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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5월 16일

 

 1999년 3월 알바레즈씨는 필리핀에서 산업기술연수생으로 한국에 왔습니다. 그는 그후 2년간 하루 11시간을 경기도 양주의 한 섬유공장에서 일해왔습니다. 70만원 월급에서 회사측에서 매달 떼어가는 15만원의 적립금을 꼬박꼬박 감내해오면서, 그는 같은 공장에서 2년을 버티고, 이후 연수취업생 신분이 될 수 있는 국가시험을 치른 후 3년째 또다시 같은 공장에서 일해왔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필리핀으로부터 아버지가 편찮으시다는 소식이 와 그는 급히 고국으로 돌아가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가 일하던 공장에 그만두겠다고, 그동안 모아놓은 적립금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공장, 회사측은 그의 임금에서 떼어내어 왔던 그간의 적립금을 지불하기를 거부했고, 실랑이 끝에 그에게 건네진 통장에는 단 1원도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현재 그는 고국에 돌아가지 못한 채 단지 공장을 이탈했다는 이유로 불법체류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에 현재 그는 서울경인지역 평등노동조합에 가입한 상태이며, 평등노조는 체불임금과 강제저축금지조항을 근거로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그가 일하던 회사를 고발하고, 회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계획입니다.

 알바레즈씨 같은 경우는 연수취업제도하에서 모범적으로 일해온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11시간이나 되는 장시간 노동을 2년동안이나, 한 공장에서 견디어 냈고, 이후 명목상 한국에서의 자유로운 취업을 보장하는 국가시험을 통과해, 1년간의 합법적 노동체류비자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합법적'인 틀안에서 3년 가까이 노동을 해 온 그에게는 최소한의 노동권이나, 사업장이동의 자유가 1년의 연수취업생 기간에조차 전혀 보장되지 않았으며, 매달 강제로 적립금이라는 명목하에 임금의 1/4에 달하는 액수가 제해지는 횡포를 당했왔습니다. 더구나 이 강제적립금은 그가 명백한 사유를 대고 퇴사의 의사를 밝혔을 때에도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한국정부가 채택하고 있는 연수취업제도의 기만성을 여실히 드러내 줍니다. '연수취업제도'는 2년 연수후 1년 자유취업이라는 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연수'라는 말이 우스울 정도로 실질적인 측면에서의 연수는 전혀 시행되지 않고 있으며, 다만 2년동안 입국즉시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세워져 저임금에 11시간 노동이라는 비인간적인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 2년간의 생활을 '합법적'으로 마치고, 명목상으로 사업장이동의 자유와 노동3권을 보장해준다는 소정의 국가시험을 통과했을 때조차 또다시 똑같은 회사의 똑같은 노동조건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 맞부딪히게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어 있는 강제저축금지조항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산업기술연수생들은 임금의 1/4이상의 금액을 강제로 적립하도록 강요받고 있으며, 이러한 강제적립금은 사업장을 이동할 경우 당연히 지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업장이동은 곧 불법체류자 신분을 의미하기에 이러한 맹점을 이용하여 적립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고 있는 횡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노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사업장을 이탈하면 곧 불법체류라는 신분을 강제당하는 데다가, 극도의 저임금에 더해 이로부터 강제적으로 적립금까지 제하는 한국사회에서의 '합법적' 이주노동은 과연 '합법적'이라고 칭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강한 의문이 드는 시점입니다. 이상 쟁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