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와 자본의 제약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대부분의 관세를 잠정 중단했을 때미국은 마르크스주의 국가 이론의 기초를 직접 체험했다국가가 이윤을 위협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자본주의적 이해관계에 국가를 다시 정렬시키는 조정 메커니즘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2025년 4월 15워싱턴 D.C. 백악관에서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출처: Win McNamee, Getty Images.

2025년 4월 2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조항에 따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IEEPA는 미국 외부에서 유래한 이례적이고 예외적인 국가 안보외교 정책또는 경제 위협에 대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한다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이례적이고 예외적인 위협은 바로 대규모이고 지속적인 미국의 무역 적자였다. 2024년 기준 미국의 재화 및 서비스 무역 적자는 9,184억 달러에 달했다트럼프는 다른 나라들이 국제 무역에서 속임수를 쓰고 있으며미국을 눈 뜨고 코 베이게 했다고 주장했다그가 지적한 글로벌 무역 체제는 본래 미국의 정치적 주도권과 경제적 헤게모니 아래 구축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국가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거의 전 세계 모든 국가에 기본 10% 수입 관세를 부과했다가장 높은 수준의 관세는 아시아 국가들에 집중되었다중국에는 54%, 베트남 45%, 라오스 48%, 스리랑카 44%, 방글라데시 37%, 캄보디아 49%, 태국 36%에 달하는 관세가 부과되었다유럽연합에는 일괄적으로 20% 관세를 부과했고멕시코와 캐나다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구 NAFTA)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자동차 및 부품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각각 25% 관세를 부과받았다.

트럼프의 야심 찬 목표는, 1948년 23개국이 참여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으로 시작되어 1995년 166개국이 참여한 세계무역기구(WTO) 설립으로 정점을 찍은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이 체계적으로 자유화(그리고 미국화)해 온 글로벌 경제·무역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세계 자본주의 체제는 미국 자본에 가장 큰 이익을그리고 다른 서방 자본주의 강대국들에는 그보다 다소 적은 이익을 주기 위해 설계되었다그렇다면 트럼프의 주장처럼 미국이 수십 년간 착취를 당해왔다면마르크스주의 국가 이론가는 어떻게 자본가 계급의 이해를 대변해야 하는 자본주의 국가가 그렇게 오랜 시간 그 계급의 이익을 외면할 수 있었는지 설명하기 어려워진다물론 국가 엘리트들이 자주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그들은 전지전능하지 않다그러나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오래전부터 지적해온 바와 같이국가가 지배적인 자본 계급의 정책 한계를 넘어서면 자동으로 작동해 국가를 통제하는 구조적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이러한 구조적 메커니즘은 보통 노동계사회민주주의 정부좌파 포퓰리즘 정부를 통제하기 위해 작동한다그렇기 때문에트럼프의 관세 발표 직후 바로 이 메커니즘이 작동한 장면은 매우 흥미로웠다.

실제로마르크스주의 국가 이론에 따르면 트럼프가 자본 계급의 이해와 필요를 잘못 계산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글로벌 금융 자본의 지배 세력이 트럼프의 무역 정책에 반발하자트럼프는 대부분의 관세에 대해 90일 유예 조치를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4월 22일 화요일그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현재 145%까지 부과된 관세를 '상당히 인하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한 걸음 더 물러섰다금융 시장의 지속적인 변동성은 트럼프가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제롬 파월(Jerome Powell)을 해임하겠다는 위협을 철회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다시 말해마르크스주의자들이 예상한 대로 자본주의 구조의 제약 메커니즘이 정확히 작동했다는 것이다.

2025년 5월 9미국-영국역사적인 무역 협정 체결미국 수출에 5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기회 창출출처백악관 페이스북

자본주의 국가에 작용하는 구조적 제약

마르크스주의 국가 이론가들은자본주의 국가가 지배적인 자본 계급—오늘날에는 글로벌 금융 자본—에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정책을 채택하려 할 때마다 작동하는 세 가지 주요 제약 메커니즘을 지목했다.

