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생명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대부분의 인기 있는 SF 소설과 TV 쇼는 인간과 비슷한 존재가 다른 행성에서 살고 있을 수 있다고 묘사한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이 외계 생명체를 탐색할 때 주로 찾는 것은 박테리아나 다른 미세한 유기체에서 나오는 방출 신호다.
《천체물리학 저널》(Astrophysical Journal)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 논문에서, 케임브리지 대학의 과학자들이 지구에서 124광년 떨어진 K2-18b라는 행성에서 이러한 유형의 방출 신호를 99.7%의 확률로 탐지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NASA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활용해 이 행성의 대기 화학 조성을 분석했고, K2-18b가 생명체를 유지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유망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는 흥미로운 돌파구지만,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확정 짓지는 않는다.
이제 과학자들이 이 논문을 외계 생명체의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자.
출처: Darryl Fonseka, Shutterstock
외계 생명체를 탐지하기 어려운 이유
외계 행성(exoplanet) 탐사는 발견되는 행성의 수가 워낙 방대해 대중의 관심에서 금세 멀어졌다. 태양과 유사한 별을 도는 첫 번째 확실한 외계 행성은 1995년에 방사 속도(radial velocity) 기법으로 발견됐다. 이 방법에서는 행성을 직접 관측하지 않고, 행성이 가까운 별에 미치는 영향을 관측한다. 별이 앞뒤로 미세하게 흔들리면, 이에 따라 별에서 방출되는 빛의 파장에 아주 미세한 변화가 생기는데, 이를 측정할 수 있다. 현재까지 약 7,500개의 외계 행성이 발견됐다.
이 중 실제로 직접 관측된 행성은 43개에 불과하며, 전체의 약 0.5% 수준이다. 대부분의 외계 행성은 방사 속도나 통과(transit) 방법과 같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발견된다. 통과 방법은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가면서 별빛의 밝기를 얼마나 감소시키는지를 관찰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행성이 별빛의 아주 일부분을 가리게 된다.
외계 행성의 대기
외계 행성의 대기를 관측하는 일은 훨씬 더 어렵다. 과학자들은 분광학(spectroscopy)을 이용해 이를 수행한다. 항성에서 방출되는 빛은 직접 관측할 수 있으며, 이 빛의 일부는 행성의 대기를 통과하기도 한다. 연구자들은 항성의 빛 중 어떤 파장이 대기에서 흡수되거나 방출되는지를 분석함으로써, 외계 행성 대기의 구성 성분을 추정한다.
비유를 통해 설명해 보자. 긴 테이블의 한쪽 끝에 책상용 스탠드를 두고, 다른 쪽 끝에 서서 그 스탠드를 바라보고 있다고 해 보자. 그 사이에는 액체가 담긴 유리잔이 있다.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유리잔이 외계 행성과 그 대기를 상징하며, 유리잔이 약간 푸르게 보여서 그것이 물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실제 상황은 훨씬 복잡하다. 유리잔이 아니라 아주 작은 유리 구슬이고, 그것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누군가는 스탠드의 조광 스위치를 계속 조작하고 있다. 그 와중에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로 테이블 위에 옅은 안개까지 낀다. 유리잔 안의 액체는 99%가 순수한 물이고, 1%는 미네랄 워터인데, 과학자는 그 1%의 미네랄이 무엇인지 알아내려는 것이다.
이 작업에 요구되는 전문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연구팀은 특정 분자를 99.7%의 신뢰도로 관측했으며, 이는 놀라운 성과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과 K2-18b에서 얻은 데이터
이번 연구의 핵심 데이터는 특정 분자가 얼마나 풍부하게 존재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광 흡수율을 다양한 분자에 맞춰 그래프로 도식화한 것이다. 이 발견을 다룬 짧은 영상에서도 해당 그래프가 등장한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태양계 밖 생물학적 활동 가능성의 단서 포착
논문 저자들이 제시한 그래프에는 디메틸설파이드(dimethyl sulphide, DMS)와 디메틸디설파이드(dimethyl disulphide)의 존재를 시사하는 증거가 포함되어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DMS를 생체 지시분자(biomarker), 즉 지구 생명체 존재의 분자적 지표로 간주한다. 그러나 DMS는 박테리아에 의해 생성되는 것뿐만 아니라, 혜성 67P와 항성 사이 공간인 성간 물질(interstellar medium)의 가스와 먼지 속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또한 자외선(UV) 빛을 모의 대기에 조사하는 실험을 통해서도 생성될 수 있다. 논문 저자들은 이러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자신들이 측정한 DMS의 양은 이러한 조건들로는 생성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생명체 존재 주장과 비슷한가?
다수의 연구에서 K2-18b에서 디메틸설파이드(DMS)와 일반적인 생명 활동의 징후가 발견됐으며, 다른 외계 행성에 대해서도 이와 유사한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가장 최근 사례는 금성 대기에서 인(phosphine, 또 다른 생체 지시분자)이 발견되었다는 주장이다. 이 발견을 근거로 금성 구름 속에 박테리아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 주장은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곧바로 반박됐다. 과학자들은 데이터 정합 과정에서 발생한 미세한 오류가 실제보다 과도하게 많은 인을 나타내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케임브리지 대학의 연구는 훨씬 더 엄밀하게 수행되었고, 결과에 대한 신뢰도도 더 높았다. 그런데도 이 연구는 학계를 설득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학계는 99.999% 수준의 신뢰도를 요구한다.
논문 저자들은 자신들의 결과가 액체 상태의 바다와 수소 기반 대기의 존재를 시사한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연구자들은 K2-18b가 가스 행성이거나 마그마로 가득 찬 화산 행성일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케임브리지 연구는 생명체의 존재를 입증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행성들이 어떤 특성을 가질 수 있는지를 규명하고, 인류가 우주에서 고립된 존재인지 여부를 밝히기 위한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 이 연구는 지금까지 발표된 관련 연구 중 가장 우수한 결과를 제시했으며, 다른 과학자들에게도 이 도전에 동참할 동기를 부여할 것이다.
[출처] Indicators of alien life may have been found – astrophysicist explains what the new research means
[번역] 하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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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위테커(Ian Whittaker)sms 노팅엄 트렌트 대학교 물리학과 선임 강사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