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과 소련의 브레즈네프 서기장은 모스코바에서 SALTⅠ(Strategic Arms Limitation Talks, 전략무기제한회담) 협정에 서명하게 된다. 여기에는 두개의 기본 협정이 포함되었는데, '전략공격무기 제한에 관한 잠정협정'과 '미사일방어망제한협정'(ABM Treaty)이었다. 특히 후자는 "미소 양국이 각각 200개 이하의 요격미사일을 보유할 수 있고, 요격망은 각국이 설정한 2개의 광역에서 배치할 수 있으며, 따라서 1개 광역에는 100개 이하의 요격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 그리고 "전국적인 수준에서의 미사일방어체계의 배치 또는 그를 위한 기지 건설은 제한한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이러한 협정이 이행되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각국이 정찰위성이 상대국가의 영공을 통과하는 것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점도 명문화되었다. 따라서 1972년의 미사일방어망제한협정은 미국 및 소련이 상대방의 핵-탄도미사일 공격을 무위로 돌릴 수 있는 거대 규모의 방어망 구축을 포기하고, 다시 순수한 의미에서의 상호공멸보장 전략으로의 회귀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2. SDI, 승리하는 핵전쟁을 위한 비상구?

NMD 시스템 개념도

그렇지만 미국이 미사일요격체계 개발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미국은 핵무기를 이용하는 탄도미사일방어체계 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비(非)핵파괴방식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게 된 것이다. 즉 빔(beam)무기와 같은 '지향성에너지무기'와 레일건, 비핵미사일과 같은 '운동에너지무기' 등이 연구주제로 등장하였다. (현재 계획 중인 NMD 시스템은 'hit-to-kill', 즉 파괴체가 탄도미사일에 직접 부딪쳐 탄도미사일을 무력화함로써, 탄도미사일 핵탄두의 폭발을 막는다는 아이디어에 기반하고 있다.) 미국의 비핵파괴 요격 기술 개발 구상은 1970년대에 걸쳐 장기간 동안 진행되었다. 또한 SDI 구상에 기여한 또 다른 축의 군사기술 발전은, 인공위성의 실용화에 따른 우주의 군사적 이용이었다. 이 양자가 결합됨으로써, 기존의 미사일 요격체계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미사일방어망 구상, 즉 SDI 구상이 성립될 수 있었다.

미소가 정찰위성, 조기경보위성 등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였다. 하지만 초보적인 수준을 넘어서 군사적 유용성을 갖는 위성들이 하나 둘씩 배치되는 시기는 1970∼80년대에 이르러서였다. 지구 상공에서 감시 및 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조기경보위성을 비롯하여 통신위성, 항법위성, 해양경보위성, 전자경보위성, 첩보위성 및 우주위성시스템 등의 군사기술의 발전이 SDI 구상의 실마리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즉 우주에서의 감시 및 추적 능력을 체계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적국의 핵-탄두미사일 공격을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다는 구상이 비로소 성립될 수 있었다.

SDI, '승리하는 핵전쟁'을 향한 재도전

이처럼 SDI 구상이 갖는 웅장함과 원대함에 비례하여, 그 발표 후 엄청난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게다가 당시 미국이 SDI에 대한 연구프로젝트를 개시하면서 제시한 핵무기 정책은 사실상 매우 호전적인 성격을 띄었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의 연설문을 잠깐 살펴보도록 하자.   

"SDI의 목적은 소련의 전략적 미사일과 단거리 미사일에 대응하여 확실한 방위체계의 실현을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SDI 연구계획은 소련의 조약위반에도 불구하고 ABM조약의 범위 내에서 추진될 것이다... 미국은 미소가 보다 발전된 방위체계에 의존함으로써 세계안보와 안정이 제고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네바에서 소련과 진지한 논의를 하려고 한다... 앞으로 수년 동안 핵공격력과 핵보복능력은 핵억지의 핵심요소가 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현대적이고 유연하며 신뢰할 만한 전략 및 중거리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 미국의 궁극적인 목적은 핵무기의 전면적인 철폐다. 따라서 이는 매우 장기적인 목표인 동시에 여타 모든 핵위협에 대한 방위수단의 연구와 함께 효과적인 핵무기제한협정, 그리고 재래식무기 불균형에 의해 야기되는 위협감소를 위한 노력 등을 요구한다." (1986년 6월 SDI 조직위원장의 "SDI에 대한 의회보고서" 중 와인버거 국방장관의 발언)

이를 다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의 궁극적인 목적은 핵무기의 전면적인 철폐이지만 어쨌든 현재의 시점에서는 핵억지 능력을 갖추기 위해 전략핵무기 및 중거리핵무기 등을 보유해야 한다. 둘째, 미국은 소련을 비롯한 적국의 핵탄두미사일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방위체계를 개발할 것인데 이는 세계 안보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다. 셋째, SDI 구상은 ABM 조약의 틀내에서 추진될 것이지만, 먼저 ABM 조약을 위반한 것은 소련이다. (미국이 1970년대 초 빔과 운동에너지무기 개발로 방향을 전환한데 반해, 소련은 이에 대한 연구가 지체되면서 핵무기를 이용하는 요격체계를 계속 유지·발전시켰다.) 넷째, 일정한 수준에서 핵무기제한협정은 추진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내용들이 종합된다면, 미국은 지나치게 수적으로 과도하게 만들어진 핵무기는 감축하되 '적정량' 이상 수준의 전략핵무기는 안정적으로 보유할 뿐만 아니라, SDI를 통해 이를 강력하게 뒷받침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따라서 SDI 구상이 정말로 현실화될 경우 드러날 군사전략 상의 효과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그 무엇보다도 미소간의 핵정책의 근간이었던 '상호공멸보장'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게 된다는 점이었다. (즉 핵전쟁이 발발되면 미소가 공멸하는 것이 아니라 소련만 멸망된다는 것.) 그렇다면 기존에 소련이 제공하는 '핵우산'에 바탕한 집단안보체제(바르샤바조약기구)에 대한 군사적 신뢰성 역시 땅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이는 소련의 정치적, 군사적 위상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으며, 미국의 '승리하는 핵전쟁' 구상이 관철되었다는 점을 의미하게 된다.  