첫째국가는 민간 부문에 세금을 부과하여 수입을 얻는 데 재정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미국에서는 소득세법인세급여세가 가장 큰 세수원이다경제가 둔화하거나 침체에 빠지면이윤 감소임금 정체실업 증가로 인해 국가는 필요한 세수를 확보하지 못해 운영비 충당이나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워진다.

둘째모든 현대 자본주의 국가는 세수와 지출 간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 단기 차입에 의존하고 있으며장기 적자 재정 운영은 공공 재정의 일상적인 일부가 되었다일반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로 측정되는 자본주의 국가의 국가 부채는 점점 커지고 있으며이는 국가와 자본을 묶는 '황금 사슬'을 형성했다오늘날 어떤 정부도 장기 국채와 기타 국채 증권을 정기적으로 발행하지 않고는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이들 국채는 주로 주요 투자은행과 대형 금융기관들이 인수하고 매입한다.

미국 국채나 기타 재무 증권은 일반적으로 안전한 저위험 자산으로 간주하며이는 미국 정부의 막대한 세금 징수 능력과 무디스(Moody’s)의 AAA 신용등급 덕분이다그러나 오늘날의 금융화(financialization) 및 은행 규제 완화 시대에는대형 금융 기관들이 단순히 정부 증권을 사고팔거나 보유하는 것을 넘어서헤지펀드를 통해 매우 복잡하고 위험한 거래를 수행하고 있다헤지펀드는 국채 현물 가격과 그에 연계된 선물 계약 가격 간의 미세한 차이를 이용해 막대한 금액을 차입하여 소액의 수익을 대량으로 실현하려고 한다이러한 거래는 국채 가격과 달러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전제에 기반하고 있다.

만약 국채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자금을 대출한 은행은 헤지펀드 투자자에게 증거금(margin call)을 요구하게 되며이는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추가 현금을 의미한다최악의 경우, 1929년과 같이 증거금 요구는 매도를 유발하고이는 국채 가격을 더 떨어뜨리며다시 추가 증거금을 불러오는 악순환을 일으킨다이른바 파멸 루프(doom loop)”는 금융 위기와 자본 시장의 유동성 위기를 촉발한다. 2008~2010년 세계 금융 위기 당시 바로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다.

게다가 미국 국채와 기타 증권의 가치가 하락하면 금리가 상승하므로증권 시장의 심각한 불안정은 미국 정부의 재정 안정성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정부는 국채를 매입할 투자자를 찾기 어려워질 수 있으며찾는다 해도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해야 하므로 이자 비용이 연방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증가하게 된다.

이론을 구체화하면 다음과 같다금리가 조금만 상승해도 미국 납세자가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은 수천억 달러 증가할 수 있다. 2024년 미국의 총 연방 지출은 6.75조 달러였으며그중 8,920억 달러(13.2%)는 기존 국가 부채에 대한 이자 비용이었다. 2024년 미국 정부는 약 2.0조 달러를 차입했으며그 대부분은 1.8조 달러의 예산 적자를 메우는 데 사용되었다이는 연방 지출의 약 27%가 차입금이라는 의미다.

신용 경색(credit crunch)은 미국 정부의 기능을 거의 마비시키고국채 상환 불이행(default)이나 신용등급 하락혹은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원안으로 제안한 바 있는 연방 지출 대규모 삭감안과 맞먹는 파국적인 예산 삭감을 초래할 수 있다실제로, 2025년 3월 25트럼프의 공식 관세 발표 일주일 전무디스는 이미 "고율 관세 지속이 신용도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경고를 발표했다.

현재 미국의 국가 부채는 35.5조 달러이며이는 GDP 대비 123%에 해당한다이는 과거 미국 대통령이나 재무장관들이 개발도상국 혹은 그리스이탈리아 같은 비교적 가난한 나토 동맹국들을 비난할 때 언급했던 수준과 유사하다주목할 점은미국 국채의 약 30%가 외국 투자자들특히 외국 정부에 의해 보유되고 있다는 점이다이는 미국 정부가 외국 투자자의 신뢰와 선의에 매우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일본과 중국이 현재 미국 국채의 가장 큰 보유국이다.

셋째자본주의 국가는 세수와 차입에 있어 기업과 투자자의 신뢰에 의존하지만미국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시민의 신뢰즉 정치적 정당성에도 의존해야 한다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국가의 정치적 정당성즉 정권에 대한 지지는 대부분 국가의 경제 실적에 따라 결정된다시민들은 자신의 경제적 성공 혹은 실패를 국가와 그 정책에 책임지우며정치인들은 실제로 투자와 고용을 결정하는 주체가 자본가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러한 믿음을 부추긴다.

따라서 경제가 침체하면 시민들의 정부에 대한 지지가 감소한다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여당이 다음 선거에서 경제 실적 탓에 퇴출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역설적으로이러한 정권 교체의 용이함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비민주주의 국가보다 투자자 신뢰 하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블라디미르 레닌(Vladimir Lenin)은 이런 이유로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자본주의에 가장 적합한 외피"라고 불렀다.

세 가지 구조적 메커니즘—재정 의존성신용 의존성정치적 정당성—의 작동 핵심은 다음과 같다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생산 수단의 소유가 대부분 공공이 아니라 민간에 있다는 점이다국가는 민간 경제에 의존해 세수를 얻고 시민들은 국가가 경제 성과에 책임이 있다고 여기지만실제로 투자고용 창출임금 결정은 모두 민간 자본가들이 내린다그리고 자본가들은 물리적·법적으로 자본이 안전하며 합리적 이익이 보장된다고 믿기 전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

그래서 국가는 민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우호적인 기업 환경(favorable business climate)’을 조성해야 하고지속적 성장을 위해 장기적으로 그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만약 국가 정책이 기업 신뢰를 해친다면자본가들은 해당 국가에 투자하지 않거나정치·경제적으로 더 안정적이라 여기는 곳으로 자본을 이전시킬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자유 시장은 불리한 국가 정책에 대한 처벌을 자동으로 유도한다이는 투자 감소실업 증가세수 감소신용등급 하락금리 상승장기적 생활 수준 저하의 형태로 나타난다그리고 자본주의 국가는 경기 침체 시 적자 재정에 더 의존하기 때문에투자자들이 공공 부채를 기피하면 조세 및 지출 정책이 더욱 제약받는다중요한 점은이와 같은 징벌은 자본가들 간의 사전 조정 없이도 자발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왜냐하면 각 투자자와 자산 소유자들이 해당 국가가 더 이상 수익성 있고 안정적인 투자 환경이 아니라고 판단하면투자 철회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2025년 4월 2일, “미국 해방의 날!”. 출처백악관 페이스북

2025년 4월 2일에 무슨 일이 있었나?