SDI와 반핵평화운동

미국은 SDI 구상에 대해, 익히 예상되는 반대를 염두해 두면서, 그것이 순수히 '방어적' 목적 하에 계획되었다는 점을 때에 따라 강조하는 태도를 보이곤 하였다. 그렇지만 그러한 주장으로 SDI 구상에 대한 비판을 무마할 수는 없었다. SDI에 대한 비판은 대략 다음과 같은 논거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첫째, 미국은 SDI에 대한 연구를 가속화함과 동시에, MX나 TridentⅡ[삼지창]과 같은 전략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였다. 따라서 SDI 구상은 사실상 공격적인 전략핵무기 정책과 쌍을 이루는 것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 주목되었다. 따라서 이처럼 미국이 공격적인 핵무기와 함께 '완벽한' 방어체계를 갖추게 된다면, 세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큰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 견해가 제출된 것이다. 또한 이는 핵무기의 철폐를 통해 핵전쟁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기존의 반핵평화운동을 무효화시킬 위험성을 갖는 것으로 여겨졌다.

둘째, 다른 측면에서의 접근으로서, SDI 역시 과거 미사일방어망계획이 노정했던 기술적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들이 제출되었다. 특히 미사일방어망을 엄청난 비용을 들여 건설하더라도, 이를 돌파해낼 수 있는 미사일개발은 훨씬 수월하다는 과학·기술적 견해들이 제출되었다. 또한 SDI가 90% 수준의 방어능력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10%로도 충분히 수억명의 살상자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볼 때, SDI 구상이 핵전쟁의 '절대적' 파괴력에 대한 대중적 경각심을 실현 불가능한 환상으로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결국 SDI 구상이 사실상 공공연하게 표방했던 바, "완벽한 핵무기 방어체계 개발을 통해 핵무기를 무력화한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핵무기가 누렸던 절대적인 위상을 삭감한다"는 논리는 어디까지 '소련'의 핵무기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댜. 따라서 이는 오히려 핵무기 경쟁을 노골적으로 부채질하는 계기가 될 것이지, 그 반대는 아닐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소련의 몰락과 SDI 구상의 축소

레이건 미대통령에 의한 SDI 연구계획 발표는 ― 그 현실적인 실현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 엄청난 정치적 효과를 발휘했다. 즉 SDI를 연구하겠다는 의지 자체가 중대한 정치적 의미를 내포하였던 셈이다. 하지만 실제로 SDI는 그리 간단하게 이룩될 수는 없었다. 미국의 군사전략가들과 군수산업체들이 제안하였던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취합하여, 각각에 아이디어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이를 종합하여 일관된 시스템으로 구축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소련의 고프바쵸프 서기장과 '방어적 충분성' 개념의 등장, 핵무기감축협정, 소련의 해체와 사회주의권의 몰락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SDI라는 원대한 구상은 하나의 역사적 해프닝으로 끝날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군사적인 차원에서의 군사전략 및 무기체계 발전이라는 진화의 논리는 완전히 중단되지는 않았다.

3. '핵무기주의'의 자기 완성과 진화의 논리

1993년 중반, 미국방부는 이른바 탈냉전시대의 미국의 군사 전략, 군사력 구조, 군사력 현대화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재평가 작업을 진행한다. (이 결과물이 널리 알려진 약칭 「Bottom Up Review」라는 보고서이다.) 이 때 보고서는, 미국 본토가 前소비에트연방 소속 국가들이나 중국과 같은 나라들로부터의 고의적이거나 우발적인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제3세계 국가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 본토를 공략할 수 있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획득하거나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 역시 희박하다고 평가하였다. 그렇지만 미 국방부는 '불확실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탄도미사일방어를 배치하기 위한 능력을 개발하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중단되어서는 안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즉 미사일방어망체계에 대한 기술적 준비태세(technology readiness)는 유지할 것이라는 의미였다. 이에 따라, NMD 및 TMD 연구·개발 프로젝트는 과거에 비해 축소된 수준이지만, 지속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소련의 몰락 이후, 핵전쟁의 문제가 대중의 관심사로부터 멀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인 듯하다. 1990년대 초반 미국과 러시아간의 핵군축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소연방에 소속되었던 독립국가들의 핵무기 처리 문제도 큰 무리 없이 해결되어 나가는 양상은 이러한 대중적인 이미지들을 강하게 제공하였다. 또한 1990년대 초반 한반도에 배치되어 있던 전술핵무기의 철수가 이루어짐에 따라, 한국인들에게도 핵전쟁의 문제가 시야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현재의 NMD (및 TMD) 프로그램의 극적인 부활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승리하는' 핵전쟁을 향한 미국의 '핵무기주의'는 아직까지 잠들지 않고 있으며, 다시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 따라서 바로 현 시점이 미국의 공격적인 핵무기주의에 일격을 가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STOP,

■ NMD 추진경과

■ 미국 레이건 대통령은 1983년에 "전략적 방위구상"(SDI: Strategic Defence Initiative)을 발표. 그러나 소련이 해체됨에 따라 미국은 SDI 정책을 폐기하고, 1991년 "제한공격에 대한 세계적 방어"(GPALS: Global Protection Against Limited Strikes) 계획을 발표. 즉 SDI의 방어논리와 체계의 규모를 축소하기로 함.

1993년 중반, 미 국방부는 탈냉전시대의 미국의 전략, 군사력구조, 군사력 현대화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전반적인 재평가 작업을 진행. 「전면재검토」(Bottom Up Review)라는 약칭의 보고서를 발표. 이때, 보고서는 미국 본토가 前소비에트연방 국가들이나 중국과 같은 나라들로부터의 고의적이거나 우발적인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평가함. 또한 제3세계 국가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획득하거나 개발할 능력은 확실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음. 이에 따라, 미국방부는 TMD 우선의 탄도미사일방어를 추진. 한편, 불확실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NMD 능력을 '기술 준비태세'(technology readiness)를 추진하기로 함.

■ 1994년 미국 의회선거 이후, 새로운 의회는 NMD 프로그램을 신속히 가속화할 것을 요청됨. 이에 따라, 미국 BMDO(Ballistic Missile Defence Organization)는 'Tiger Team'을 구성,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배치가능한 NMD 구조를 연구하게 됨.  

■ 1995년 클린턴 대통령은 `2003년까지 미사일방위망을 구축한다'는 내용의 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

■ 1996년 2월 미 국방부는 포괄적인 탄도미사일방어 프로그램 평가를 완성하게 됨. NMD 프로그램의 수정된 목표는 3년 내에 최초의 NMD시스템을 개발하고, NMD 배치 결정이 이루어진 후, 그 뒤 3년 내에 실제로 배치를 한다는 것(3+3 프로그램). 이에 따라 1996년 4월 미국방부는 '배치 준비태세'(deployment readiness)로 전환하게 됨.

■ 1997년 4월 21일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레이시온(Raytheon), TRW 등이 소유하는 합작회사, 'United Missile Defence Company'(UMDC)가 설립. 합작회사는 NMD Lead System(LSI) Concept Definition(CD) 연구에 대한 계획안 제출함. 1997년 4월 25일 BMDO는 NMD LSI CD의 두 계약자로서 UNDC와 Boeing North Americaa Inc가 결정되었다고 발표함.

■ 1999년 1월 코언 국방장관, 미국 본토에 대한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66억 달러를 추가 투입하여 미사일방어체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힘. 이로써 2000년 회계연도에 NMD에 투입되는 예산은 모두 105억 달러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힘.

■ 1999년 3월 17일 미국 상원은 본회의에서 NMD를 "기술적으로 가능해지는 대로" 즉각 배치하는 내용의 법안을 찬성 97, 반대 3표의 압도적 다수로 통과. 상원은 또 △러시아와 핵무기 감축협상을 계속할 것과 △매년 NMD 계획에 대한 의회의 승인과 평가절차를 거친다는 내용의 수정안도 만장일치로 통과시킴.

■ 1999년 10월 1차 시험발사

■ 2000년 1월 18일 2차 시험발사, 실패로 끝남.

■ 2000년 4월 4일 미국방부는 NMD 계획에 302억달러의 예산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밝힘. 미 국방부는 NMD 시스템 확립을 위한 △미사일방어기지 건설, △레이다 현대화 △100기의 요격미사일 배치 등에 91년부터 2026년까지 모두 302억달러가 소요된다고 밝힘. 그러나 2000년 4월 25일, 미 의회예산국(CBO)은 미국이 오는 2015년까지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를 실전배치하는 데는 거의 600억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밝힘.

■ 2000년 7월 8일 3차 시험발사, 역시 실패로 끝남.

■ 2000년 7월 26일 코언 국방장관, NMD 체계의 최종 배치 결정은 차기 정부가 내릴 것이라고 밝힘.



1990년대 미국의 군사전략과 '악당국가'

냉전 기간 동안 미국의 군자전략을 지배한 전쟁 모델은 오직 '고강도전쟁'과 '저강도전쟁'이라는 두가지 모델밖에 없었다.

고강도전쟁은 유럽전역에서 나토 동맹국가들과 바르샤바조약기구 동맹국가들간의 대규모 전면전을 상정한 것으로서, 이 전략에는 핵전쟁에 대비해 핵무기의 선제사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저강도전쟁은 제3세계의 급증하는 게릴라전이나 '민족해방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되었으며, 반란 지원 또는 반공폭동의 지원, 군대파견 등이 포함되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미국의 군사전략은 냉전체제의 급속한 붕괴 이후 오히려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즉 소련이 붕괴하고 바르샤바조약기구가 해체된 마당에 이와의 '고강도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대규모 군전력을 유지할 명분이 사라졌으며, 만약 '저강도전쟁'만을 수행하고자 한다면 이는 당시 미군의 10분의 1의 규모만 있어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었다.

따라서 냉전의 해체는 미국의 '군산복합체'로서는 거대한 재앙이었으며, 이러한 심대한 위기에 직면하여 미국은 새로운 '적'들을 필요로 하게되었다. 따라서 미국은 비교적 대규모의 재래식전력과 초보적인 핵·화학·미사일 능력을 갖추었거나 갖추리라 추측되는 '지역 강국'들을 주목하면서 이른바 '중강도전쟁'이라는 군사전략 개념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이는 미국의 군사안보를 위협하는 적으로 묘사되기에 시기적절했고, 걸프전쟁을 걸치면서 90년대 이후의 미국의 군사정책은 이를 중심으로 세워지게 되었다. STOP, NMD·TMD!



TMD란 무엇인가?

TMD(Theater Missile Defecec)는 적국의 100∼3000km의 사거리를 갖는 미사일, 즉 중단거리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정의될 수 있다. 현재 동아시아 지역의 미국의 동맹국들, 즉 일본, 한국, 대만 등은 이미 초보적인 수준의 TMD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 이미 배치되어 있는 패트리어트(Patriot) 미사일이나 일본이 다수 보유하고 있는 구축함 이지스(Aegis)에서 발사되는 스탠다드 미사일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아시아 차원의 범지역(region-wide) 차원의 TMD 구상은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초보적인 수준의 TMD 체계의 기술적 불완전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걸프전 당시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요격률을 생각해보라), 그 성능 개량 작업도 최근 NMD 요격 실험과 유사하게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다시 말해, NMD와 마찬가지로 TMD 시스템이 기술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의문들이 여러 측면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어쨌든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국 정부는 일본, 한국, 대만 등의 동북아시아 국가들에게 TMD 능력을 개선하게 될 무기체계 연구연구·개발에 참여하거나, 미국이 이미 개발한 시스템을 구입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각국의 TMD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汎동아시아 지역의 미사일 방어망 시스템을 완성하자는 것이다. (또한 미국정부는 독일 및 이탈리아 등과 함께 유럽 지역의 TMD 개발에 박차를 가하려 하고 있다.)

결국, NMD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아직 TMD 시스템의 개발 및 배치가 '엎질러진 물'과 같이 되돌릴 수 시점을 지난 것은 결코 아니다. 즉 한반도와 동아시아 민중들의 투쟁에 따라 그 미래는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 TMD 시스템의 개요

* 다음은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TMD 시스템들이 작동하는 방식을 묘사한 것입니다.

 

     현재 실험중에 있는 공중 레이저 요격 (가상도)

1) 적국의 중단거리 미사일이 발사될 경우, 이는 곧장 미국의 탄도미사일 감시위성에 포착되어 미국의 북·미 방공통제소(NORAD)로 보고된다. 곧이어 해당 상공을 정찰중인 전투기가 접근하여 공대공(空對空)미사일로 미사일을 요격을 시도한다.

2) 이 공격이 실패할 경우, 바다로부터의 방어가 시작된다. 즉 해상에서 기동중인 이지스함이 스탠더드미사일을 발사요격한다.

       이지스 함 스탠다드 미사일 발사 장면

- Navy Area Defence (NAD) : 미국 해군의 이지스함에 탑재된 레이다 추적 시스템과 스탠다드 SM-Ⅱ 미사일을 기초로 한 무기 체계. 적의 단거리 및 중거리 미사일을 저고도에서 요격한다는 것.