자본주의 국가에 징계와 처벌을 가하는 이 세 가지 구조적 메커니즘의 공통 요소는자본 계급의 핵심 세력에 의한 투자 철회 위협이다실제로 이러한 모든 메커니즘은 트럼프의 관세 발표 직후 바로 작동했으며단 일주일 만에 그 효과가 너무나도 극적이어서트럼프는 대부분의 보복 관세에 대해 90일 유예 조치를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첫째트럼프의 관세 발표 이후 단 이틀 만에 미국 주식 시장에서 6조 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부정적 반응은 발표 직후 몇 초 안에 시작되었다그다음 날에는 아시아와 유럽의 주식 시장도 동일한 충격을 받았다억만장자들은 순자산이 몇 시간 만에 수십억 달러씩 줄어드는 것을 지켜봤고은퇴자들과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초라한 은퇴 기금이 순식간에 붕괴하는 것을 목격했다돈이 허공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둘째자산 기준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는 6개월 내 경기 침체 가능성을 60%로 상향 조정했고, CEO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은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Fox Business Network)에 출연해 트럼프 관세로 인해 경기 침체가 가장 유력한 결과라고 말했다국제통화기금(IMF)도 트럼프의 무역 전쟁이 세계 금융 붕괴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트럼프를 지지하던 억만장자들과 헤지펀드 매니저들도 관세 문제를 계기로 공개적으로 등을 돌렸다. ‘퍼스트 버디’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트럼프에게 관세 정책을 축소하거나 철회하라고 여러 차례 직접 요청했으며전 세계적으로 0% 관세를 주장했다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이자 퍼싱 스퀘어 캐피털(Pershing Square Capital) CEO인 빌 애크먼(Bill Ackman)은 트럼프의 관세가 세계 경제를 심각하게 교란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의 억만장자 최고투자책임자(CIO)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NBC의 미트 더 프레스(Meet the Press)에 출연해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그보다 더 나쁜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달리오는 금융 자본가들에게 있어 돈의 가치특히 미국 달러의 가치가 유일한 자산이므로그 가치 하락은 곧 손실이라고 말했다.

셋째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예상은 유가 하락을 가속했으며이는 트럼프의 포퓰리즘 경제 정책의 의도된 일부였다하지만 댈러스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Dallas)이 발표한 분기별 베이지북에서는 석유 산업이 배럴당 60달러 이하의 유가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4월 8일 기준 유가는 배럴당 57.61달러였고이에 따라 시추 장비 중단해고미래 석유 탐사 및 생산 투자 축소 등 자본 철수 형태의 대응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한 익명의 석유 업계 경영진은 댈러스 연준에 배럴당 50달러 유가로는 드릴베이비드릴이 통하지 않는다시추 장비는 철거되고석유 산업의 고용은 줄며미국의 석유 생산은 코로나 시기처럼 감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넷째예일대학교 예산연구소(Budget Lab at Yale)는 미국의 경제 실적에 대한 최신 모델 예측을 발표했으며이에 따르면 관세로 인해 2025년 미국의 실질 GDP 성장률이 기존 예상보다 0.9%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또한이후 몇 년간 성장률은 기존보다 0.4~0.6% 낮을 것이라고 보았다같은 모델은 트럼프의 관세가 미국 물가에 2.3%의 추가 인플레이션 효과를 미쳐평균 가계당 구매력 3,800달러 감소를 초래할 것으로 분석했다이 보고서는 또한 관세가 누진세가 아닌 역진세(regressive tax)노동자 계층과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예일 모델은 단지 시민들이 이미 체감하고 있던 바를 수치로 확인시켜주었을 뿐이었다이는 미시간대학교 소비자심리지수(Michigan Consumer Sentiment Index, CSI)를 통해 입증되었다. CSI는 50.8까지 떨어졌는데이는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 시작을 의미하는 기준선인 60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1년 후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소비자 기대치는 6.7%까지 치솟았으며이는 1981년 스태그플레이션 마지막 해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2025년 4월 13일 CBS 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트럼프의 관세 발표 이후 지지율이 하락했고전체 지지율은 2월 53%에서 4월 47%로 감소했다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는 44%, 관세 정책에 대한 지지는 37%에 그쳤다이에 따라 공화당의 중진 상원의원들이 트럼프에게 관세 정책 후퇴를 요구하는 전화를 쏟아냈고, 2026년 중간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냈다정권의 정치적 정당성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국채 시장의 혼란