- Navy Theater Wide (NTW) : 역시 미국 해군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미사일 요격 시스템. 위와 마찬가지로 이지스함에 탑재된 추적 시스템과 스탠다드 SM-Ⅲ 미사일을 이용하여 적의 중장거리 미사일을 대기권 밖에서 요격한다는 구상. 2008년부터 배치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기술적 장애에 부딪히고 있다.

3) 이것이 실패할 경우 고고도(高高度) 지대공미사일 타드(THAAD)가 요격을 시도한다.  

- Theater High Altitude Area Defence (THAAD) : 미 육군이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동시에 연구·개발에 들어갔었던 지대공미사일 체계.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같이 기동이 가능하며, 대기권 밖의 고고도에서 적의 중거리

미사일을 요격한다는 것. 미 국방부는 2012년까지 실전배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실험결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타드 미사일 발사체

     타드 미사일 발사 장면

 4) 마지막 상황에서 탄도미사일이 낙하하는 지역에 이미 배치되어 있는 패트리어트 미사일(PAC-3)이 요격을 시도한다.

     패트리어트 미사일 발사장면

     패트리어트 미사일 발사체

- PATRIOT ADVANCED CAPABILITY-3 (PAC-3) : 미국 육군이 현재 주도하고 있는 PAC-3 시스템은 미국이 개발 중에 있는 TMD 시스템들 중 비교적 가장 완성도가 높은 무기체계.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대기권 내 즉 상대적으로 저고도에서 적국의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 또는 비행기를 요격한다는 것. 그러나 최근의 요격 실험은 시스템의 신뢰성을 크게 손상시키고 있다. STOP, NMD·TMD!

■ TMD 구상의 문제점

TMD는 앞서 NMD와 함께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의 양대 축 중의 하나이다. 즉 동일하게 그 연원을 SDI 구상에 두고 있으며, 1980년대 미국과 일본이 SDI 기술을 공공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게 지금까지 그 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NMD 시스템 개발의 논리가 갖는 문제점들, 즉 미국의 '핵무기주의'(Nuclearism)의 심각한 폐해가 그대로 재연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사실들은 다시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TMD 시스템 개념도

(1) 방어용 무기라는 주장의 문제점

미사일에 의한 미사일 방어가 TMD의 대명사처럼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미 공군에게 TMD는 적극적인 공격작전을 의미한다. 미국 국방부는 자신의 1단계 선제공격이 우선적으로 성공했을 때 적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방어도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미공군의 교리에서는 이러한 공격작전의 성공을 위해, 제공권의 획득 및 유지 등의 제공작전이 우선적인 임무라고 명시하고 있다.

(2)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군비증강 요인

어떤 특정한 국가가 완벽한 방어체계를 갖추게 된다면, 그 국가는 핵무기를 이용한 선제공격의 유혹을 더욱 강렬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그 주변국가들은 방어망을 무너뜨리기 위한 신무기를 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력한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미 중국과 북한은 미국의 TMD 구상에 대해 격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또한 남한 및 대만에 TMD 관련 무기체계를 판매·이전하는 것은,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군사적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TMD 구상은 이미 군사적 파괴력의 밀도가 포화상태에 있는 동아시아를 더욱 위험한 지역으로 만들 뿐이다.

(3) 일본의 군사대국화 전략과의 조응

1980년대 이후, TMD를 매개로 미국과 일본간의 군사기술교류는 본격화되었다. 미국 군사기술의 이전은 일본의 군사기술을 분명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또한 일본의 TMD 참여는 일본의 평화헌법이 명시한 집단자위권의 금지, 전수방위원칙 등을 무너뜨리며, 또한 <우주의 평화이용에 관한 국회결의>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미 일본은 TMD 참여를 계기로 하여 독자적인 군사첩보위성 발사를 미국으로부터 용인받게 되었다.

또한 일본이 미국의 기술제공 요구에 응한다는 명분은 일본이 지금까지 금지되어왔던 군사기술 수출의 돌파구가 될 것이다. 즉 평화헌법 보다 미일방위협력지침이 우선한다는 이유만으로 무기금수원칙의 예외를 인정받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과 공동으로 생산한 무기가 미국으로 수출되거나 미국상표를 달고 다른 나라로 수출되면 일본의 무기금수원칙은 유명무실화된다.

3. 외국 자료 읽기

 (1)NMD와 핵 비무장화의 미래

왜 미국 정부의 NMD 배치 결정은 핵군축의 진정한 위기일 수밖에 없는가?

 Jonathan Dean, UCS(Union Of Concerned Sientisst) 국제안보문제 고문

많은 사람들은 NMD(National Missile Defence, 국가미사일방어체제)의 배치가 핵군축의 전망에 있어서 부정적인 영향를 미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훨씬 복잡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 NMD의 배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고 나면, 어떻게 우리는 그 대혼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지난 99년 1월 20일 윌리엄 코언 미 국방장관에 의해 발표된 클린턴 행정부의 새로운 계획에 따르면 미국정부는 2005년까지 NMD의 배치에 대한 준비를 진행해 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미국정부가 2000년 중반까지 두 곳의 기지에 "제한적인"(thin) 방어체제의 배치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게 되며, 따라서 이는 미국 정부가 러시아와 방공망 협정(ABM Treaty)에 대한 확장된 재협상을 해야만 하거나 혹은 협정으로부터 미국이 퇴각해야 함을 즉 협정을 파기해야 함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 NMD 배치를 결정함에 따라 얻게 되는 거의 불가피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즉 핵무기 비축량이 앞으로 다가오는 10년간 현재의 수준 어쩌면 그 이상의 수준에서 동결되며, 따라서 핵무기의 대폭적인 감축이 지연되고, 나아가 핵무기의 완전한 제거가 진지하게 논의될 수 있는 단계가 봉쇄된다.

NMD의 배치가 초래하게 될 이와 같은 높은 가능성은, 핵무기 감축에 대해 동의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그것에 대한 강력한 반대 행동에 동참해야함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 수 없다.

NMD와 핵무기 경쟁의 동인

미국정책의 이와 같은 변화에 직면하여, 결국 러시아는 과거 방공망협정 체결 당시의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방공망협정을 수정하는 데 동의할 수도 있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미국이 방공망협정을 수정하는 것에 대한 댓가로 러시아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약 2000개의 핵탄두의 비축량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미국의 암묵적인 동의를 요구할 가능성 역시 매우 높다. (지금까지 많은 러시아인들은 핵탄두를 1000개 이하의 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 2000개 수준의 핵탄두라면 미국의 "제한적인" 미사일 방어체제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러시아는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러시아는, 새로운 단탄두 미사일 "Topol M"을 만드는데 매우 큰 비용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2000개 수준의 핵탄두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핵 다탄두(MIRVs)를 계속 보유할 수 있기를 요구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러시아는, 새로운 세대의 다탄두 미사일 Topol M을 개발·배치하기 이전까지, 다탄두미사일 SS-19나 혹은 더욱 위험스러운 SS-18의 일부를 계속 보유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가 발생한다면, "STARTⅢ(전략무기감축협정)을 통해 미국-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는 전략미사일의 수를 몇 년 내에 약 1000개 수준으로 감축하고, 더욱 진전된 감축 협정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무기한 연기되고 만다. 또한 미사일 방어 계획에 거듭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했던 중국 역시도,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를 극복하고 전쟁억지력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핵무기 비축량을 증가시키는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중국은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는 MIRVs를 개발할지도 모른다.  

일단 미국에서 NMD가 배치된다면, 그것은 분명하게도 급속한 속도로 "전면적인"(heavy) NMD 체제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며, 그리고 그것에 대한 미국 내의 지속적인 정치적 압력이 발생할 것이다. 모든 외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해 완벽하게 효과적인 NMD 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핵무기 보유 국가들은 미국이 주장하는 매우 잘못된 분석을 좇아 미국이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변화들은 결국, NMD 체제라는 장애물로부터 벗어날 다른 방법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핵군축이 무기한 정체 상태로 고착될 것임을 의미하게 된다.

우리는 이와 같은 상황으로부터 벗어 날 수 있는가?

현재의 상황의 심각성을 평가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이 핵무기의 대폭적인 감축을 위한 협상으로 인도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계산해 보아야 한다.

그 한가지 쉬운 방법은 미국의 NMD의 배치가 완전히 이루어지기 전까지, 미국을 공격목표로 하는 "악당국가"의 미사일 공격의 위협을 크게 부풀리는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핵테러리즘" 행위와 같은 심각하고 우발적인 핵분쟁은 핵군축의 계기를 회복시킬 수도 있다. 또한 이와 같은 우발적인 변화들 이외에, 미국과 러시아에서 실질적으로 핵군축을 표방하는 정치적 리더가 부상하는 것도 남아 있는 가능성들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현재 그럴 가능성이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보다 현실적인 감각에서 본다면, 우리가 핵무기 감축쪽으로 전진하기 위해 할 일들은, 닉슨 미대통령이 방공망협정 조약을 체결했던 1972년 당시 미국 Unite States Grand Fork 기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제한적인' NMD를 철거하거나 또는 그것이 완성되기 전에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냉전이 최고조에 치닫던 과거, 미국과 러시아는 NMD 배치가 초래하는 공격 미사일의 증가배치를 결정하였다. 냉전이 해소되고 있는 현재, 이와 같은 주장은 힘을 잃고 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의 결정은 러시아의 최근 핵탄두 수준을 그대로 유지토록 만들고, 중국의 핵탄두를 일정 수준 증가시킬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미국 내의 핵무기의 수는 크게 증가할 것이며 따라서 미국 내의 반대 여론을 (전시戰時와 같이) 동원해내거나, 혹은 여론을 다른 일반적인 문제들에 완전히 묶어 놓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다. 여론의 일정한 분열들은, 앞으로 오랜 기간동안 핵무기 감축의 길이 봉쇄된다는 사실이 이해된다면 초기에 개입·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가장 중요하다. 이와 같이 새로운 상황, 특히 미사일 배치가 일단 이루어지고 난다면 그것을 되돌이킨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은, 핵무기의 제거를 지지하는 모든 단체들과 개인들이 NMD 배치 반대에 동참해야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미사일방어체제에 반대하는 논증들

다음은 네가지 주장들은 미사일 방어체제에 반대하는 주요한 논증들이다.

1. NMD는 비싼 고물덩어리이다; NMD 장비들은 테스트를 통해 이미 오래전 실패가 증명?瑛만? 그것은 아마도 실제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NMD에 대항하는 공격수단은 NMD가 상정하고 있는 임무를 더욱 어렵게 만들어 갈 것이다. 〔역주 : 99년 1월, 코언 장관은 미국이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에 투입할 예산 추가분에는 99년 회계연도에 의회가 승인한 NMD 배치 비용 8억 달러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로서 NMD에 투입되는 예산은 모두 105억 달러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2000년 회계연도에서 클린턴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국방 예산한은 85년 이후 15년만에 처음으로 대폭 실질 증액된 1조 7660억 달러 규모 수준인데, 여기에는 NMD 체제 구축이 그 이유중의 하나였다.〕

2. 이른바 "악당국가"들의 미사일 공격의 위협은 지금까지 크게 과장되어 왔다. 어쩌면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다는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과장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모든 부분들 중에서 지금까지 가장 과장되어진 것은 1∼2개의 북한 미사일 공격이 실제로 이루어질 때 발생할 수 있는 피해와 과거 냉전시기 러시와의 핵 대결 당시의 위험을 등가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여러 암시들이다.

냉전시기,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북반구의 모든 인구는 핵전쟁의 위기에 처해 있었으며,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핵겨울의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러나 북한의 1∼2개의 미사일에 대해서 말해 보자면, 그것은 목표물에 타격을 주기 어려운 조그마한 탄두를 운반할 수 있을 뿐이며, 최악의 경우 미사일이 실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단지 1∼2곳의 제한된 지역일 뿐이다. 그리하여 그 어떤 경우에도 미국은 매우 강력한 재래식 전력을 통해 보복하는 것이 완벽히 가능한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 정부가 "악당국가"들로부터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제한된' 위험에 대해 미국 여론에게 정확히 설명하도록 압력을 가해야만 한다.

3. 최근 미국의 군사전략을 살펴 볼 때, 미국은 세계적인 미사일의 확산과 미국에 대한 미사일 공격 가능성에 대해 소란스럽게 떠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스스로 미사일 특히 크루즈 미사일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필연적으로 미사일 생산 국가들로 구성되어 있는 MCTR(미사일통제기술체제)을 넘어서는 미사일 통제 수단들에 대한 책임을 지려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정부가 군사적 목적의 장거리탄도미사일의 생산, 보유, 배치 등을 제한하는 전세계적인 관리체제(regime)를 형성하기 위해 점차적으로 움직여 나가도록 압력을 가해야만 한다.