그러나 대부분의 관측통은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무너뜨린 결정적 계기는 미국 국채 시장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이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29조 달러 규모의 미 재무부 국채 시장은 트럼프의 관세 발표 직후 즉시 매도세가 시작되었고이 급격한 매도가 트럼프가 90일 간의 관세 유예를 선언하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1945년 브레튼우즈 체제(Bretton Woods Agreement) 이후미국 달러는 세계 기축통화의 지위를 얻게 되었다미국 달러는 전 세계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으며대부분의 국제 거래에 선호되는 결제 통화다달러를 축적하는 한 가지 방법은 미국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다관세 발표 직후미국 달러와 국채가 대규모로 매도되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이는 보통 경제 불확실성과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클 때 안전 자산(safe haven)으로 인식되는 국채의 전형적인 움직임과 정반대였다국채 가격은 상승하고 금리는 하락해야 했지만미국 채권 시장은 비정상적으로 작동했다. 3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4.4%에서 5%로 급등했다.

마찬가지로, 4월 10일까지,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0년 만에 가장 큰 주간 상승폭을 기록했으며거래량도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주택담보대출(mortgages) 금리와 직접 연동되므로이 수익률 상승은 소비자에게 더 비싼 대출금리를 의미했다그 결과 주택 구매 감소주택 가치 하락건설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고이는 주택 시장의 파멸 루프(doom loop)’를 가속하게 된다.

동시에미국 달러 가치는 트럼프 취임일 이후 약 10% 하락했으며그중 절반은 관세 발표 이후 단 일주일 만에 발생했다약달러는 미국 제품의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트럼프의 포퓰리즘 경제 전략의 일환이었다그러나 4월 11달러 가치를 주요 통화 바스켓과 비교하는 '미국 달러 지수(US Dollar Index)'는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 때문에트럼프의 어리석은 정책이 글로벌 시장의 탈달러화를 가속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국가와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다예를 들어도이체방크(Deutsche Bank, 독일)는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매력을 잃고 있으며더 광범위하게는 "미국 자산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UBS(스위스)는 "미국이 세계로부터 스스로를 분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유무역 시대는 새로운 체제로 대체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는 트럼프의 무역 전쟁이 "새로운 글로벌 무역 체제를 구축하는 기초를 놓고 있다"고 분석했는데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와 정확히 일치한다. 2000미국 달러는 세계 외환보유액의 70% 이상을 차지했지만, 2024년에는 60% 이하로 하락했으며대부분의 공백은 유로화가 채웠다.

현재까지는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 제약이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예측한 대로 작동하고 있다그러나 향후 90일 동안 트럼프의 관세가 어떻게 되든전 세계가 미국 때문에 탈세계화(de-globalization)를 선택할 가능성은 작다세계무역기구(WTO)는 해체되지 않을 것이며다자간 무역 협정 체제는 미국의 참여 여부와 무관하게 세계 경제를 계속 구성할 것이다실제로트럼프는 미국이 세계에 경제적 의지를 강제할 수 있는 역량을 과대평가했다미국 GDP가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60년 40%에서 2023년 26%로 감소했다이는 수십 년 동안 중국을 비롯한 다른 세계 경제들이 미국보다 더 빠르게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이 경제적·정치적·군사적 패권 국가로서 신뢰를 잃는 현상은 계속될 수 있다만약 그렇다면이는 단지 트럼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미국 유권자들이 그를 두 번이나 대통령으로 선출하게 만든 시대착오적 헌법 제도가 문제다이 제도는 미국 내 지역적·농촌적·탈산업화된 후진 지역의 과도한 대표성을 보장한다이러한 자유민주주의 구조의 기형성은 차기 트럼프의 등장을 항상 가능하게 만드는 위협이다이것이야말로 정치적 파멸 루프(political doom loop)라고 부를 만하다.

[출처] Trump’s Tariffs and Capital’s Constraints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클라이드 W. 배로우(Clyde W. Barrow)는 텍사스대학교 리오그란데 밸리 캠퍼스(University of Texas Rio Grande Valley) 정치학 교수다. 그는 『비판적 국가 이론』(Critical Theories of the State)과 『국가에 대한 비판 이론을 향하여』(Toward a Critical Theory of States)의 저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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