4. NMD 배치가 매우 위험한 것은 그것이 핵무기 경쟁을 강화하기 때문이므로, 그 위험을 줄이는 한가지 가능한 방법으로서 방공망협정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방공망협정은 미사일방어체제의 무제한적인 경쟁에 대해 최소한의 수준에서라도 제한을 가할 수 있다.

NMD와 핵군축이 양립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한 논박

이와 같은 논증의 다른 편에서, 어떤 사람들은 핵군축을 위한 가장 안전한 방법은 일단 미사일방어체제를 건설하고 그때 점진적으로 핵군축에 대해 합의해내어 '전쟁억지력'을 '방어'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역주 : 이러한 주장은 미사일방어체제를 합리화하는 논리들 중의 하나로서, 과거의 핵전쟁 전략이 '상호확증파괴' 전략에 기반해 전략핵무기에 의한 미-소간에 대량인명살상이 보증됨에 따라 핵전쟁의 발발을 억지할 수 있다는 발상이었다면, 오히려 미사일방어체제는 오직 상대방의 핵공격에 대한 방어만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훨씬 건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어체제는 비행기, 순항미사일, 지상로켓과 포병 또는 테러행위에 의한 공격을 막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종류의 군사 공격은 미국 정부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제3세계 적대국가들의 장거리미사일 공격보다는 오히려 더욱 그럴 듯 해보이며, 또는 무기들을 보유하기 위한 약소 국가들의 다른 동기들과 더욱 밀접한 연관관계를 갖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전쟁억지력을 방어로 대체하자"는 주장은 그 최초부터 무장 국가들간에 완전한 합의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한다. 게다가 그것은 아마도 방어체제에 기꺼이 경제적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모든 국가들이 배치가 가능하도록, 지구적이며 완벽하게 표준화된 구성요소로 이루어진 '지구미사일방어시스템'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렇지만 바로 이와 같은 상황이 가능해지더라도, 미국과 다른 부자 나라들은 잠재적인 군사적 우위를 추구하기 위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더욱 많은 미사일방어체제를 구입하려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쟁억지력을 방어로 대체하기 위해서라면, 인구와 면적에 합당한 공식에 기반해서 한 국가가 보유할 수 있는 미사일방어체제의 최다 수준에 대한 제한이 존재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들은 결코 쉬운 계획이 아니며, 이에 대해 우리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접근 방식들의 더욱 제한된 몇가지 변종들은, 미국의 NMD배치에 대한 러시아의 부정적인 반응을 감소시키려는 의도로 주장되는 것이며, 미사일방어체제를 변화시키려는 미국에 대해 러시아가 협력하고 합의해 줄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 98년 9월 미사일 발사 경보에 대해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 방식이 실질적인 방어체제의 생산에 대한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그처럼 제한된 합의를 넘어서야만 한다. 그와 같은 보증은, 요격기술에 대한 연구의 세부사항의 변화가 발생한다면, 의심 많은 러시아가가 그들의 공격용 미사일의 다량 보유 수준을 보유하는 것을 선호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

우리는 지금까지 NMD 계획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현재의 조건들, 그리고 그 현실적 어려움들을 간단히 검토하였다. 결론적으로 NMD에 대한 강력한 반대운동이 존재해야만 하며, 그것은 그것이 실제로 배치되기 이전에 벌여져야 한다는 사실은 이제 명백하다.

(2) 미사일 방어계획의 정당화 그리고 시장화

 William D. Hartung and Michelle Ciarroca 2000.5

 * 일부 발췌 글

최근의 몇몇 보고서들은 NMD의 기술적 문제를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의 독립실험평가국의 필립 코일의 최근 보고서와 레이건 행정부 시절 공군참모였던 래리 웰취가 주관한 미사일방어 전문가 특별토론회의 2개의 보고서 모두 NMD가 2005년까지 야심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였다. 특히 이들 보고서는 NMD 실험 계획이 (정치적)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요격시험이 교란 물체를 동반하는 불량국가의 실제 공격과 같은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비판한다.

이런 비판은 <우려하는 과학자협회>와 MIT 공대가 공동주최한 토론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특히 MIT 공대의 포스톨 교수는 NMD 요격발사체를 개발하는 TRW사에 근무한 적이 있는 슈왈츠의 증언을 바탕으로 이 문제를 분석하고 있다. 그에 따르며, 슈왈츠는 TRW사가 NMD 요격발사체가 교란물체와 공격탄두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은폐하도록 강요받았다는 것이다.

현재 NMD 플랜은 6백억 달러가 소요되는 두 단계의 배치를 상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과 그 대선 후보인 조지 부시(George W. Bush)가 주장하고 있는 3차원 ― 해상, 우주, 지상 발사 요격체 건설이라는 ― 미사일 방어망은 1200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살기좋은 세계를 위한 위원회>(the Council for a Livable World)는 평가하고 있으며,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참다운 "강력한" 방어체계의 구축에는 클린턴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예산의 네 배에 달하는 2400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NMD의 이런 기술적, 군사적 차원의 문제가 예산상의 문제와 함께 해결된다 하더라도, 러시아 중국 등과의 관계나 이들과 맺은 국제조약의 개정문제가 놓여있어 말그대로 산 넘어 산이다. NMD 배치 문제가 미국에 미치는 영향에 비해 이에 대한 논의는 그 정도로 진지하지 않은 것 같다. 이와 관련, 2000년 5월 19일 LA Times 기고에서 밥 드라진(Bob Drogin)과 타일러 마샬(Tyler Marshall)은 곧 공개될 국가정보평가에 "NMD 배치 결정이 이 구상 초기부터 나왔던 해결되지 않은 일련의 정치적, 군사적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소개하면서, 구체적으로 그것은 중국 인도 파키스탄의 전략/중거리 핵미사일의 개발과 이런 기술의 중동으로의 급속한 전파를 들었다. 이런 우려를 알고 있는 상원의 칼 레빈(Carl Levin) 의원은 "우리는 NMD 배치가 우리에게 더 큰 안전을 보장할 때까지 배치 결정을 유보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 고어진영은 이 문제를 성급히 결정하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외부의 국가안보상의 위협에 대한 현실적 평가에 기초하기 보다는, 정치적 압력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치적 압력에는 NMD 배치결정에 정치적, 경제적 이해를 갖고 있는 보수 정치세력과 민간연구단체, 그리고 NMD 연구개발에 참여하는 군수산업체가 주요 멤버이다.

2. NMD 배치를 위한 로비의 내막

NMD 배치에 가장 열성을 내고 있는 사람은 레이건정부때 국방성 관리를 지냈던 프랭크 개프니(Frank Gaffney)이다. 그는 현재 안보정책연구소(CSP)의 소장인데, 이 연구소는 약 200 건의 언론보도 자료와 중국, 북한 등 미국에 대한 위협을 강조하는 '국가안보 결정안'을 매년 발간하면서 NMD 배치를 지지하는 활동을 적극 벌이고 있다. 한 가지 아이러니칼한 점은 그가 국방성에 있을 때는 현재 그가 해체하려 하는 ABM 조약, 중거리탄도미사일(INF) 협정, 전략무기제한(START) 협정 등의 실행을 위해 일했다는 점이다.

현재 그는 이런 조약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왜냐하면 외부 국가들은 믿을 수 없으며 미국은 이들에 대한 압도적 우위를 추구하는데 유리하므로 일방적 접근이 유효하며, 나토 회원국들은 미국의 입장을 따르도록 "교육받아야 할" 나라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CSP는 중립적 민간단체를 표방하고 있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강경보수적인 정치인, 민간단체 연구진, 그리고 군수산업체 대표들을 결집시켜 NMD 지지를 정당화, 홍보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100 여명의 CSP 자문단에는 레이건정부 시절 스타워즈 계획에 참여했던 과학자들과 현재 NMD 연구개발에 참여하는 록히드마틴사의 간부, 아메리카 재단의 진 커크패트릭(Jeanne Kirkpatrick), 헤리티지재단 소장인 에드워드 풀너(Edward Feulner)도 그 멤버에 속한다. 또한 CSP는 다른 안보관계 민간연구소와 달리 연간 예산의 25%를 기업, 특히 군수산업체의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미사일계획 주 계약사인 보잉, 록히드 마틴, 레이티온, TRW 등과 같은 군수산업체는 1988년 이래 CSP에 2백만 달러 이상을 기부하였다. 이들 기업 간부들도 CSP 자문단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 자문단은 깅그리치 등 공화당 의원들에 의해 NMD 배치를 위한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CSP는 럼스펠드위원회와 협력하여 외부의 위협을 과장하는 호전적 내용과 부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인터넷을 통해 NMD 지지 홍보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그 사이트 이름- www.protectamericansnow.com -은 이들의 입장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의회 내에서는 럼스펠드 위원회가 이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여기서 제출된 보고서는 최악의 안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하여 NMD 배치의 긴급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렇게 작성된 보고서는 제3세계 국가들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및 탄도 미사일 개발을 불러올 수 있는 요인들과 같은 현실적 문제들은 도외시되고 있다. 이 위원회는 초당적 조직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위원 구성에 약간의 고려가 있은 것 같지만, 실상은 이와 거리가 멀다.

럼스펠드 위원회는 이같이 정부당국과 정보당국의 정보내용 및 평가를 바꾸어 군축전문가들이 다른 의견을 갖도록 유도하고, 이를 위해 외부의 위협을 과장한다. 한 예로, 이 위원회는 탄도미사일 개발 가능성이 있는 북한, 이라크와 같은 "악당국가들"의 정치적, 경제적, 기술적 장애들을 고려하지 않고, "중국이 북한에 미사일 기술이나 완성된 미사일을 이전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하고 묻는 것같이 최악의 상황을 가상하는 식이다.

특히 미사일 전문가로서 "실용적" 온건파로 분류되는 이 위원회의 위원장인 럼스펠드는 지난 88년 북한, 이라크 같은 "악당국가들"의 탄도미사일 보유 가능성에 대해, 이들 국가들이 보유 결정을 하면 5년내로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은 당시 정보당국의 평가(10-15년)보다 빠른 것이었다. 공화당의 보수강경인사의 대표격인 깅그리치 의원이 이 주장과 당사자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욕구를 가진 것은 무리가 아니다. 럼스펠드는 자기 이름을 딴 위원회를 공화당의 정치적 방향에 맞게 잘 운영한 공로를 인정받아 "외교정책 현인(賢人)" 그룹의 한 사람이 되었다. 여기에는 George Shultz, Henry Kissinger, Brent Scowcroft, Colin Powell 등 유명인사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은 부시 후보의 외교안보정책을 자문할 예정이다.

다시 생각하는 NMD: 신조인가 정치적 구실인가?

 NMD는 레이건정부 당시에는 공화당과 민주당간에 분명한 입장 차이를 보였지만, 현 클린턴정부 하에서는 수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거기에는 이 구상 자체에 대한 의견 접근보다는 정치적 이유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태에서 민주당은 자신들이 국가안보에 대해 분명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공화당의 정치적 공격에 노출되어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공화당은 정치 공세와 여론 몰이를 위해 이 문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미사일방어문제 전문가인 미 과학자협회의 죤 파이크(John Pike)는 "NMD는 미국을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보다는 고어를 부시로부터 방어하는데 더 관련되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럼스펠드 위원회가 NMD 배치를 노골적으로 정책제안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위원회 보고서의 공개가 보수정치인들이 군축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한 예로, 지난 98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시험과 중국의 핵기술 절취 사건이 동시에 발생하자 CSP 자문단의 일원인 공화당 소속 크리스토퍼 콕스(Christopher Cox) 의원은 이 문제와 관련한 청문회를 주도하였다. 이어 상하 양원은 NMD가 "기술적으로 실행 가능하다면 빨리" 배치할 것을 대통령에게 촉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도 NMD 배치 자체를 반대하기 어려운 입장이었기 때문에 이 법안 내용 중 두 가지를 수정하면서 동의하였던 것이다.

그 두 가지 내용은 러시아와의 핵 감축 노력을 지속한다는 점과 NMD 관련 예산은 1년 단위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NMD에 회의적인 사람들로 하여금 이 두 가지 점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NMD 배치를 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하는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점이 NMD 배치를 대체로 지지하는 현재의 정치적 분위기를 역전시킬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법안의 통과로 이제 NMD 문제는 배치 여부에 관한 논란에서 배치 시기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는 듯 하다.

공화당 의원들이 NMD 배치에 자신감을 갖게 된 하나의 계기는 공화당이 작년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CTBT) 인준을 부결시킨 사건이었다. 이를 주도했던 CSP 자문단의 일원인 공화당 존 카일(Jon Kyl) 의원은 이 사건 이후 CSP가 조직한 올해 2월의 한 모임에서 "종이를 통한 평화보다는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할 것임을 재차 강조하였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NMD 배치에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하더라도, 양당간의 입장 차이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 동시에 지적되어야 한다. 공화당은 클린턴 행정부가 추진하는 NMD 구상이 지상발사로 제한되어 있다고 비판한다. 지난 4월 17일 대통령에게 보낸 공화당 의원 25명 명의의 서한에는 "클린턴정부의 NMD 접근은 다른 필요한 미사일 방어 기술- 가령, 우주에서의 감지장치, 충분한 수의 지상 레이더, 그리고 해상체계와 공중레이더와 같은 추가적인 요격기지 등 -의 도입을 할 수 없게 만든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서한은 따라서 클린턴정부가 "현재의 NMD 정책과 군축을 재고하고 우리(공화당)와 협의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서한에 서명한 의원들은 군수업체들로부터 선거자금을 지원받은 자들이며, 최근 선거에서 보잉, 록히드 마틴, 레이티온 등의 군수업체로부터 200만 달러 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4. 과장된 미사일 방어 비용

NMD 시스템의 배후에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퇴임사에서 경고했던 군산복합체 즉, 방위산업체의 엄청난 영향력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무기관련 로비를 부추기는 주요 요소는 당연히, 이윤이다. 현재 무기산업의 4대 계약업체인 보잉, 록히드 마틴, 레이시온, TRW는 1998년과 99년 3/4분기에만 미사일 방위 연구개발 펀드로 2억 2천만불을 지원받았으며, 또한 국방부 보급 및 연구개발관련 계약의 4분의 1이상, 총액으로는 3억 2천만불 이상을 차지했다.

매파인 깅그리치를 중심으로 한 공화당이 방위전략에 있어서 민주당과 차이를 보이는 점은 다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최대한 빨리 강력한 미사일 방위체제를 배치하려고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매년 국방성이 요청하는 수억불의 예산 증가요구를 기꺼이 들어줄 용의가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방위산업체들의 우선순위 로비 리스트에서 미사일 방위체제가 아주 긴급하거나 주요한 프로젝트는 아닌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사일 방위체제는 중장기적인 수입 면에서 비추어 볼 때, 메이저 3개 회사(록히드마틴, 보잉, 레이시온)들에게 있어서 향후 10년 이상의 안정적 재정상태를 보장해 주는 확실한 이슈이다. 실제로 90년대 초중반에 걸쳐 클린턴 행정부의 지지아래 시행된 군산업체들 간의 인수, 합병 붐으로도 재정 문제를 단기간 이상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NMD 시스템 배치의 필요성을 더욱 커진다.

NMD 추진을 위한 기만

 현재 제안된 NMD시스템은 레이건 시절의 스타워즈 프로젝트와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몇 가지만 들어보면, 엄청난 규모의 세금이 낭비된다는 것,  비용초과 투성이라는 것, 기술적 결함, 마지막으로는 계약사업자 쪽에서의 노골적인 테스트결과 조작이다.

최근 소식에 따르면 TRW가 NMD시스템 개발의 핵심 구성요소들의 테스트 및 평가결과를 거짓으로 보고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뉴욕타임즈 3월 7일자 보도에서 전 TRW 엔지니어였던 Nira Schwatz 박사는 방공요격기 테스트가 매번 실패했음에도, TRW는 제대로 시행되는 것처럼 발표했다는 것이다.

또한 요격기가 적의 탄두를 다른 유인물과 구별하여 격추할 수 있는 지 여부를 알아보는 테스트에서도 겨우 5-15%의 성공률을 기록했다고 박사는 밝혔다. 결국 현재의 기술수준이 결코 신뢰할 만한 정도가 아님에도, 무리한 예산과 자원을 들여 NMD시스템 배치에 착수하고 있다는 것은 국방성과 군비 산업체 사이의 결탁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추가 실험을 시행한 MIT의 무기 과학자 포스톨은 이전 테스트 결과가 부풀려졌을 뿐 아니라, 요격기가 탄두와 유인물을 기본적으로 구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최근에 발표된 Coyle 보고서와 1999년 11월에 발표된 Welch 보고서에서 밝혀진 NMD 시스템의 기술수준에 대한 매우 비판적인 발견사항들을 고려해 볼 ??, 현재 공화당 매파들이 주장하고 있는 획기적 기술 발전은 그대로 받아들일 만한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코일 보고서는 상세하게 현재의 기술수준이 실제로 운용할 만한 수준이 되기에는 상당한 한계가 있으며, NMD시스템 배치를 위한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국방부의 배치준비상태 평가가 불완전한 요소들의 소수의 테스트에 기반했을 뿐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복잡하게 거미줄처럼 엉킨 무기계약업자와, 보수주의적인 석학, 의회의 친 NMD 의원들의 연결망은 현재 NMD배치를 국가의 정치적 의제의 최정상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누구를 통제하고 있는가?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레이건 시절의 스타워즈 프로젝트와 유사한 결함들이 현 NMD 시스템에 내재해 있다. NMD시스템의 배치 결정이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프랑스, 영국, 남아공 등 여러 국가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기도 하다. 이런 모든 악조건에 전혀 굴하지 않고 미 의회는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위협을 대비한 제한된 미사일 방위체제를 배치하기 위해서 러시아와의 무기감축 협약을 저버리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NMD체제의 주요 기동력이 된 북한의 위협의 경우에 있어서도, 효율적으로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저지할 수 있는 협상에서 먼저 손을 뗀 것은 미국이며, 북-미 협상에서 규정한 경제적 원조를 미루고 있었던 것도 클린턴 행정부와 의회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곧, 북한 미사일이라는 위협은 미국의 협조적인 협상자세와 NMD시스템 배치에 들어가는 비용의 아주 작은 부분을 북에 투자하는 것으로도 사라질 수 있는 것이기 ??문이다.

덧붙여, 미 정보부 고위 관리인 Drogin과 Marchall은 LA Times와의 5월 19일자 인터뷰에서 북한이나 이란 어느 나라도 현재 최근 2년간 미사일 기술에 있어 획기적인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악당국가라는 낙인만으로 아직 사실로 정당화되지 않은 방위상황에 대항한 NMD시스템의 배치계획이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


출처 : 사회진보연대 한반도 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